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트레이더 현직 테크 기업가의 아주 투박한 미래관측

2016년. 앞으로 30년간 도대체 무슨 일이 다가오고 있을까.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은 앞으로의 세월에 어떻게 준비를 할 수 있을까.

 

나는 예측하는 일을 좋아하진 않는다. 미래는 진심으로 알 수 없기 때문이고, 그런 불확실성 자체가 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경우의 수는 언제나 무한에 가깝게 많고, 그런 우발성이 역사를 꾸준히 만들어간다. 그런 것을 자로 잰 듯 계산하는 척 하는 사람은, 그런 것을 좋아하는 특정 대중을 현혹시키고자 스스로 망상의 영역에 들어간 것처럼만 보인다. 일종의 자뻑이다.

 

하지만 나는 트레이더라는 직업을 살아오며 미래를 늘 상상한다. 그 경우의 수들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것이 트레이더라는 협소한 삶에서 배운 가장 큰 훈련이다. 매크로 트레이더들은 큰 트렌드들을 읽고 그에 대한 베팅을 하여 돈을 버는 종족들인데, 그들의 세계관을 한 문장으로 얘기하자면 “내일 비가 올 것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날씨가 궂은 것을 관측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내년에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일 것이라 예측하는 일은 큰 틀에서 무의미하다. 다만 요새 부동산 방문객이 부쩍 줄었고 거래량이 말랐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향후 도래할 내년의 모습에 큰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이거나 저거나 똑같겠지만, 사실은 선무당과 학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자신의 영역이 아니면 치밀하고 치열하게 관측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디테일이 없고, 컨텍스트가 없어서 새로운 정보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다. 설령 자신의 영역인 지식체계라 해도 맥락이 무너진 정보를 마구잡이로 갖다 붙이기도 한다. 정갈하지 않은 논리를 펼 수 있게 하는 힘은, 아무런 논리라도 일반인에겐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새롭고 자극적인 논리를 붙이기만 해도 여러모로 세속적 득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아주 깊은 관찰력은 희소한가보다.

 

트레이더는 기본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다. X 를 받아들여 Y 로 이어내는게 논리라고 해본다면, 트레이더들의 Y 는 거래할 수 있는, 혹은 투자할 수 있는 영역에서 수익률이 최대화될 수 있는 사회현상이다. 목표가 분명하다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기자들이나 여타 지식 전달자처럼, 남이 흥미를 가지고 알아갈만한 얘기를 전부 다루자면 Y의 종류가 너무나 많아진다. 모든 종류의 흥미성 글이나 논리를 생각하게 된다. 반면 트레이더는 뚜렷한 경제현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들에 대해 길게 곱씹지 않는 경향이, 또 직접적인 유인이 있다. 대신 경제에 영향이 줄 것으로 보인다면 누구보다 깊이 파헤친다. 예로 교수나 학자는 Y 값이 자신의 해박성이나 아이디어의 독창성을 인정 받는 것일 수도 있다. 트레이더는 그런 것들을 포함하지만 그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어서, 독창적이든 아니든 경제적인 최적화에 집중한다. 단점은 지나치게 좁은 현상에만 집착할 수 있다는 것이고, 장점은 관찰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겠다.

 

그래서 가볍게 향후 30년을, 우리들의 경제적 건강의 최적화 관점에서 내가 사고 가능한 영역에서 다뤄볼까 한다.

 

지금 인류의 경제는 장기적으로 크게 네가지의 아주 복잡한 압력을 받고 있다. (나의 시야가 충분히 넓고 깊지 않으므로 그저 하나의 제안일 뿐이다)

 

가장 표피적인 것부터 다루자면 첫째는 마이너스 금리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인류가 집단으로서 경험해본 적이 없는 현상이다.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워런 버핏 마저도 이런 양적완화의 정책기조가 초래할 앞날에 대한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제원리의 근간이 전부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다. 애당초 무조건적인 경기부양이라는 것이 경제원리의 근간을 전부 무시한 정책이었으니 이제부턴 그 미지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나의 기존의 상식으로는 시장에서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몇가지 형태에 국한된다. 증시 변동성의 급증, 증시의 장기 하락 압력, 채권 금리의 폭등, 주요 자산군의 상관관계 폭등 내지는 폭락… 그런데 과연 이렇게 예측 가능한 혼란이라면 예측 불가능한 혼란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이라 안했던가. 알 수 없는 것을 자꾸 안다고 하면 안되는 일. 다만 시장이란 것은 항상 최대다수의 뒷통수를 치기 위해 움직인다.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다. 단순한 디플레이션 구간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심화되는 현상 정도라면 어떨까. 증시는 매년 조금씩 더 빠지고, 은행에 넣어둔 돈은 자꾸만 역 이자가 빠져나간다. 돈을 빌리면 자꾸 이자가 빠져서 빚이 적어진다. 엉망이긴 하겠지만 현금 보유로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일 것 같다. 또는 언젠가는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자산시장에 상승 압력이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대응에 따라서 어떤 국가는 초인플레를, 어떤 국가는 장기 디플레를 겪는 등 온갖 소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 누구도 글로벌 저금리 시대를 해결할 뾰족한 혜안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유일한 해법은 자산군의 적당한 배분에 있다. 디플레 상황이 온다면 현금이 반드시 왕이다. 저금리여서 은행에 돈 넣어두는 사람이 가장 손해 같고, 빚을 안 내는 사람이 가장 손해 같겠지만, 전국민이 돈을 꾸는데 부자들은 현금을 쌓아두는 세상에서 만약 ‘최대다수의 뒷통수를 치는’ 경제현상이 촉발된다면 절대로 어리석은 최대다수와 손을 잡고 있어선 부자가 될 수 없다. 현금이 아닌 모든 것의 가치가 휩쓸려 나갈 수 있다. 혹은 매우 천천히 아주 오랫동안 아주 고통스럽게 가치를 녹여내릴 수 있다. 반드시 이렇게 되지 않더라도, 이렇게 되었을 시에 패가망신하는 일을 막기 위해 전 자산의 30% 이상을 현금으로 들고 있는게 그리 큰 손해는 아닐 것이다.

 

적당한 배분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급격한 펀더멘탈의 변화와 함께 가격 변화도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때 침착하고 느리게 대응해야 한다. 예컨대 부동산이 첫해에는 10배가 오르고 그 다음해에 1/1000 토막이 나버린다면? 과장되긴 했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는 세계가 오고 있다. 첫해에 현금 가치가 10%가 날라가고 그 다음해에 20배가 상승한다면?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화폐시장이 오고 있다는 것 뿐이다. 어떤 것도 과신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나 허망하게 훅 갈 수 있다. 아니, 반드시 굉장히 많은 이들이 허망하게 훅 갈 것이다. 대단히 상식적이라 생각된 자산군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말이다.

 

두번째 압력은 인공지능에 의한 압력이다. 전체적인 경제구조가 바뀌어갈 것인데, 아주 빠른 속도로 급변할 것이다. 이런 때에는 그 기술의 본질을 전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응용분야를 잘 공부해보면 충분히 변화의 흐름에 맞출 수가 있다. 산업혁명으로 친다면, 물론 공장기계를 만드는 기술자가 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겠지만, 공장으로 인한 대량생산등이 초래할 사회현상을 생각하여 사업을 시작하여도 금전적으로는 더 큰 득일 수도 있다. 2차 산업혁명 때 꼭 철도를 깔고 자동차 공장을 세울 필요는 없다. 자동차가 많아지면 함께 커갈 산업들을 고민하고, 철도로 인한 인류의 이동이 가속화되면 생겨날 새로운 기회들에 대해 생각하여도 무방하다. 다만 모든게 다 지나가고 말 유행이라며 멍하니 앉아 있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 내가 하는 일만 괜찮으면 되지라며 직장 동료들과 오늘 아침 뉴스나 떠들고 있으면 안된다. 모든 부자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곳에 잘 서있어서 부자가 되었다. 적절하지 않은 곳에 서 있다면 죽어도 부자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다고, 모두 운일 뿐이라고 설득해봤자 벗들은 속일 수 있어도 자기 자식과 손자들을 속일 순 없다.

 

인공지능에 의해 여러 직업군이 사라질 것이다. 전체적인 인류 모두에게 행복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특정 계층에게는 대단히 큰 도움이 되고, 특정 계층에게는 대단히 큰 재앙이 될 것이다, 모든 기술이 그러했듯이. 어느 계층에 서있을 수 있을지는, 지난 산업혁명들과 달리 예상하기 더욱 어렵다. 국적도, 교육수준도, 부의 수준도 아닐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는 대박나는데 옆집 친구는 쪽박이 나는 대혼란의 시대, 대기회의 시대일 것이다.

 

특히 인간이 하는 노동의 대다수가 대체 되어감에 따라 감성이나 취향의 경제가 거대해질 수 있다. 하지만 소위 산업역군이 남아도는 것이 더 풍부하고 건강한 문화 생활로 이어질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단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세상이 될지, 장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세상이 될지 모르겠지만, 일이 더 줄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월급은 인간끼리의 경쟁으로 이뤄지고,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탐욕은 상대적인지라 끝이 없다. 다수가 불행할 때까지 서로가 서로를 약탈하는 구조가 자본주의의 핵이었다. 하지만 자본주의 마저도 21세기에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트레이더로서는 이 점이 가장 큰 호기심의 영역이다. 자본주의의 태풍의 한 가운데서 트럭을 몰고 다니는 것이나 다름 없는 트레이더에게, 이 시대의 끝은 여러 의미로 기대가 된다. 이것이 바로 세번째 압력인 자본주의 체제내의 부의 양극화 현상이다. 부의 양극화는 이 시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제나 자본주의는 양극화를 추구하도록 도와왔고, 내재적인 보호장치가 전혀 없었다. 그 끝은 극단적 양극화 외에는 없다. 부자의 소득을 뜯어내서 균형점까지 대중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부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니까, 쉽지 않은 문제다. 다만 늦추는 일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떨까. 자본주의가 더이상 지탱할 수 없는 수준의 양극화로 몰려가면서 이제껏 생각 못한 많은 문제들이 대두될 것이다. 초대형 재난으로 사회문제가 전부 백지화되지 않는 이상은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가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사실을 잘 아는 사람들이 있어 초대형 재난을 기대하고 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당분간은 집을 포기한 사람이 고급 화장품을 사고, 미를 포기한 사람이 고급 음식을 먹는 등의 일시적인 순환효과가 일어나겠지만, 끝없이 순환시킬 순 없는 노릇이다.

 

네번째 압력은 환경변화에 대한 압력이다. 환경변화는 임계점에 와 있다. 환경 보호자로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환경의 파괴는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유지 불가능한 극한점에 와 있고, 그에 비해 사회적 인식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이는 반드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환경이 100년 후에 붕괴되더라도 상관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00년 후에 붕괴하는게 사실이라면, 앞으로 10년 20년 안에 어마어마한 트렌드들이 생겨날 것이다. 생선 등 자연 생물의 포획이 전면 금지되고, 단백질 생산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길 수도 있다. 현존하는 공장식 목장이 전부 망하고 훨씬 비효율적인, 하지만 인간적이고 공감이 가능한 목장의 형태로 바뀔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렇다면 목장 농지의 가격상승이나 도심토지의 가격하락 등은 자명한 경제현상이기도 하다. 이런 컨센서스가 다른 트렌드와 함께 공명한다면 탈도심화 등의 트렌드가 가파라질 수도 있다. 드론 등으로 인한 유통혁명도 이를 지지할 수 있는 현상이다. 확실한 건 환경을 주테마로 하여 많은 것이 바뀌어나갈 것이라는 점 아닐까. 폐로 숨을 쉴 수 없는 도심으로 인류가 영원히 더 응집하지는 않을 것이다.

 

천박한 답을 찾자면, 자기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것이 좋다. 내가 레고를 좋아한다면, 이 모든 현상들이 레고 같은 취미생활 속에서 최적의 힐링을 얻을 수 있는 큰 트렌드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마음에 솔직해 져야 한다. 맑은 하늘, 맑은 공기가 좋다면, 시골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혼자 가는게 아니라, 엄청난 인구가 조만간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자녀와 행복하게 사는게 좋다면, 그 마음에 솔직해져볼 필요가 있다.

 

솔직하지 않은 사람은 핵심을 보기 매우 힘들다. 핵심을 보지 않는 사람이 생존하기 점점 어려운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3억을 투자하고 3억을 대출한 집한채가 나의 모든 행동을 제약하고 있다고 해보자. 역으로, 그 3억으로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지, 그 중 나를 행복하게 할 일은 무엇인지를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생각하지 않는다면, 생각하지 않은 댓가를 톡톡히 치뤄야 할 것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세상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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