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에 관하여

나도 가끔 잠이 안 올때가 있다.
트레이더를 하며 배운 인생의 교훈 중 하나는, 포지션 사이즈에 대한 것인데, ‘잠이 안 올 정도면 포지션이 너무 크다’ 는 것이다. 그럴땐 답이 없다. 잠이 올 정도까지 줄여야 한다. 이것을 sleeping point (수면점) 라고 부른 사람도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 포지션이 너무 커서 흥분감으로 인해 균형감을 잃을 수도 있겠고, 잠이 안 온다는 것 자체가 무의식의 경고일 수도 있고, 어쨌든 잠을 못 자면 신경이 녹아내려서 더이상 트레이딩을 할 수 없기 때문도 있을 듯. 때로는 실수가 떠올라 잠이 안 올 수도 있고, 때론 내일 대박 날 거 같아서 잠이 안 올 수도 있다. 때론 정말 작은 트레이딩 사이즈였다 생각했는데도 시장이 너무 크게 움직였을 수도 있지.
어쨌든 이 sleeping point 는 내가 편안함을 느낄 정도의 공간, 내가 최고효율을 발휘하는 균형감과 집중력을 유지하는 미세한 정점이다. 잠 따위가 트레이더에게도 그토록 중요한 정보이다.

트레이딩을 떠나 배운 한가지는, 내게 걱정을 안기는 수많은 요인 중 상당수는 외부환경이라는 것이다.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분야에 대한 걱정.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을 나의 circle of influence 라고 해보자. 이 밖의 것들은 사실 전부 통제 불가능한 영역의 문제이다. 걱정 해봤자다.
트레이딩에서 겪는 수면점 문제는 내 포지션에 circle of influence 외적인 요소가 너무 많이 침투해서 발생하는 걱정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이 내 삶을 너무 통제하게 만든 것. 이것이 내가 잠 못들던 이유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만 걱정을 하는 것이 이롭다. 의사결정자로서는, 이러한 외부 환경들을 검토해서 우리의 일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장치를 해놓으면 그만이다. 그 후에 지진이 일어날지 전쟁이 일어날지는 내 통제 밖의 문제이므로 내 걱정거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식으로 살면 걱정거리가 내 뇌용량을 벗어날터. 가장으로서는 외부환경이 극악하게 흘러가도 우리 가족이 행복할 헷지를 마련해놓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다.

내가 걱정하는 부분은 사실은 내 통제 안에 있는 실수다. 몇년이 지나 돌이켜보면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지금 나의 능력으로 충분히 더 쏟아부을 최선이 있었고, 이미 다 배운 지혜의 여지가 있었음에도, 작은 집중력이나 의지의 부족으로, 즉 내 통제의 실수나 부족으로 인해 큰 일을 망쳐먹는 것. 그런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이 걱정은 circle of influence 외의 것보다 결론을 내기가 쉽다. 새벽 세시에 이런 생각이 들면 벌떡 일어나 처음부터 검토하고 놓친게 없는지 조금더 시간을 쏟으면 된다. 지진 걱정은 아무 일을 못한채 밤을 새야 하니까, 행동으로 옮길게 없지만, 나의 최선에 대한 문제는 언제든 개선의 여지가 있다. 그것의 결여만이 후회를 남길 것이기 때문에.

지금 내 생각이나 내 노력의 방향이 더이상의 여지가 없이 최선인가. 부끄럽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남의 역사엔 몰라도, 내 역사엔, 내 가족의 역사엔 남을 정도의 진심인가.

최선을 다했다면 모든 외부환경이 뒤틀려도 살아남을 여지가 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라면 다음 기회에도 최선을 다할 수 없을 터. 그것으로서 한계를 입증하는 셈이다.

다들 잠 푹자고 각자의 circle of influence 안에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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