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에게 자산을 맡긴다?

지점에서 아무개 은행원의 말을 믿고 내 소중한 자산을 전부 위탁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길가던 사람을 붙잡고 대리운전을 맡기는 행위와 비슷하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두가 인지하는데도, 바뀌기는 쉽지 않다.

대단히 많은 사람이, 은행을 신뢰하고, 그래서 은행원을 신뢰하고, 그래서 은행원이 내뱉는 말을 신뢰해서, 은행원이 추천한 상품까지 신뢰한다. 이런 신뢰관계의 형성이 꼭 큰 문제가 아니던 시절도 있었다. 20년 전이다. 은행원을 알아야만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은행원을 알아야 예적금을 좋은 금리에 넣을 수 있었고, 좋은 상품을 추천 받을 수 있었고, 경제가 돌아가는 것을 자문 받을 수 있었고, 또 금융인을 알아야 좋은 투자를 할 수 있었다 (혹은 어쨌든 그렇게 믿었다). 정보와 인맥이 독점 되던 인터넷 이전의 세상에선 말이다. 그리고, 증권 쪽은 워낙 삭막한 투자의 세계로 그때도 무지막지하게 피해자가 나왔지만, 예적금 투자는 상당히 짭짤한 결과로 이어졌다. 눈에 보이는 거대한 사무실과 거대한 사옥이 없으면 아무것도 믿지 못하던 시절, 인터넷 업체는 상장도 되기 이전의 시절, 그 위엄으로 우리를 압도하던 금융권들에게 우리 국민이 바치던 사랑과 충성은 대단한 것이었고, 어느 정도 정당화가 되었다. 여러번 크게 사고가 났어도 어찌 어찌 결국은 안전보장망이 있었다.

그때도 투자에 대해선 전문가라 할만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좋은 브로커를 만나서 부자가 됐다는 사람을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꼈다. 정보와 인사이트는 인터넷의 뛰어난 블로거가 연봉 4억짜리 애널리스트들을 앞지른지 오래됐고, 큰 손들은 금융권을 찾지 않고도 HTS 를 통해 거래를 한다. 수많은 고수들이 금융권의 시야에서 조차 사라져 아주 깊숙한 재야로 숨어들어갔고, 지점들은 보란듯이 무너져갔다. 정보의 부재, 네트워크의 부재, 지혜의 부재 모두 한몫을 했다. 이건 투자전문가인 증권업의 경우고, 그보다 못한 은행권은 애당초 없던 식견을 조금도 메꾸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은행을 찾아서 내 미래를 예언받길 원한다. 21세기에도 무당을 찾듯, 우리에겐 하나의 종교가 된 것이다.

 

금융인들은 내게 종종 말한다. 투명함? 합리성? 너희 서비스가 왜 망할건지 알아? 바보야, 금융소비자는 ‘병신’들이야. 아무런 생각이 없고, 절대로 투명한 것도 합리적인 것도 원하지 않아. 그냥 병신처럼 주워담아서 병신처럼 깨지고 또 병신처럼 찾아올걸?

잔인한 얘기다. 그리고 장담컨대 이 글을 읽고 있는 금융인들은 찝찝한대로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이에 대한 내 반론을 얘기해보겠다.

맞다, 60% 이상은 그렇게 금융인을 믿고 종교처럼 행동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영원히 그렇게 살것이란 생각은 아주 큰 착오다. 그것은 20년전의 관습이 지금까지 흘러왔을 뿐이다. 기술의 발달과, 시대의 변화로, 금융은 반드시 바뀔 것이다. 사람들의 행동양식이, 사람들의 인지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그 60%가 100%인양 착각하고, 그 100%가 영원히 100%일 것이라 착각하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생각이다. 사악하기 까지 할 정도의 어리석음이다.

증거는 나머지 40%의 움직임에 있다. 한때 똑같은 논리로 일반 소비자들도 비교나 분석 없이 전자제품 전문점에 찾아가서 얘기해주는 대로 믿고 사던 시절이 있었다. 가격비교 사이트는 그런 ‘병신’들 때문에 영영 비지니스가 안되리라 여겨졌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분석적이다. 반드시 비교를 하고, 내 눈으로 보고, 공부하고, 이해한 후에 움직이고 싶어한다. 어떤 이들은 직접 공부하지만, 어떤 이들은 사람을 공부해서 믿을만한 사람을 따를 뿐이다. 모두 봉일 수도, 모두가 영원히 봉일 수도 없다. 우리는 진실을 찾아가는, 생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금융상품을 제대로 분석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분석하고 싶은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다. 되려 너무나 많다. 세상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비교해서 선택할 수 있는데 인생에 가장 중요한 금융투자만 점쟁이 같은 사람들한테 신탁 받듯 해야 한단 말인가, 라며 제도권의 금융권에 지치고, 짜증나고, 경멸까지 더해지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난다. 기술이, 환경이, 새로운 금융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무의식에서 외쳐주기 때문이다.

금융상품의 분석이 어려운 이유는 복합적이다. 원체 많은 정보가 뒤섞여 있어 제대로 된 투자자문을 해주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첫째다. 그렇다고 자격증 시험에 합격한 아무나 찾아가 돈을 맡길 논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두번째는 공급자가 소비자를 바보로 여기고, 소비자도 스스로 바보라 여겨서다. 더 좋은 금융상품을 고르기 위한 노력과 결과에 충분한, 아주 많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나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께서, 은행원이나 증권맨의 말을 믿고 금융상품에 가입했다고 하신다면 땅을 치고 눈물을 흘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어머니는 냉장고를 사기 위해서도 몇시간을 상품들을 비교해보고 예산을 점검해보신 후, 흡족한 수준의 상품을 고르실텐데, 은행을 찾아가서 ‘요새 잘나간다’는 상품을 그 사람을 믿고 가입해버린다면, 금융의 종교화에 속아버리는 것이다.

 

http://www.elsresearch.com. 요새 타임라인에 많이 올리니까 지인들은 지겨우실 법도 하다. ELS 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수 있다. 우선 ELS 로 시작을 한 이유는 선의의 피해자도 많을 것이고, 워낙 복잡하면서 장점도 많이 갖춘 상품이어서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모든 금융상품의 비교분석과, 합리적인 포트폴리오의 추천을 드리고자 한다. 이유는 설명한대로다. 고객을 봉으로 생각하는 금융권에게 혁신을 기대하긴 힘들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은 혁신적 중소기업이 하는 걸 재빨리 따라해서 짓밟는 속도와 센스는 있다. 우리가 짓밟힌다면, 역으로 고객들은 조금 더 훌륭한 서비스를 받는 날이 왔다는 반증일 것이다. 우리는 스파크가 되고 싶다. 모두가 짓밟고 빼앗고 싶어하는 뜨거운 스파크를 일으킬 수 있다면, 금융권 안에서 해내지 못했던 일을 마무리한 느낌이 들 것 같다.

금융을 사랑한다며, 금융의 미래를 꿈꾼다고 외쳤던 신입사원때의 꿈이 마무리된 느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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