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은 시간이 걸린다

(동문 커뮤니티에 올린 글)
안녕하세요 일전에 도전에 관한 글등 몇몇 글을 올린 경제학부 01학번 천영록입니다.
 
한동안 성대사랑에 못 들어와봤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메일도 오시고 찾아오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보잘 것 없는 졸필로 하루아침에 써내려간 글들인데, 많은 세월을 사이에 둔 후배님들 중 누구에게는 큰 의미가 되었다는 반응들을 접할 때 (특히 시간이 지나서 접할 때) 신기하기도 합니다. 저에게도 그렇게 먼 시공간에서 용기를 준 분들이 계셨는데, 격은 다르겠지만 이런 느낌인가 싶기도 하고, 이런 느낌 때문에 그 분들은 계속 용기를 내고 힘을 내 글을 써갔나 싶기도 합니다. 
한창 취업철이라 다들 바쁘시고 고단하실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약간이라도 달콤한 진행상황을 즐기고 계신 분들도 계실테고, 삶이 변화하는 변곡점에 서서 삶을 돌아보고 계실 것도 같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 때 많이 용기가 되었던 얘길 나눠볼까 합니다.
 
워런 버핏 할아버지가 하신 말이에요. (입에서 나오는 말씀이 전부 지혜와 유머로 가득한 명언들이시니 warren buffet quote 등 app 을 깔아서 읽어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You Can’t Produce a Baby in One Month by Getting Nine Women Pregnant’

아무리 자질이 뛰어나도 어떤 일은 시간이 걸린다. 여자 아홉명을 임신시켜도 애를 한달만에 낳을 순 없다. 특유의 유머로 모든 일엔시간이 필요하단 얘기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자소서를 보내오셨었는데, 여러분들이 절박한 것을 저 역시 경험상으로 매우 잘 알고 있지만, 여러분보다 비슷하면서도 강도 면에서 훨씬 절박한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창업가들입니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초창기 창업 속에서 업무와 자금문제에 허덕이고 있는 사람들이 투자자를 찾는 절박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일 겁니다.
 
그래서 자소서를 봐드리거나, 면접 스터디를 봐드릴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스타트업 세계의 글들을 많이 읽어보는 건 어떨까, 하고요.
한국에도 약관의 나이 35살에 케이큐브벤처스를 운영하고 있는 Jimmy Rim 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카카오톡 김범수 의장과 여러해 전에 공동 창업한, 국내에서 가장 핫한 스타트업 초초기 투자 회사죠. 이 분의 삶이나 스타일에 감명을 받아서 저도 블로그 글도 전부 읽고 여러분들이 제게 보내시듯 저도 이 분께 멘토링 상담 메일을 보냈습니다. (저와는 불과 한살 차이고, 완전히 다른 업계의 분이긴 하지만요)
 
이 분의 얘기 중에 재밌는 것은, 누군가 정형화된 PT 를 들고 오면 그 PT 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그 분의 인생과 그 프로젝트에 대해 비정형화된 질문과 답변 시간을 몇시간이고 갖는 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보겠다는, 거창한 이유이지만, 보다 보니 사람 좋은 사람한테 투자하겠단 얘기는 아니더군요. 그 사람이 이 일을 하는 ‘동기’에 대한 아주 분명한 이유가 느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라도, 6개월 1년씩 붙잡고 있으며 돈이 안 들어오고 현실에 치이다 보면 똑똑한 사람들일 수록 도중에 포기할 가능성이 많을 겁니다. 이런 포기자들을 수없이 보다보니까, 이 사람의 삶의 목적과 이 일의 동기가 아주 많이 일치할 때, 몇년이고 실패 속에서도 이 가치를 추구하겠구나 라는 결론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또, 그 사람의 이력과 실력이 너무나 뛰어나다 싶으면 아무런 준비물이 없어도 투자를 결정하기도 한다는 군요. 이 역시 그냥 자질이 뛰어난 정도로 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네이버에서 에이스이던 개발자 팀이 통째로 튀어나왔다면 굳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창립금을 보조해준다는 뭐 이 정도 얘기였습니다.
 
삶을 살다보면, 좋은 일 보다는 나쁜 구간을 ‘견뎌야’ 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생각대로 모든게 잘 풀리지는 않으니깐요. 그럴 때 지미림의 얘기가 많이 생각납니다. 특히나, 취업면접에서 구직자들을 볼 때도 이런 면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왜 이 사람이 여기 오고 싶어하는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가, 자신이 추구한다는 스토리를 위해 얼마나 모진 고비들을 버텨낼 끈기가 있을까. 그런 것들을 안 볼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자면, 뭐든지 한번에 성공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고생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미리 어마어마한 준비를 하고 치열하게 사는게 유일한 방법이겠죠. 이런 사람을 우리는 ‘인재’라고 부르고 대우합니다만, 그런 사람들마저도 고난을 겪습니다. 미국 최대 은행 JP Morgan 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도 젊어서 승승장구하다가 시티그룹 권력다툼에서 밀리고 (제 기억으로는) 술 먹고 라이벌한테 꼬장 부리다가 찍혀서 짤렸습니다. Tenacity 라고 하던가요. 맬컴 글래드웰의 만시간의 법칙 아시죠? 만시간을 투자해야 프로가 된다는 얘긴데요, 저는 신이 소원을 들어주는데도 만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해요. 지금 내가 원한다고 이 우주의 질서를 뒤틀어서 바로 소원을 들어주진 않더라고요. 남들에게 폐가 안되게 우주의 질서를 야금야금 틀어가며 내가 그것을 진정 원하는지 만시간여를 지켜보시면서 follow-up 을 해준다고 해야할까요? 그게, 애기가 만들어지는 10개월처럼 우리가 거저 뛰어넘기가 참 힘든 시공간인 것 같습니다. 
조금 막연하지만,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의 외로운 시간을 충실하게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훗날 애인이 됐던 후배가 됐던 자녀가 됐던 윗분들이 됐던,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 화려한 추억의 스폿라이트가 쏟아질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글쓴이

julius chun

안녕하세요 천영록입니다. 저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핀테크 스타트업 (주)두물머리를 창업한 기업가입니다. 또한 선물옵션 트레이더 출신이라 투자나 금융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읽어주셔서 늘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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