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는다

(동문 커뮤니티에 올린 글)

Everybody gets what they want.
Ed Seykota 라는 시스템 트레이딩의 guru 의 말씀입니다.

안녕하세요. 경제학부 01학번 천영록이라고 합니다. 근래에 글을 몇개 올렸고, 주로 금융권 혹은 인생에 대한 선배로서 멘토링을 해드리겠다는 얘기였습니다. 연락 오신 분들 계셔서 만나기도 했고, 6일 토요일날 역시 오프라인으로 모임을 만들어 보기도 했어요. 16분 정도 참석해주셨고 좋은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멘토링이라는게 원래 1:1 상담이 목표였었는데, 한자리에 모아둔 바람에 저에게는 조금 시간효율적일 수 있었으나 깊이 있는 멘토링을 해드리지 못한 점 아쉽네요. 제가 생각하는 멘토링은 선배의 잘난 얘기를 떠드는게 아니라, 상대방의 얘기를 더 많이 듣고 그 사람의 상황에 적절한 화두를 던져드리는 것이 아닌가 하거든요. 결국 답은 대개는 스스로 알고 있기도 하니깐요. 그러나 반대로, 많은 우연이 겹쳐 그 자리까지 나오신 분들은, 서로의 모습과 목소리를 들으며 새로운 자극도 되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강연이 일방적이라면, 모임은 그렇게 서로 오가는 교감이 많았으면 하는 점에서 강연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이 듭니다. 어찌됐든, 자리가 너무 커서 아쉬웠던 부분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번 모임이 향후 폐쇄성을 만드는 모임이 아니라 향후 더 개방적이고 접근이 쉬운 모임을 위한 자리였기를 바래봅니다. 얼굴도 텄고, 아마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인상도 주었을테니, 다른 분들도 더 쉽고 가깝게 저를 (혹은 다른 선배들을) 활용해보실 계기가 됐으면 좋겠네요.

아울러 만나뵙게 된 분들께는 매우 반가웠고 많이 즐겁고 뜻 깊은 자리였음에 감사를 다시 한번 드리고 싶습니다.

그날 얘기 중에 Ed Seykota 할아버지의 그 명언을 말씀드렸어요. 모든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 라는 일견 순박함을 넘어 모호함까지 느껴지는 발언이죠.

시장과 트레이딩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Market wizard 라는 시리즈 (Market Wizards, new market wizards, stock market wizards, hedge fund market wizards 4권으로 80년대 말부터 근래까지 당대 최고의 트레이더들을 인터뷰한 시리즈인데 현존하는 대다수 트레이더와 헷지펀드 매니저들을 키운 바이블로 평가 받고 있음) 첫권에 인터뷰 되신 분이에요, 세이코타 형님은. 시리즈 전체를 수십번 읽은 저로서는 기억나는 구절이 수없이 많지만, 특히나 특히나 인생에서 두고두고 떠오르는 얘기는, 시스템 트레이딩이라는 개념을 만들다 시피 한 MIT 출신이시자 심리학 구루로도 활동 중이신 그 분의 단 한문장입니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는 명제는 실로 심오한데요, 인생에선 너무나 많은 변수와 예외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단순히 투자의 세계에서 설명해볼게요.

일단 불가능하고 희망적이기만 한, 혹은 너무 더러운 욕망들은 조금 예외라는 것을 밝혀둡니다. 자기 삶에서 장시간 동안 자신의 태도나 무의식이 주관할 수 있는 부분에 특히 영향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또 예상보다 큽니다.

투자의 세계에선 모두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바라고 있고, 그러니까 이 명제에 의하면 모두가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끝나야 하지 않을까요?

헌데 아니라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 돈을 벌 궁리를 합니다. 더럽던, 재미가 없던, 공부를 많이 해야하던, 생각보다 수익률이 낮던, 남이 깔보던, 분명히 돈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 행동을 해요. 예컨대 가치투자가 있겠죠. 이삭 줍기라는 표현도 있고, 어떤 이는 아스팔트를 까는 롤러 앞에 널려있는 동전들을 줍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남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할지 별거 아닌 한푼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자기는 열심히 줍기만 하면 다 돈이라는 거죠. 또는 시스템 트레이딩에서도 실패의 확률 혹은 알거지가 될 확률을 줄인 기법 등이 있습니다. 기법이 중요한게 아니고 알거지가 안될 적절한 베팅액이 있다는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원하는게 달라서 다른 투자를 한다는 겁니다. 흥분감을 원하는 사람은 상한가 종목이나 요새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것, 친구가 얘기해준 종목등을 찾아서 투자하게 되는데요, 과연 이 사람이 장기적으로 원하는 것은 돈이냐 흥분이냐를 물어보면, 입으로는 당연히 돈을 외치고 있겠으나 이 사람이 행복할 때와 불행할 때를 분석해보면 사실 이 사람은 흥분을 더 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때로는 돈을 일주일만에 두배로 벌어서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싶은 심리, 몇주만에 계좌가 반토막이 나서 너무나 고통스러워도 그 고통을 통해 성장하는 것 같고, 그 성장을 주위에 으시대고 싶은 심리? (정말 주식하는 사람 중에 돈 잃은 무용담을 얘기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걸 보면 이런 심리가 믿기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합니다) 등등 주된 목표가 돈을 버는 것이라고는 절대 보이지 않을 일련의 행동과 일련의 태도를 취합니다.

그런 분들께 세이코타 형님의 말씀을 드리면 의아해하겠죠. 당연히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요. 그런데 사람이 그렇게 합리적이지도 않고,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를 잘 몰라요. 그리고 습관적으로 수많은 이상한 핑계로 자기자신을 속이는게 사람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합리성에 손을 들어주기만 해도 사람은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종종 합니다.

예로, 5년 후에 1억을 모으겠다라는 사람은 가장 합리적인 코스를 취하겠죠? 2천만원씩 저금하는게 불가능하다면, 어쨌든 소비를 극한으로 줄이고, 약간의 투잡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고, 그 목적을 이뤄줄 투자수단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겁니다. 또한 무엇보다 열심히 일하겠죠, 짤려서도 안되지만, 돈을 벌어서 모으고 승진하는게 목표에 가장 합리적인 코스일 테니깐요.
근데 돈이 필요하다며 잡주에 베팅을 하고 있는 절박한 마음으로, 글쎄 그 사람이 1억을 모을 수 있을까요? 심지어 2억까지 평가익이 불어났다고 해도 5년이 지나면 1억을 보존하지 못했을 겁니다. 무모한 베팅을 언제까지고 이어갈테니깐요. 누구도 잡주에 100번 투자하면 수익이 날 거라는 생각을 안합니다. 그러나, 마침 내가, 마침 이번에는, 운좋게 성공할 거라는 생각은 들죠. 왜? 나는 특별하니까 하는 인간의 아주 오래된 심리입니다.

이 심리도 참 재밌어요. 카지노에 다니면서 사람을 관찰했습니다. 트레이딩을 배울 초창기때 였던 것 같애요. 모니터만 보고 있으니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겠어서, 조금은 도박과 투기의 현장에서 사람들의 눈을 관찰하고 싶었죠. 그런데 사람들이 모두 몰두하고 있는 심리는 매우 놀라운 바가 있었어요. 위에 얘기했듯, 1. 오늘만은 2. 나에게만은, 운명의 여신이 손을 들어줄 것이다라는 심리였어요. 그리고 그 운명의 여신이 갬블 테이블이나 머신 사이사이로 유유히 날아다니고 있다는 느낌 마저도 사람들이 느끼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마치 신화 속 여신의 그 모습 그대로! 내 뒤에 서서 내 어깨에 손을 올린 바로 그 느낌, 그 기회를 터무니 없이 날려서는 안되겠다는 절박함 마저 느껴집니다.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저런 심리를 어떻게 사람들은 받아들인 것인가 고민했지요. 이런게 아닐까요? 사람들의 본능은 태고시절부터 수십만년을 살아온 방식에 강한 유전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래 신석기부터의 수천년간 변화한 사회속에서는 이제 무의식 깊숙이만 존재하는 심리입니다. 이것은 우선 무서운 사냥감을 만났을 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때로는 목숨을 걸고 용맹하게 싸워야 부족에서 인정을 받던 시절의 것입니다. 그 인생이 송두리째 날라갈 것 같은 순간을 극복하는 과정의 스릴이 온 몸에 남아있는 것이죠.
그 심리를 느낄 곳은 근대에는, 결국 카지노가 전부가 아닌가 싶어요. 대개는 인생의 끝까지 오신 분들이 앉아 계시지만, 하나 같이 해법을 여기 카지노에서 찾으시더라고요. 그리고 몇몇 분과는 술도 마셔 봤는데, 무슨 ‘우리들’ 이라는 테두리를 만들어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하나의 철학이라도 되는 듯이 포장하고 받아들였더라고요. 파생하시는 분들도 ‘우리 파생쟁이’ 라며 거의 대동소이한 철학을 갖고 사시는 분들이 많은데, 도박꾼으로서 이전에 거의 수렵생활을 하시는 분들 같은 묘한 각오로 하루하루를 임하세요. 산신령께 기도 드리는 것과 별다를 바 없는 의식도 있으실 겁니다. 머리로는 설명 안되지만 그 뛰는 아드레날린을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살아있다는 원초적인 기쁨을 주는 것이죠. 그건 매우 오래된 ‘용맹’이라는 가치 그 자체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곱씹어 볼까요. 이 사람들은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일까요 스릴을 즐기고 싶은 사람일까요? 입으로는 뭐라 말해도 결국 그 스릴 없이는 못 살겠다 하시는 분들일 겁니다. 그 분들은 또한, 그 스릴을 얻으셨어요. 돈을 원하는 분들은 돈을 얻으셨겠죠. 그렇다면 아무 것도 모른 채, 스릴도 필요 없고 돈만 좀 벌었으면 좋겠다 하는 순수하신 분들이 날린 전재산은 어떻게 설명하냐고요? 그 분들은 돈을 벌길 원한게 아니고 ‘우연히 아무것도 모른 채 조금만 벌고 싶다’라는 사뭇 염치 없는 선택을 한 것 아닐까요. 말하자면 선량하셔서 사기를 당한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돈을 벌어 부자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공부를 할 정도의 진정성이 있었던 건 아니니깐요. 남에게 맡기고, 남 덕분에 잘됐다~고 고마워하며 사는 착한 사람으로 살고 싶었던 거겠죠. 여전히 착하게 살고 계실테니, 잔인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고 있는게 아닐까요.

자, 투자 뿐만이 아닙니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나는 설리랑 결혼하고 싶은데 그럼 이것도 이뤄지나요? 하고 묻지 마세요. 설리 같은 여자랑 결혼하고 싶고, 모든 것을 다 맞춰나갈 자신이 있으면, 제가 장담컨대 설리랑 가장 비슷한 주변 여자랑 결혼해 있을 겁니다. 만약 결과가 다르다면, 설리를 원했던게 아니었다, 라고 말하면 조금 결과론적인 논리처럼 들릴 수 있겠으나, 무슨 뜻인지는 아실 겁니다. 마음 속으로는 이효리를 원했는데, 입으로만 설리를 얘기하고 있었을 수도 있어요. 어떤 영화의 대사였던가요, Careful of what you wish for… you might get it. 함부러 원하지 말라. 설리를 너무 원하다 보면 정말 설리 같은 사람이랑 결혼할 수도 있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외모 컴플렉스가 있는 어른들 중에 지나치게 꽃뱀같은 여자랑 결혼해서 의아한 적 한번도 없었나요? 이쁜 여자랑 결혼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결국 현명한 사람과 인자한 사람을 전부 눈 밖으로 밀어내고 이쁘기만 한 사람을 항상 최우선으로 검토하게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저는 참고로 설리의 얼굴도 몰라서, 위의 얘기는 설리나 설리팬들에게 기분 나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원하는 일을 하라는게 웬 말이냐, 원하는대로 산다는 건 너무 이상적이지 않냐 등등의 말씀들을 인류의 80%는 영원히 하고 살 겁니다. 후배님들은 조심히 말씀하세요. 믿을 수록 진실이 되어 갑니다.

원하지 않는 일을 꾸역꾸역 해가며, 주위를 실망시키지 않고 평이하게 사는 것을 자기도 모르게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면, 반드시 그러한 삶이 주어질 것입니다. 주어진다라는 표현은 정정하겠습니다. 자신이 그렇게 만들게 될 겁니다 .

그러니까 결국, 도전하시구요. 그리고 자신을 알아가세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언지는, 생각보다 그렇게 간단한 질문이 아닙니다. 내가 오늘 카레를 먹을지 라면을 먹을지 부터 계속 고민을 해야 해요 막말로. 내가 무언가를 했을 때 기뻤다면, 그게 단순한 흥분감은 아닌지. 내가 흥분감을 좋아했다면 이 흥분감을 이용해야 할지 피해야 할지. 이 에너지를 좋은 쪽으로 몰아서 더 큰 목적에 활용할 순 없을지. 남의 불행이나 가난을 외면했을 때 내 기분은 어땠고, 도왔을 때는 어땠는지, 그래서 결국 나는 어느 쪽이 더 어울릴 것이고, 왜 나는 그런 기분을 느꼈는지. 하나 하나 생각해보세요. 좋았을 때 뿐만이 아니라 왜? 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얼마전에 어느 후배께서 하고 싶은 일은 없지만 돈은 많이 벌고 싶다라는 글을 썼을때, 그런 얘기를 수백번이고 들어본 저로서는 솔직히 ‘후배는 돈을 벌고 싶은게 아니지.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싶은 상태일 뿐’ 이라고 말하고도 싶었어요. 이것과 저것은 매우 큰 차이죠.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열정을 무시하는 소립니다. 여러분,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가 되고 싶은 쪽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죄다 쏟아부어야 되요. 어느 직업이나 그렇지만, 만시간을 쏟아야 프로가 된다 그러잖아요. 대다수의 직업은 만시간 이상을 쏟아야 프로가 되는데, 부자는 아무런 노력 없이 운이 좋아야 될거라는 생각은 합리적일까요 그냥 희망적인 생각일까요?

또한, 돈이 많고 싶은 사람은, 돈은 많아 질겁니다. 그런데 그 후에는? 돈만 많으면 인생이 끝이 날까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돈이 많아지고 어떤 삶으로 이어져 어떤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라는게 모두 일관적인 에너지를 줘야 그러한 삶으로 한발자국이라도 이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서도, 노력해야죠.
또, 전략도 있어야겠죠.

그러나 알지도 못하는 걸 원할 순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아가려는 자세도 중요하다는 점.

여러분, 바람둥이가 되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이삼년은 여전히 모솔로 살 수도 있지만 10년 후엔 입는 옷도 바르는 화장품도 향수도 달라져 있을 것이고 초봉으로 피부를 가꾸고 머리를 꾸미고 클럽을 다니고 픽업 아트를 배워서 결국은 바람둥이의 삶을 살게 될 거에요. 사업도, 돈도, 사람도, 공부도, 10년을 꿈꾸면 10년의 일상이 쌓여서 그대로 대개 이뤄집니다. 남들은 그렇게까진 안하니깐요. 착한 아들 평범한 직장인을 꿈꾸면 결국 이뤄져요. 자신이 택하는 기회와 무시하는 기회가 알게 모르게 수백번이 쌓이거든요.

어떤 길을 택할건지, 얼음보다 냉철하게 판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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