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하는 정도의 양심

Julius Chun – 담벼락 2014년 12월 24일

어릴때 누구나, 행동하는 양심에 대해 한번쯤 생각을 해봤죠.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울 것 없이 행동해나가고 사회가 바뀌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 참 많은데, 현실적으로 ‘행정력’이 딸리고 개인의 삶에서 시간이나 여유가 없어 녹록치 않아 마음속에 무거운 짐이 있는 듯한.
그 짐을 피해다니려고, 양심에 호소하는 글이나 영상을 애써 외면하기도 하고, 어줍잖은 기부금을 자동이체로 걸어놓고 이 정도면 되려나 하기도 해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조금의 불편함을 지고 사는 것 같아요. 어떤 자리에서는 약간의 술기운을 빌려 그런 토론을 하며 목에 핏줄을 세우기도 하고,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나를 변화시킨게 아닌가, 생각은 하고 사는 것 아닌가 위로해보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화두인 것 같애요.
저는 개인적으로 고등학교때 느낀 불의나 불평등이나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대학생이 되면 당당하게 고등학교로 돌아가 세상을 바꿔주마, 했지만, 지난 15년여 단 한번도 그런 노력을 안하고 산 것 같애요. 그런 노력을 안하기 위한 변명을 만드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냥 나는 행동하는 양심이란 소리 들을 일은 이제 내 손을 떠났구나, 하고 인정해야지요.
그렇다 하면 비겁한 어른으로서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호흡하는 양심, 숨쉬는 양심 정도는 매우 능동적인 자세로라도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을 우리가 ‘하는’ 것으로, ‘동사’로 인식할 때부터 그건 더이상 수동적인 자세는 아닌 것 같습니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것과, 머리로 이미지 트레이닝 하는 것은 같으면서도 참 다르듯이요. see 와 watch 가 다르듯이요. 숨쉬는 것과, 의식적으로 호흡하는 것이 다르듯.
너무 작위적인가요? 그렇다 한들 저는 이 정도의 행위도 하나의 운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심을 호흡이라도 하면서, 옳고 그름을 머릿속에 정리해보면서, 나의 잣대를 공고히 하고 불의를 작은 행동으로라도 거부하겠다면서요.
모든 불의에 대해 다 뒤집어 엎고 발악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저희 세대의 스타일은 분명히 아닌 것 같습니다. 사회의 녹을 먹었고, 사회의 득도 봤고, 무엇보다 이 사회의 지난 10년간의 변화에 대한 책임을 아주 작게라도 분명히 지고 있으니깐요.
뭔가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고 사소한 것에도 딴지를 거는 사람을 보며 우리는 삐딱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에겐 아주 일관적으로 꾸준히 부패하는 본능이 있어요. 작은 잘못들을 쉽게 용서하고 괜찮겠지 괜찮겠지 넘어갑니다. 직장에선 작은 권위주의가 작은 성희롱을 낳고 작은 불의들을 낳아가지만, 굳이 ‘분위기 깨가면서’ 그것을 지적하지 않고 지나갑니다. 괜찮은 걸까요?
우리 삶의 제1목적이, 경제적 성공과, 타인과의 조화로운 어울림이기에 되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철학적 공백이 계속 발생하고, 그런 이유들로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분명히 퇴보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틀린 것을 가만히 눈감고, 어차피 인간이 뭐 다 똑같이 더러운 사람들 아냐? 라는 자세야말로 더 삐딱한 것 아닌가 합니다.
아니, 삐딱하고자 해서 삐딱한 건 아니지요. 포기했기 때문에 삐딱한 것 아닐까요? 1만큼 하려고 했는데, 그에 못미치자 스스로 놔버리게 되는 것이 또한 인간입니다. 그래서 호흡이라도 하자, 는 의미는 우리가 지킬 수 있는 0.2 정도의 한토막이라도 의식적으로 지켜보자는 것입니다. 포기한 자와, 꿈을 낮춘 자는 매우 정체성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꿈을 낮춘 자는 낮춘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포기한 자는 그마저도 비웃고 피해가려 하게 되니깐요, 삶의 끝은 매우 다를 겁니다. 가만히 있으면 퇴보할 수 있는 약점을 지닌게 인간이라면, 목표를 설정하고 움직이고 대화하면 무한히 진보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기도 한게 우리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주 작은 것이라도 목표를 설정하고 움직이고 대화를 하는게 가장 합리적인 답이겠죠. 호흡. 양심의 호흡. 서로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주기 위해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게 21세기적인 공유의 기적을 작게나마 이용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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