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고 싶다면, 일상적 배짱을 먼저 체크하라

사업을 하다 보니, 팀을 꾸리고, 일을 추진하다 보니, 가끔은 배짱에 대해서 생각한다.

사업을 하다 고통받거나, 악순환을 타는 경우 중에 90% 이상은 감히 배짱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달리 말하면 멘붕이 너무 빨리 오는 것이다. 멘탈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식이다.

사업을 하다가 아는 형이, 아는 친구가, 혹은 팀원이 속상할 얘기를 했다. 투자자가 가멸차게 거절했을 수도 있다. 멘붕이 된다. 하루이틀 정신 못차린다. 속상해서 술을 먹거나 밖으로 맴돈다. 일이 안잡힌다.

이런게 일차 멘붕이다.

일은 더 늦어지고, 주위의 신뢰도 붕괴된다.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다닐 수도 있지만 점점 그럴 자리도 없어진다. 더 멘붕.

이런게 이차 멘붕이다.

겨우 정신차려서 어떻게 어떻게 멘탈을 부여잡고 사업을 진행하지만 마음 고생이 심해서 조금씩 삐뚤어진다. 남탓을 하거나 세상을 못 믿게 된다. 이런게 파생된 장기멘붕이다.

그런 사람들은, 사업은 역시 힘들어, 사업은 할게 못돼, 사업을 이끌어가는게 얼마나 대단한건지 알아? 라고 말하며 다니고, 공통점으로 직원들이 말을 안듣는다거나 고객들이 진상이 많다거나 남의 돈 먹기가 하늘에서 별따듯 힘들다거나 어쩌고 저쩌고 사업가를 대단한 희생양이자 구세주인 것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사실은 멘탈의 문제라는 생각을 한다. 멘탈이라고 하면, 멘탈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하므로, 순수한 배짱 문제라고 해보자.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수많은 멘붕의 상황이 올 것이다. 믿던 선배한테 쌍욕을 먹을 수도 있고, 엄청난 행정적 실수로 눈앞이 노래져봤을 수도 있다. 체력이 다해서 진정한 멘붕이 올 수도 있고, 믿던 회사한테 배신당해서 멘붕이 올 수도 있다. 인생이 그러하다.

그런 것을 이겨낼 정신력이나 배짱이 없는 사람이 사업에 더 맞는 체질일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사업가 체질이어서 직장 생활이 더 안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봐라. 멘탈이 약해서, 배짱이 약해서 직장에서 못 견디겠다라면, 사업가는 어쨌든 직장인보다 멘붕의 여지가 많다. 몇번만 멘붕이 되면 한없이 바닥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더 많다. 매번 상처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하루하루를 건설적으로 살아갈 순 없다. 누가 칼을 잡고 훅 들어와도 씩 웃을 수 있는 경험과 배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남 보기엔 별 것 아닌데 사장으로서 아찔한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직장생활하며 눈앞이 노래지는 경우들을 수없이 맞이하다 보니 (트레이더 였다보니 더욱) 그런 것에 면역이 생겼다. 손실한도를 연속으로 맞고 며칠간 거래 정지를 당하며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멘붕이 왔다가 매매 재개시 한날 다시 손실한도를 맞고 쌍욕을 처먹을 때면 이렇게 내 커리어가 끝나는 구나 생각도 들었고, 몇달 동안 돈을 제대로 못 벌면 출근하는 길도 퇴근하는 길도 곤욕스러워 어떤 멘탈을 가져야할지 답을 찾을 수 없었고, 실컷 벌어둔 돈을 몇초만의 실수로 혹은 오판으로 다 날리고 나면 꿈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정말 일반인이라면 견딜 수 있을까 싶은 수없는 충격을 맞이했다. 트레이더들 중 95% 이상은 이런 스트레스성 멘붕으로 고생하거나 회사를 그만두고, 혹자는 정신병원을 들락거리기도 한다.

돈으로 치자면 트레이더가 더 큰 멘탈이 필요했을 것이지만, 사업은 돈 외적인 스트레스도 많다. 그런 스트레스에 무릎 꿇어버릴 멘탈이라면 사업을 하며 채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실패할 수 있다. 비지니스 모델이나, 준비된 자금이나, 자신의 각오에 앞서서, 자신의 멘탈 체크를 꼭 해보기를 바란다. 직장인은 멘붕을 넘기고 오면 사이어인처럼 한층 성장할 가능성이 높지만, 사업가는 멘붕의 끝이 없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허리가 부러질 정도가 아니라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지만, 사업은 허리가 부러질 가능성도 있기에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특히나 젊은 친구들은, 넘치는 끼와 체력에도 불구하고, 배짱의 문제로 넘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친했던 코파운더가 어느날 크게 싸우면서 온갖 인격적 모독을 하더니 저주를 퍼붓고 나갔다고 해보자. 아마 그렇게 만들만큼 평소에 내가 침착성을 못 지켜서 상처를 줬을 가능성이 많다. 또한 상대방도 나름의 멘붕의 덫에 걸린 것일게다. 또 그것을 지켜보며 나는 멘붕을 피해가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애초에 지혜롭게 해결하고 매번 작은 것들을 양보하고, 작은 상처들은 눈 감고 넘어가며, 큰 상처 앞에서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없다면, 팀원들간의 작은 멘붕들이 무한 피드백 룹을 만들어서 귀가 찢어지도록 굉음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런 지경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필패의 길이다.

배짱을 키울 방법은 결국은 경험이다. 특별히 담대하지 않더라도, 주먹을 백대 맞아본 사람은, 누군가한테 맞는 것이 크게 두렵지 않은 법이다. 고작 해봤자 백대 중 한대이기 때문이다.

배짱을 키우고 담을 키우기 위해서 남을 위해 일해보고 큰 조직에서 일해보는 것도 강추한다. 조직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피해 도망친다면, 어딘가에서 몹시 상성이 안 좋은 스트레스를 통해 결국 같은 것을 배울 가능성이 크다.

글쓴이

julius chun

안녕하세요 천영록입니다. 저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핀테크 스타트업 (주)두물머리를 창업한 기업가입니다. 또한 선물옵션 트레이더 출신이라 투자나 금융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읽어주셔서 늘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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