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정보나 그러한 정보의 분석 능력을 동반하지 않아도 되는, 일반적이고 거시적인 규칙들만 가지고 장기적으로 투자에 성공하는 방법들이 있다.
첫째는 싸게 사는 것이다.
싸게 사는 데에는 ‘아직 비싸지지 않았는데 비싸질 것을 알기에’ 싸게 사는 방법이 있는데, 이에는 밸류에이션이나 세계적인 트렌드들에 대한 예측이 필요하다. 여러 방법들이 나와있지만 (가치투자식 접근, 피터린치식 유행상품 분석 등) 전체적으로는 압도적인 정보와 분석 능력을 동반하는 편이라 생각되어 이 부분은 제해보자.
우리가 더 관심 있는 부분은, 어떤 자산이 갑자기 특정한 이유로 똥값이 됐을 때 사들인 이후 제값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는 방법이다. 이 역시도 수많은 프로들이 접근하는 분야이다. 부동산 시장에는 경매시장이 있고 채권시장에도 정크본드나 distressed debt, 채권추심업 등이 있다. M&A 시장등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복잡한 것을 분석하는 것보다, 인내심만으로도 충분히 접근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런 시장 현상이다. 일반 마트에서도 떨이에 반값할인 상품들을 살 수 있는게 이 같은 원리인데, 이렇게 저렴하게 자산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fire sale 이라고 부른다.
특정 자산이 싸졌을 때는 분석이 어려운 특정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모든 자산이 싸지는 구간에서는 분석이 필요 없다. 경제적 패닉이 와서 가격들이 폭락하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현금이 있을 것’과 ‘배짱이 있을 것’ 두가지이다. 투자에서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큰 기회는 반드시 이런 대대적 자산가격 하락 시기에 발생하고, 따라서 모든 투자전략의 핵심에는 자산가격 하락 시기에 현금을 보유할 수 있는 전략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음모론 중 하나는, 큰손들이 일부러 자산시장 폭락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가격이 빠지다보면 패닉에 빠진 대중들이 자산을 헐값에 던지게 되고, 현금을 보유한 이들은 그것을 사들이기만 하면 몇 년 후에는 훨씬 더 지분이 많아져있기 때문이다. 시장 폭락이 의도됐던 아니던, 그 이후 발생하는 현상은 정확히 그대로다. 부자들도 현금이 없어 부도의 물결에 휩쓸리기는 마찬가지이지만, 현금을 남겨놨던 이들은 부자던 아니던 아주 쉽고 간편하게 부의 급진적인 상승이 이뤄진다.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는 셈인데, 착한 사람에게 혹은 부지런한 사람에게 이뤄지지 않고, 오직 현금을 남겨둔 사람에게만 유리하게 이뤄지니 얄궂다. 자본시장은 거래당사자들의 자유의지에 의해 유지되고, 자유의지에는 패닉 속에서 시야가 짧아지고 모든 것에서 도피하고 싶어지는 공포감이라는 본능이 도사리고 있어 건강한 의지를 압도하는게 현실이다. 정의를 떠나서 자본시장 안에서는 영원히 유지될 중력 같은 힘이다. 이를 극복해야만 한다.
위의 음모론 때문인진 몰라도, 경제적 위기는 10여년에 한번씩은 반드시 반복된다. 사이클이 조금 늦을 때는 어김없이 더 많은 대중들이 영원한 부의 환상에 휘말려 현금 한푼을 남겨놓지 않고 죄다 투자하게 되고, 그럴때마다 더 큰 재앙이 그들의 자산을 몰수해간다. 이 10년 주기의 사이클을 준비하는 사람은 반드시 ‘싸게’ 살 수 있고, 분위기 좋다며 분위기를 믿는 사람은 100% 이 사이클의 희생양이 된다.
싸게 사야 한다. 그러기 위해 현금성 자산을 준비해라. 어떠한 경제적 위기에도 큰 손실 없이 신규 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을 따로 준비해놔라. 50년 후엔, 그 때의 한번의 준비성으로 운명이 바뀔 수 있었음을 평생 아쉬워하며 살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