모노폴리, 독점 하라

(동문 커뮤니티에 올린 글)

오랜만이에요 성대사랑 여러분.
저는 경제학부 01학번 천영록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글을 좀 올렸었는데, 많은 분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참 책임지지 못할 좋은 말도 많이 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행위의 만족도를 극한으로 채워서 약간 burn out 됐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ㅎㅎ

예전에 도전에 관하여 라는 글을 올렸는데, 어느 블로그에서 돌아다니는지 아직도 타학생들의 메일도 오곤 해요. 불과 몇달 전이지만 과연 제가 그런 말들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는지 부끄럽기도 합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도전을 해야 하는가 현실적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의견으로 크게 나뉘어 있는 것 같애요. 저의 글은, 도전을 하는게 현실이지, 현실적인게 현실이 아니다라는 관점이었습니다만, 어차피 도전이라는 숙제의 무게와 현실이라는 숙제의 무게는 탁상공론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고 우리 삶을 짓누를 숙제들입니다. 내일에 대한 준비는, 오늘에 대한 냉철한 평가에서부터 시작되는게 당연합니다. 오늘도 모르는 놈이 미래 얘기만 하냐는 비난도, 미래 없이 무슨 오늘이 있냐는 외로운 외침도 사실 큰 의미가 있을까요.
다만 삶에는 조금의 전략이 있고 전술이 있고 관점의 차이도 있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경제학도다 보니깐, 삶을 경제학도의 프레임으로 많이 배웠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긴 하지만 우리가 굳이 줏어듣고 익히지는 않는 학식들이지요. 그래도 나름 매우 열등생이던 제게 경제학은 매우 참신한 말장난의 장난들이었어서 재밌었습니다. 완전경쟁, 기업들의 한계수익 한계효용. 고등학교 때 배운 미분으로 이리 미분 저리 미분 하면 세상의 현상을 한꺼풀 벗긴 다른 추세가 나타나는게 재밌었습니다. 머릿속 깊이에선 이거 결국 말장난이고 수학적 장난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은 있었지만, 그런 의구심들을 나누거나 반박하는 여러 천재적 말장난가들의 글을 보며 고수들의 바둑을 구경하듯 관전의 묘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제활동의 대다수가 일종의 완전경쟁 시장이라는 아름다운 이상향을 향해 가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했죠. 룰을 지키지 않고 반칙을 하는 자들이 미웠고, 인간적 감정에 기대어 예외를 자꾸 줄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돈도 참 차가운 톱니바퀴로서 세상의 전진을 도와주고 있는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 많이 했습니다. 머릿속 어딘가에선 조금 의심이 들기는 했지요. 결국 자본주의의 완전경쟁성을 부추기는 재벌들 특히 국제금융재벌들은 경쟁을 별로 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모든 이들이 아둥바둥 살면서, 시장이 원래 그래, 반칙하는 자가 없다면 이러한 시장이 우리가 만들어낸 최고의 시스템이고 질서임이 확실해 라고 믿고 있게 만드는 사람들은 과연 이 정신에 완벽히 부합할까 하는 의심. 때로는 그들이 직접 쓴 글들을 보고 그들의 행동을 보며 그들 (국제 재벌)이야 말로 이 철학의 화신이 아닐까 싶다가도 어떨땐 뭔가 잘못 됐다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양극화는 심해지고 시스템은 잘 안돌아가고 재벌들은 역외탈세를 함으로써 모든 질서를 자기들 마음대로 파괴합니다.
이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비판하기 위해 쓰는 글은 아닙니다.

다만 Peter Thiel 이라는 투자자를 아시는지요? 페이팔의 수장으로도 유명하죠. 이 분은 경쟁이 곧 자본주의다라는 생각을 뒤집어 보았습니다.

경쟁이 자본주의의 가장 핵심적 형태일까요?
아닙니다. 자본주의는 독점을 원합니다. 독점 추구야 말로 성장하고픈 기업가들의 가장 큰 욕망입니다. 나쁜 독점이 아닙니다. 새로운 독점의 시장을 만드는 것이죠.
칼국수 집들이 주욱 늘어선 골목에서 새로운 칼국수 집을 차려서 결국 모든 기업들이 한계비용까지 지불해 최소존속할만큼만 ‘거의’ 못 버는 상태로 가는 것이 완전경쟁입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가장 싸고 맛있게 칼국수를 즐길 수 있기에 총효용은 극대화된다는 것이죠. 비록, 소비자들이 곧 사업가들이기도 해서, 먹고 살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것은 이리저리 감추어버립니다. 경제학부에서 현란한 수요 공급 차트를 그리는 행위로 학점 이수를 하다 보면 더욱 최면이라도 걸린 듯 이 논리를 진리로 생각하겠죠.
그런데, 칼국수집 옆에 아무도 알지 못하는 비법으로 새로운 장르의 밥집을 차려서 한동안 독점적으로 돈을 긁어모으는 것. 경제적 해자를 일시적으로나마 발생시키는 것. 이게 혁신을 원하는 기업가들의 정신 아닐까요.

여러분 그러면, 자본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한경쟁에 뛰어드는 똑같은 칼국수 집이 많은게 좋을까요 아니면 새로운 것을 시도해 자신의 영역 자신의 시장 자신의 파이를 만들어내고 그걸 지켜내어 떼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은게 도움이 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무한경쟁만을 위한 자본주의라는게 무슨 아름다움이 있나요. 같은 일을 더 열심히 더 꼼꼼하게 더 많은 시간동안 더 쥐어짜서 일해야 하는게 무한경쟁입니다. 저는 분명히 이런 근성과 능력과 각오도 이 세상의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혁신은 어떨까요?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입니다. 왜 남과 달라야 하느냐, 남들은 이미 다 같은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죠. 그 길을 들어가는 순간 무조건 무한 경쟁에 무한히 가까워지는 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게 멋이 없거나 후지거나 도전적이지 않아서라고 말하는게 아닙니다. 그건 독점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가지 말기를 권해드리는 것입니다.

독점을 가진 기업이나 사람이, 수익 마진도 당연히 높습니다. 돈이 남아야 좋은 일도 할 수 있고, 일도 줄일 수 있고, 사람도 뽑아서 새로운 일도 해볼 수 있고, 선량한 철학에도 신경을 써볼 수 있습니다. 피박터지게 일하는데 무슨 여유가 있나요. 우리는 독점적이기 위해 사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왜 대중의 생각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일까요? 뭔가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남들은 다 맞다고 생각하는데, 고민해본 사람은 나 밖에 없을 때, 그래서 결론이 다를때, 그때가 독점력을 갖추는 첫번째 단추 아닐까요?
어른들이 말하니 맞겠지, 친구들이 말하니 맞겠지 라는 자세는 이미 영원히 독점력을 포기하는 형태입니다. 장담컨대 단 한번도 독점적 지위를 얻을 기회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에 가수 비가 그랬죠.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되자는게 꿈이었다고. 그거 참 멋있었어요 저도 감명 많이 받았죠. 더 엄밀히 말하면 나라는 컨텐츠가 한 시장에서는 독점하거나 최소한 과점해야 합니다. 남들이 다 하는 일에는 들어가지 마시고 남들이 다 하는 일을 하는 회사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이번에도 여전히 막연한 얘기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이 독점이라는 비수 같은 타부시된 단어가 너무나 따뜻하게 와닿아서 말입니다.

독점을 동경합니다. 공정한 독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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