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고 하는 글로벌 투자 (2) 저금리 저성장이라는 지긋지긋한 단어

저금리다 저성장이다 얘기가 많다. 200년만에 처음으로 디플레이션 구간, 마이너스 금리가 올 것이라 하니 윗세대의 조언도, 윗윗세대의 조언도 훌륭한 나침반이 되기 힘들다. 오히려 윗세대들의 오래된 지혜에 가장 역행하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많다. 저금리 얘기 지겨우면 패스해도 된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이슈를 두가지만 여기서 다뤄보자.

첫째, 저금리 상황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손실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둘째, 그 시나리오를 제외한 채 만들어진 금융 투자의 가설들은 무엇이며 얼마나 위험한가.

결과적으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어떤 것들을 재검토해보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고, 그것을 알아야만 전략들을 재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디플레이션.png

우선 디플레이션, 즉 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지 살짝만 살펴보자. 최근 우리는 급격한 음식료 물가 상승을 경험하고 있고, 주택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그러니 실감이 잘 안간다. 위의 그림은 70년대부터 연간 10% 이상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을 겪고 있는 나라들의 비중과 0% 이하의 인플레이션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 비중을 보여주고 있다. 붉은색이 디플레이션을 경험하는 국가들의 비중이다. 그림으로만 봤을 때에도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더 유행이 되어가는 국면임이 느껴지지 않는가.

물가상승률과 금리, 무역수지, 재정수지 등은 아주 대표적인 거시경제 지표이다. 실제로 주축이 되는 숫자는 몇개 되지 않는다. 다만 그것들이 상호간에 얽혀 있는 양상이 매우 복잡할 뿐이라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몇가지만 알아두면 좋겠다.

coins-1015125_1280.jpg

물가상승률은 돈을 많이 찍어내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시중에 돈이 많으면 발생하는게 인플레이션이다. 현재는 돈을 많이 찍어내고 있는 구간이다. 물가상승률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돈을 줄이거나, 금리를 높이면 대체로 통제가 된다. 물가상승률은 적당하고 자연스러울 때 가장 아름답고, 치솟을 때 가장 고통스럽다. 그래서 낚시줄을 풀듯 조심조심 물가상승률을 2~3%에 두면 통제가 쉽다. 자전거 바퀴를 제자리에 세워두고 균형을 잡는 것보다, 아주 느리게 굴리며 균형을 잡기가 더 쉬운 것과 비슷하다. 모든 사업은 매년 메뉴판에 적혀 있는 가격을 바꿔야 하고, 인건비에 대한 예산을 짜야 하는데, 2~3%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가격이 올라가면 계획이 쉽고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사회가 안정되는 편이다.

정부에서는 돈을 살짝 찍어내되, 모든 물가나 월급이 그 수준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구간을 만들면 된다. 한편,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때 한국은행에서 기준이 되는 금리를 올리면, 물가상승을 걱정하는 사람들마저도 은행 저축이 꽤 괜찮은 대안이 되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점점 저축을 늘려가고, 돈을 아껴쓰면, 소위 시중에 돈이 줄게 된다. 돈의 가치는 올라가고 물가는 상대적으로 내려간다. 간단한 메카니즘이다. (실행은 어렵지만)

그래서 금리 자체가 물가라는 고통지수를 잡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된다. 정부가 대체로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은행간에 돈이 오고가는 가격 (금리)을 가운데서 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채를 찍어서 또 시중 자금을 통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금리에 간접적 영향을 미쳐 물가를 조정한다. (매우 압축적인 설명이긴 하지만…) 금리가 5% 일 때, 물가상승률이 목표 상승률인 예컨대 3% 보다 낮다면 금리를 4%로 살짝 낮춰서 인플레이션을 일으켜주고, 물가상승률이 조금 높을 때는 금리를 6%로 살짝 올려서 물가를 잡아주면 된다.

그런데 물가상승률의 반전이 하나 있으니, 경기가 심각하게 안 좋을 때는 물가가 다 하락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편의점에 도시락을 5000원에 마련해놨는데 아무도 안 사서 4500원, 4000원, 3500원으로 계속 떨어뜨리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아무도 안 산다’가 경제 전체에 확대되면 물가가 떨어지며, 생산자도 고생이고, 편의점 알바도 짤리고, 결국 편의점도 문 닫고, 그러면 편의점 사장은 소비를 줄이고, 그러면서 또 다른 편의점 알바가 짤리고, 또 문 닫고, 악순환이 이어지는데, 이게 문제의 그 디플레이션이다. 악질적인 경기 침체의 그림자다. 이토록 악질적일 때 우리는 이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이럴때 지금껏 간단한 해결책이 하나 있었으니 앞서 얘기한대로 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금리를 낮추면 편의점 사장이 돈 빌리기가 쉬워지고, 알바생 쓸 사업자금 대출이 쉬워지고, 저축을 열심히 하던 사람은 저축의 매력이 적어져서 소비를 조금 늘린다. 그러면 돈이 또 돌기 시작하는 것이다. 문제는, 다들 아시겠지만, 금리를 더이상 낮출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1%대인 금리를 0.5%, 0% 까지 어떻게든 낮춰볼 수 있겠지만 대출을 일으키거나 저축을 포기시킬만큼 충분하지가 않다. 그래도 노력은 한답시고 더 돈을 풀고 더 금리를 낮춰보지만, 경기침체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면 어쩔 수 없는 저금리 기조의 디플레이션 시기가 온다. 소위 총알이 다 떨어지는 상황으로, 풀 돈도 낮출 금리도 더 없다는 것이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지난 몇년간 금리를 과하게 낮춰놓고 돈을 지나치게 많이 풀어둔 중앙은행들은 돈을 결국엔 회수해야 되는데, 회수가 시작되면 스태그플레이션은 미친듯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돈을 꿔서 도박을 하는 중에 돈 갚으라고 찾아온 격이다. 도박을 계속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갚을 수도 없는 경우다.

dragonfly-1729157_1280.jpg

이렇게 되면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데 투자기회는 줄어들고, 물가는 계속 떨어져서 투자자산은 손실을 보는 구간이 온다. 투자를 떠나 사회로 눈을 돌려보면 많은 이들이 직업을 잃거나 연봉을 감축하게 되고, 저축은 커녕 대출을 갚기도 급급해진다. 정말 걱정되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를 염두해둬야 하는 것은,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는 투자 전략들이 대개 인플레이션 구간에 먹혔던 전략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구간의 투자 대응 방법은 간단하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때로는 금리 이상 오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물가에 연동돼서 같이 오르는 경향이 있고 장기 성장률을 가장 많이 향유하는 주식 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된다는 것이다. 주식 자산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는 단 하나, 가격이 휘청이는 변동성 장세가 부담스러워서였다.

헌데 이 이론은 디플레이션 구간에선 완전히 잘못된 투자이론이다. 주식 시장 자체가 물가에 맞춰 매년 5% 씩 빠지기를 10년을 지속한다면, 현금이나 채권을 들고 있는 사람이 수익률이 1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금이나 채권을 들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에는 강력한 원동력이 하나 있는데, 쏠림 현상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소수결의 법칙’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현재의 쏠림 현상은, 저축을 안하고 저금리에 맞게 대출을 일으켜 부동산이나 주식 등 인플레이션 구간에 유리한 자산에 투자를 몰아놨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심지어 투자여력이 없는 사람마저도, 현금을 회피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런데 지금은 논리적으로 현금을 들고 있기에 아주 좋은, 지독한 스태그플레이션 직전의 구간이다. 더 음울한 증거는, 부자들은 다 현금을 모아놓고 있다는 점이다. 30년 장기 채권에 투자를 해놓거나 장기 채권을 발행하여 현금을 마련하는 등 대중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경우 소수에 해당하는, 힘 있는 쪽이 유리한 시나리오가 거짓말처럼 반복된다.

그렇다면 주식을 중심으로 한 투자, 투자를 해놓고 기다리는 투자는, 눈감고 하는 글로벌 투자 (1) 에서 나온 아래의 목표들 중에 4번 정도를 제외하고는 해당 사항이 하나도 없어진다.

  1. 자산이 증식할 가능성이 극대화 되어야 한다.
  2. 장기간에 걸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방법론이어야 한다.
  3. 시장 하락기에 스트레스를 적게 받아야 한다. 손실폭이 크면 포기하게 된다.
  4. 일반인이 이해하고 믿을 수 있을만큼 간단명료하고 직관적이어야 한다.
  5. 하지만 장기적으로 반드시 실현되는 투자원칙들이어야 한다.
  6. 그러기 위해선 데이터로 검증이 가능한, 역사적으로 반복하는 현상이어야 한다.
  7. 역사적으로 반복되지만 헷지펀드나 기관들이 향후에도 악용할 수 없는 원칙이어야 한다.
  8. 10년간 투자 정책을 바꾸지 않아도 스스로 돈이 벌리고 있어야 한다.
  9. 많은 사람이 동시에 이용 가능해야 한다.
  10. 운용역에 따라 혹은 시장에 따라 따라 그때 그때 달라져선 안된다.

우리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얘기이다.

글쓴이

julius chun

안녕하세요 천영록입니다. 저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핀테크 스타트업 (주)두물머리를 창업한 기업가입니다. 또한 선물옵션 트레이더 출신이라 투자나 금융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읽어주셔서 늘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