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ceo 경험담 – 목적을 가진 가설

startup-business-concept안녕하세요.

저는 스타트업을 차린지 이제 일년쯤 되어가는 35세의 청년, 천영록이라고 합니다. 저희 스타트업은 ‘두물머리’ 라는 팀으로, 금융상품 추천 자동화 알고리즘과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팀입니다. 아직 성공하기는 커녕, 어떤 서비스도 출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니 못 들어보신게 당연하지요! 현재 다섯명의 멤버가 각자 맡은 바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만, 특히 창업을 결심하고 ‘창업가’직을 생각하시는 분들께 조금의 도움이 될 수 없을까 하고 글을 써봅니다.

이 글의 결론은, 목적을 분명히 한 가설들을 통해 최대한 시행착오를 많이 하면서도 시행착오의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며, 이 글의 목적 역시도 당장의 시행과 착오들을 겪어본지 얼마 안된 신참 선배의 얘기가 조금 더 생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그 경험을 나누기 위함입니다.

소위 스타트업이라는 것 자체가 시행착오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해보지 않은 시행착오를 통해 훨씬 부가가치가 큰 ‘모험’적 분야에 뛰어 들어가 보상이 큰 보물단지를 발견하겠다는 발상이 스타트업이겠죠. 요새는 린스타트업의 개념이 많이 생겨서 아예 모든 행동 자체를 시행착오의 단위로 설정하여 빠르게 시행착오를 시행해내는 것을 많이 얘기합니다. 이미 성공한 비지니스들은 시행착오의 여지가 적습니다. 선배들이 다 경험해보고 정답을 정리해놨기 때문이죠. 신입사원으로서 업계의 지혜에 적응하는데에만 시행착오를 사용하면 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산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지금 모험가의 영역에선 모든게 시행착오의 연속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여서 오히려 회자되고 있지 않은 내용은, 좋은 시행착오와 나쁜 시행착오의 차이입니다. 그런 것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이며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그 정도는 스스로 평가할 수 있으리란 가정이 담겨있겠죠.

시행착오는 학창 때 배우는 가설 – 가설 검증 이라는 프로세스가 중요합니다. 아무거나 해보고 착오가 발생한 줄 깨달았을 때 아 이런 방식은 안되는 구나 라고 후회하고 그래도 뭐라도 배웠다고 자위하고 끝날 거라면 굳이 스타트업을 할 필욘 없지 않겠습니까. 가설을 세우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가설을 통해 가고 싶은 방향이 있어야 하고, 그 이후에야 가설을 테스트 해보고 유연히 버리거나 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이 부분은 중요합니다. 요새 스타트업 월드에서 얘기하는 린스타트업, 즉 ‘아무것이나’ 필요하다면 일단 만들고 봐라, 누군가 반하기 시작한다면 금광을 건드린 것이다 라는 관점은 약간 함정이 있습니다. 그 의미에는 두가지 괄호안의 내용이 내포되어 있는데, (20대 초의 뛰어나고 괴짜스러운 개발능력자가 자기 자신의 애타는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해결책을 발명하는 것이라면) 일단 만들고 고객들에게 부딪혀 본 후에 (잘 되면 3~40대 투자자들이 기획을 통해 만든 것보다 훨씬 본질적인 수요를 건드린 금광일 수 있으므로 결과론적으로 그런 1/10000 의 아이디어에 투자는 하겠다. 실패한 친구들은 학벌도 좋고 경험도 얻었으니 안되면 말고) 계속 유연하게 대처하라, 라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런데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20대 초반도 아니시고, 다른 기회가 즐비하지도 않으며, 개발력이 없을 수도 있고, 가장 중요하게는 어느 정도의 경험을 통해 기존의 조직에서 얘기하는 기획력과 사업개념이 있으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줄 아는 방식으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 시켜야 합니다. 소위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방식이라며 100명의 청소년에게 ‘아무거나’ 해보라고 하면 한명 쯤은 자신의 재능을 무한히 발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런 교육에 찬성이구요. 하지만 내 자신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99명과 함께 ‘아무거나’ 하고 있으면 안됩니다. 뭘 할지를 고뇌를 하고 온갖 기획력을 총출동 시켜야겠지요. 결국 우리들의 좋은 머리를 사용해서 좋은 가설을 세우는 것과 그것을 테스트 하는 속도의 밸런스의 싸움입니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집중하는 또 한가지 개념은 목적입니다. 목적이 분명하면 우선순위가 결정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을 훈련을 받지 않았습니다. 목적을 정하는 것은 더더욱 생소하죠. 대신에 열심히 일하는 성실함과, 혹자는 기발한 아이디어 창출 능력 정도를 지금껏 쌓아왔을 겁니다. 이런 것입니다. 여기 한 무리의 벽돌이 있어 10분 거리의 새로운 곳에 그 벽돌을 이동시켰으면 좋겠다고 해보죠. 목적이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그 팀은 손으로 옮기게 될 것입니다. 왜냐면 목적이 달성이 되니깐요 ; 성실하게 열심히 일했지 않습니까. 기발한 아이디어 창출이 목적이라면 계속 아이디어를 검토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목적이니깐요. 조금 황당한 설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우리는 이런 식으로 일을 많이 합니다. 오늘 출근을 해서 상사의 지시를 받는 내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있을까요. 이 작업의 결과물에 대한 생각, 고객의 만족도에 대한 생각이 앞설까요 아니면 성실하게 일하겠다, 혹은 말을 잘 듣겠다, 점수를 따고 싶다, 내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 세상을 놀래키고 싶다, 다음 인사철에 좋은 평가를 받아야 될텐데, 출근했으니까 어떻게든 하루를 떼우자라는 생각이 앞설까요. 두어가지 생각이 물론 중복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자잘한 감정들도 머릿속에서는 하나의 목적이 되고, 그 목적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들이 만들어집니다. 상사의 명령이 말이 안되더라도 나의 목적이 말을 잘 듣는 것이면 결과를 떠나 시킨 일만 하게 됩니다.

자, 만약에 어떤 신입사원이 옆에 막노동을 하시는 분들과 상의를 하더니 갑자기 그 분들이 모든 벽돌을 옮겨주기 시작하셨다고 해볼까요. 신입사원한테 아니 어떻게 한 것이냐라고 물으니, 글쎄 자기가 회계를 볼 줄 아는데 사무실 분들에게 회계를 두시간 동안 무료로 도와주겠다고 얘기해줬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론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회사의 자원을 써서 회사 직원들과 이 벽돌을 옮겨야 하는데 인부를 고용하자니 추가로 비용이 들어가고 게을러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야 말로 가장 적은 자원을 써서 가장 많은 일을 하게 되었고 그야말로 리카르도의 무역이론처럼 서로 윈윈하게 되었다고 해볼까요. 목적이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잘 써서 어떤 방법으로든 벽돌을 옮기는 것이었다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협업이었을 것입니다만, 회사를 다녀보신 분들은 저희가 그런 식으로 일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차라리 벽돌을 옮기고 나서 인부를 고용하는 비용보다 큰 돈으로 회식을 합니다. 회사의 자원, 회사의 눈치, 그리고 잡다한 목적들이 행동의 한계를 규정짓는 것입니다. 이를 단순히 월급쟁이들은 주인의식이 없어서 창의력이 부족하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우리의 뇌는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해 매우 구체적으로 작동하거든요. 창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적을 늘 생각해야 합니다.

목적을 얘기하면 아주 큰 목적을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작은 단위의 목적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내가 인류를 돕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고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야겠죠. 그런 생각만으로도 사람은 창의적이 되니깐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한 단위의 일들을 결정할 때마다 그 건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하찮아 보이는 목적일 수도 있어요. 예컨대 저희만해도, 결과물이 불분명한 연구 프로젝트들을 몇건을 진행했습니다. 목적은 브레인스토밍, 우리의 능력 파악, 연구 대상의 난이도 파악, 그리고 모든게 실패해도 팀웍 다지기가 가능했던 것들이 있습니다. 그 시간에 더 생산적인 걸 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더 긴 그림에서의 목적은 일년 안에 팀웍을 충분히 다지고 최대한 다양한 사업분야의 가능성을 검토하며 내부 알고리즘들을 정리해가는 ‘준비과정’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정의한 1년안의 가장 큰 실패는 팀웍이 깨지는 것이었죠. 그런 목적 하에서 한두달이 걸리는 연구과제를 수행하는게 분명히 큰 비용이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가장 적절한 순서였던 것 같습니다. 목적이 분명했으니깐요.

만약 목적이 없었다면 무엇보다 초조해졌을 것입니다. 이걸 왜하고 있는 거지, 이러다가 아무것도 못 만드는 것 아닌가, 누구의 탓인가, 이런 생각들이 먼저 들었겠죠.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목적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익숙치 않은, 또 훈련조차 받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선생에게 복종을 배우고 교수에게 복종을 배우고 선배에게 복종을 배우고 군대에서 제대로 복종을 배우고 후배들에게 복종을 조금 가르치는가 하더니 다시 신입사원이 돼서 효율적인 복종을 배웠습니다. 꿈이란 걸 구체적으로 가다듬어볼 틈도 많지 않았습니다만, 인간이란게 위대해서 여전히 많은 이들은 자신의 꿈을 애타게 찾고 다듬어 갑니다. 하지만 목적을 설정하고 그것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문화적으로도 조금 냉정하게 느껴지고, 기껏 한두번 훈련을 받은 것이라곤 대학입시나 토익 같이 매우 단편화된 성취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저는 길거리에서 헌팅을 하는 젊은이들이야 말로 목적과 액션의 일관성과 강렬함이 느껴집니다. 오늘 저 이성과 반드시 자리를 마련하겠다, 그러기 위해 나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시가 급하다! 라는 강력한 목적성. 그래서 놀아야 성공한다고 하는 걸까요. 그러니 제가 얘기하는 목적이란 꼭 황홀할 정도로 위대하고 포괄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 젊은이들이 당최 무슨 쫓기는 마음으로 그 이성들에게 끌리는 지는 인류의 미스테리죠. 허나 분명한 것은, 납득이 가능한 강렬함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내가 출근해서 지금 당장 컴퓨터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목적을 가지고 결정을 할지 아니면 망연히 사는대로 생각하며 흘러갈지 하는 것은 굉장히 큰 차이입니다. 헌팅을 하는 청춘같이 뜨거워야 리서치를 하고 자신을 꾸미며 누구를 어디에서 만날지 결정을 하고 가설을 세우고 전략을 세우고 실천을 할 것 아닙니까. 물론 저는 여러분에게 짧은 글을 드리고 두물머리를 알렸으면 하는 바람과 목적으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하

조금 다른 얘기지만 큰 그림에서의 창업 목적을 창업자 스스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캐럴 로스의 ‘당신은 사업가입니까’라는 책을 권해드립니다. 책 표지에 ‘모든 예비 사업가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이라고 되어 있는데 동감합니다. 창업자의 목적이 멋있어 보이는 것이라면, 자기도 모르게 멋있어지는데에 모든 에너지와 우선순위가 집중될 것입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면 돈에 집중이 될 것입니다. 돈이 안되는 일은 화가 나겠죠. 돈이 반드시 법보다 앞서는 날도 오게 될 것입니다. 또, 돈이 가족보다, 친구보다, 스스로의 인격보다 앞서는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반면 인격이나 관계가 은근히 자신의 주목적인 사람이라면 사업을 안하고 관계에 치중하게 될 것입니다. 사업에서의 길은 사막처럼 너무나 다양한 갈래길이 있기 때문에, 목이 마른지 배가 고픈지 애인이 보고 싶은지에 따라 매번 가는 방향이 결정이 될 것입니다. 창업을 하는게, 솔직히 말해, 짜증나는 상사를 벗어나기 위해, 일을 덜 하기 위해, 눈치 보는게 싫어서, 출근하기 싫어서, 일이 너무 재미 없어서 라면, 원했던 소원들은 하나씩 이뤄집니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짜증나는 상사 대신 짜증나는 고객을 얻게 되거나, 일을 덜 하긴 하는데 백수이거나, 눈치는 안 보는데 벌이는 적고 몸은 엄청 고되거나, 출근을 하고 싶어도 못하거나, 일이 재밌기만 할 뿐 엄청 외롭거나… 설정이 되어 있는 목적은 묘하게 이뤄지지만, 그 구체적인 건을 제외하고는 훨씬 짜증나는 상황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반면에, 짜증나는 상사여도 좋고 일을 더 해도 좋고 눈치 봐도 좋고 주말도 없이 출근해도 좋고 일이 재미 없어도 좋으니 우리 어머니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드렸으면 좋겠다, 라는 목적이라면 그 소원도 그런 방식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한때 유행했던 시크릿 책의 내용처럼, 목적을 만들어두면 우리 뇌가 자꾸 그것을 이룰 방법을 생각해주거든요.

저의 강렬한 목적은 ‘일을 열심히 해보고 싶다’ 였습니다. 그 전 직장에서 일을 열심히 안해서가 아니라, 조금더 목적성을 분명히 느끼고 더 유연하게 큰 일을 기획해가며 혼을 다 쏟아부을 정도로 일해보고 싶다라는 점이었습니다. 매출 등 규모의 문제만은 아니었습니다. 상사의 문제도 아니구요. 그저 내가 읽고 배우고 생각한 것으로 다다를 수 있는 고객과 시장의 폭을 더 넓혀 더 열심히 일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현명하게, 조금 더 빡시게… 하는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돈이 안벌리고 일을 열심히 하고 있어도 불만이 없습니다. 다만, 이건 조금 위험한 생각이 될 수 있죠. 열심히만 일하고 돈은 못 벌 수 있으니깐요. 하지만 큰 규모의 사업으로 발전을 시켜보는 것이 저에겐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고로 사업의 빠른 성장은 제 목적을 이루는데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 한가지 목적은 정말 멋진 사람들과 일해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건 그 자체로 하나의 대목적이었습니다. 물론 그래야 내가 더 열심히 일할 조건이 되지 않을까 하는 무의식도 있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함께 이뤄내는 일의 위대함을 좋아합니다. 배울게 있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는 즐거움이야 말로 삶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 아닐까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과 호흡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을 후회 없이 평생 반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저의 업, 카르마를 찾는 길이었습니다.

조금 더 저희 사례로 풀어본다면, 저희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는 일반 대중이 금융상품을 더 효율적으로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과정이 많아서 가끔 깜짝 놀랄 때도 있습니다. 왜 이런 것들은 고쳐지지 않았을까하는 고민들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우쭐함과, 복잡한 알고리즘에 대한 매혹을 느껴 사잇길로 새게 됩니다. 심혈을 기울인 것을 곱씹고 있노라면 우리의 것이 최고 같고, 고객의 편이보다 우리의 개발 과정에 더 빠져들게 됩니다. 그럴때 목적을 분명히 합니다. 어디까지나, 일반 대중이 금융상품을 더 효율적으로 편리하게 쓸 수 있기 위한 가장 좋은 솔루션을 고민하는데에 에너지를 할애하는 것입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경영진의 업무는 하루에 처리해야할 일 100가지 중에 97가지를 버리는 선택의 연속이라고요. 저희는 아직 라이브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아 늘 일정의 여유를 가지고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는 편입니다만, 한편으론 대다수의 좋은 아이디어를 버리고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기도 합니다. 즉 우선순위를 만드는 룰 자체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선순위를 규정할 규칙은 반드시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편의, 팀원간의 눈치, 퇴근 시간, 실현 가능성, 분위기, 폼, 이런 것들은 후순위의 룰이 되어야겠죠. 목적성과 상반된다면 과감히 쳐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가설을 세우는 일은 죄가 되지 않습니다. 영 민망하다면 항상 ‘이것은 가설인데’라고 전제를 달아주어도 됩니다. 일반 대중이 금융상품을 사용하며 불편하다는 것도 가설이고, 우리의 방식이 해결해줄 수 있을지도 하나 하나가 전부 가설이지요. 밀어붙여볼만한 가설인지 또 가설을 세웁니다. 우리의 기술력이 충분한지 가설을 세우고, 시간이 얼마나 들지 가설을 세우고, 비지니스 모델들을 하나 하나 가설의 탑으로 쌓아나갑니다. 누가 욕을 할 수 있을까요, 가설일 뿐인데요. 가설이 실패한다면 다음 가설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검증을 해나가며 배우다보면 누구도 들춰보지 않은 지뢰찾기 도면처럼 가설의 길들이 또 열리게 됩니다. 비지니스의 세계에서 그런 지뢰찾기를 목적의식을 가지고 수없이 반복하고 있는 사람들을 창업가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시행과 착오, 그것을 위한 가설에는 이렇게 분명한 목적이 들어가야 합니다. 가설이 없으면 가설 없는 시행과 검증 없는 착오의 연속일 뿐입니다. 이것은 참 큰 낭비입니다.

굳이 창업을 하지 않아도 많은 소중한 시행착오를 해볼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인생지사 시행착오는 어떤 방식으로든 비용을 주고 어디선가 배워야 할 필수 과목들입니다. 우리들은 대부분 회사에서 3~4년에 걸쳐 이런 규칙들을 배웁니다. 불성실하거나 부도덕한 사람은 신뢰를 잃는다는 점뿐만 아니라 일을 잘하는 방법들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시간을 들여 배우게 됩니다. 그게 꼭 창업을 통해서일 필요는 없습니다. 창업을 통해 ‘개고생’하다 보면 더 빨리 배울 것이라는 점도 어찌보면 신화입니다. 더 큰 조직이 일 배우기는 더 좋을 수 있습니다. 남의 시행착오를 구경하고 흉내내볼 교자재가 많지 않습니까. 사람끼리 쓸데 없이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 서로를 배려하지 못하는 일,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일, 적절히 양보하는 일 등은 전부 창업 이전에 배워야 할 일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일상적인 시행착오가 창업이라는 가뜩이나 어려운 프로세스를 어마어마하게 방해할 수도 있으니깐요. 실제로 창업에 실패하는 꽤 많은 사례들은 사업의 실패 이전에 인간의 실패가 많습니다. 사장이라서 그런 것을 다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언니여서 동생들이 다 컨트롤 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순박한 발상입니다. 윽박과 권력으로 사람을 부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윽박과 권력 밑에서 하루종일 찌푸리고 있던 사람들이 가장 쉽게 하는 착각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창업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신 분들은, 목적성을 가진 시행과 착오의 즐거움을 아시는 분들일 겁니다. 그 ‘맛’에 대한 욕구가 가슴 속에 점점 커지다가 어느날 나도 모르게 사표를 쓰게 된다지요. 이런 목적성을 가진 사람들의 생산성은 통상 훨씬 뛰어납니다. 아마도 지금까지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아무리 외쳐도, 조직과 자본의 효율이 더 앞섰던 시대였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들이 경제를 주도하는게 당연했지요. 하지만 자본과 조직보다 개개인의 생산성이 더 앞서나갈 수 있는 시대가 여러가지 이유로 활짝 열려가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고, 비단 대박이 아니더라도 정말 다양한 강소기업들의 생태계가 형성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3~40 년을 얼마나 분명한 목적을 추구하며 살 수 있을지를 설계하고 자신의 업을 찾아가는 과정을 체계화시켜 보시는 분들을 마음 속 깊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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