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의 중국경제 경착륙 의견에 대해

조지 소로스와 위안화 숏에 대해 어설픈 의견을 남겨볼까 한다. 참고로 나는 시장을 떠난지 한참이 됐는데다가, 애초에 환율 시장에 대해선 그리 밝지 못하므로 크게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쓴 의견은 아니다.

소로스와 몇몇 헷지펀드 매니저들이 위안화 숏(공매도 => 똥값 되는데 베팅)을 친 모양이다. 지금 뉴욕에서 위안화 롱(매수, 숏의 반대)을 들고 있는 매니저는 없다는 얘기들을 한다. 99%가 숏이라는 인용도 봤다. 그런데 저런 경우는 없다. 만약 중국 정부 혼자서만 롱을 들고 있고, 실제 모두가 숏을 치는 명명백백한 숏 장이라면, 할말 없다. 런던 파운드화 숏이 그런 상황이었다. 오만한 정부가 시장을 무시하다가, 불 보듯 뻔한 운명에 끌려다니다가 무너졌다. 지금도 그런 상황일까? 아닐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풀어보겠다.

불과 2014년 1월, 즉 24개월 전까지 전 우주의 모든 펀드매니저가 위안화 롱이었다. 숏 거래를 잡을 방법마저 주어지지 않았다. 위안화가 주구장창 강해질 것은 숙명 같은 분위기였고, 그 속도가 늦어지는 유일한 이유는 중국 정부가 아주 느긋이 위안화 강세를 억제해가며 허용했기 때문이었다. 오바마의 최대 과제 중 하나는 중국에 가서 제발 위안화의 빠른 강세를 시장에서 허용할 수 있게 협상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중국에 빚진 4000조원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경상수지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싶은 동기가 더 컸다. 중국의 저렴한 가격이 낮은 위안화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압도적이었기에 미국은 양질의 물품을 싸게 구입하는 대가로 실업자가 줄어들질 않고 있었다. 멘붕이었다. 중국이 어서 빨리 강세가 진행되어야, 미국도 수출로 제조업을 부흥시킬 여지가 있었으니까. 중국에 직접은 못 팔더라도, 해외에서라도 가격 경쟁력이 더 생길 수 있을 터였다. 그래서 모두가 중국의 영리하고도 교활한, ‘조절된 위안화 절상’ 전략에 감탄했다. 자본주의 국가가 아닌 척하며, 모든 전략가가 꿈꾸는 완전한 백년대계를 자기들 마음대로 꿋꿋이 진행해나갔다. 만약 기회가 돼서 약세라도 되는 날엔 중국에선 파티가 열릴 판이었다. 무엇보다, 중국으로선 포기하다 시피 한 4000조원의 미달러 국채를 팔아 제낄 수도 있는 꿈같은 상황일 것이었다. 이상적인 위안화 롱 베팅 기회다. 오를 일 밖에 없는, 그런데 너무 느리게 올라서 압박이 쌓여가는 통화. 소로스도 위안화 롱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 위안화를 최대한 약세로 만들기 위해 저 4000조라는 외환잔고도 발생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위안화가 오를까봐 미국의 빚을 4000조나 인수해준 것이다. 돌려받기도 힘든 돈임을 인지하면서도, 자국의 제조업의 내실을 다지는데 쓴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1년반만에 모든 헷지펀드 매니저가 숏으로 갈아타게 되었을까?

전세계의 경제가 쪼그라들긴 했다.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었고, 대부분 수출 중심 경제들의 수출이 줄어들었다. 중국에게도 타격이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중국의 문제이기 이전에 모든 선진국의 문제라는 것이 선후관계에, 인과관계에 맞는다. 중국에서는 작년 일찌감치, 자칫하면 6.8% 수준의 성장율을 기록할까봐 덜덜 떨었다. 결국 6.9% 수준의 성장을 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하긴 어렵다, 최소한 반년에 한번이라도 경제 뉴스를 접하는 사람에겐. 마윈은 이렇게 얘기한다. ‘6% 든 5%든 어마어마한 성장율인데, 서양 사람들 당신들이나 쳐걱정하라고, 마이너스 성장날 판인 사람들이 말야. 중국인은 미국인과 달리 꾸준히 저금하며,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상황이 좀 다르다 이거야’ 그렇다 한들 중국의 수입이 급격히 줄어든 것도 세계경제에 엄청난 타격이고, 중국의 수입이 줄어든 것도 세계경제가 얼마나 허약해졌는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한마디로 중국이 잘못한 건 없지만 유일한 희망이던 중국이 흔들리니 벌벌 떠는 격이 됐다. 전세계적인 디플레이션도 걱정거리다. 그렇다 한들, 그건 내수가 튼튼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문제는 전혀 아니다. 더욱이 4000조의 썩은 채권을 손실 없이 털 수 있게 된 중국에 지금 국운이 정말로 오는 느낌이란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아마도 헷지펀드들이 숏을 친 이유는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데에 있을 것이다. 짐작 가는 투자가설로는 중국인들이 자국내의 돈을 들고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금이 급격히 탈출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모습을 뉴욕에서 어떻게 확인했을 수 있다. 헷지펀드들은 아주 정확한 그림을 확인하기 전엔 저렇게 극단적인 베팅을 하지 않는 만큼, 실제 중국인들의 자금 이탈이 아주 극심했으리라고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금의 이탈 자체가 위안화의 약화로 이어졌고, 향후 그것이 가속화 된다면, 헤지펀드들의 푼돈이 합류를 하건 말건 위안화의 ‘경착륙은 방지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방어하기 위해 자국내의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역외에서 금리를 대폭 올려 헤지펀드들의 숏 포지션 자금비용을 올려버리자 그 포지션들이 홍콩달러로 넘어왔다고 하는 것 같다.

이런 그림은 물론 자기실현의 가능성이 있어서 위안화에 대한 전망을 위태롭게 한다. 실제 차트를 보더라도 위든 아래든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꽤나 높아졌다. 단기적으로는. 더군다나 명료한 추세를 그리는게, 뉴욕의 99%가 숏이라고 할만큼 깔끔한 중기 추세선 이탈의 양상이긴 하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두려움에 빠진 해외 중국 동포들이 급격히 자금을 빼돌리며 98년 러시아에서의 불법 자금 이탈과 같이 어마어마한 환압박이 발생하리라는 생각인 것 같다. 게다가 이 바닥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라면 98년의 모습과 비슷한 모습들이 있다. 러시아는 자국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실제 러시아의 부정 부패한 재벌 및 관료들은 엄청난 달러 자금을 스위스로 불법으로 빼돌리고 있었다. 이 부분을 간파한 헤지펀드들은 러시아의 블러핑을 까발기고 짓밟아 죽여 결국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연결시켰다. 부정 부패한 엘리트들의 자금 이탈과, 해외 엘리트 사회에서 이런 현상을 포착한 것이 러시아와 닮았던 것 아닐까? 그때의 데자뷰가 고스란히 떠올라서 위안화가 끝났다는 투자 가설을 세운 것 아닐까.

정리하자면 소로스 등 헤지펀드들은 두가지 가설을 세웠다고 나는 가설을 세워본다. 첫째, 중국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오고 있다. 둘째, 앞으로 중국인들이 더더욱 자금을 격렬하게 빼돌릴 것이다.

그런 투자가설이 맞다면 나는 반론하고 싶다. 첫째, 중국 자금을 빼돌릴, 부정부패 인사의 척결은 계산된 전략이었다는 점. 주지하다시피 정부는 부패를 척결하는 동시에 위안화 약세를 동시에 이룩했다. 만약, 서민의 자본이 아니라 엘리트들의 자본의 이탈에 뉴욕 헷지펀드 매니저들이 촉각을 곤두세운 것이라면 (아마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고) 그건 자발적 이탈이 아니라 토끼몰이 당한 일부 부패 세력들의 이탈일 수 있다. 러시아의 건과 다른 점이 그것이다. 컨트롤 가능할 뿐 아니라 한편으론 두손 들고 반길 일인 셈이다. 이들이 미국에 가서 중국 망할 거 같다고 소문 내고 다닐 이유야 충분하다. 쪽팔리니까.

둘째, 향후 중국인들이 멘붕이 와서 자금을 빼고, 덩달아 위안화의 주변국 화폐들이 덩달아 휘청이며 엑소더스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 역시 반박하고 싶다. 재외 중국인들이 되려 순수히 애국의 목적으로 자금을 본국으로 송환할 가능성은 왜 없겠는가. 한국 등 이웃국은 이미 환투기에 면역력이 높아져 역으로 강력한 지역 스왑 계약으로 정면 돌파할 가능성도 많다. 중/ 한일을 어떻게든 갈라놓고 싶은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헷지펀드가 이런 사태를 일으키는게 멘붕일 것이다. 동북아가 이합집산으로 무너질 분위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내가 충무로 옥탑방에 묻혀서 신문도 잘 안보는 탓일 수도 있다.

환율을 생각하면 지금 중국 지수는 매력적이다. 지금부터 사면서, 더 떨어지기를 기도하며 준비한다면, 10년 후에는 재산이 몇배가 불어나 있을 것이다. 내 말이 맞아서 소로스가 그러한 판단을 한 것이라면, 고결하고자 했던 그의 삶은 말년에 위안화 잘못 숏쳐서 결국은 모든 걸 잃은 불우한 도박꾼의 삶으로 조롱 받을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른 판단기준을 가지고 숏친거면 나도 모르겠다.

글쓴이

julius chun

안녕하세요 천영록입니다. 저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핀테크 스타트업 (주)두물머리를 창업한 기업가입니다. 또한 선물옵션 트레이더 출신이라 투자나 금융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읽어주셔서 늘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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