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고 하는 글로벌 투자 (3) 주식에 장기 투자해도 돈 못벌 수가 있다, 는 다 아는 사실.

사람들은 안다. 주식에 단기투자해서 돈 벌기 매우 힘들다는 것을. 100명 중에 한명이나 벌까? 그렇지만 그 스릴과 설레임에, 나만은,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는 희망에 뛰어든다.

투자를 하다보면 장기투자로 돈을 버는게 그나마 괜찮은 대안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얘기도 많이 듣는다. 삼성전자 묵혀놔서 수백배 번 할머니부터 시작해, 수십년간 단순 적립식으로 수십억을 번 수많은 대중들의 이야기. 시간이라는 고역을 인내하고 나면 승률은 엄청나게 올라간다. 주식에는 배당도 있고, 물가상승률을 쫓아가는 중력과도 같은 인과율이 있으며, 무엇보다 GDP 의 성장을 향유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훌륭한 회사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다면 한 애플 같은 회사가 수백배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할 수도 있다.

나도 한때 주식에 대한 장기투자가 장기적인 자산관리에서 유일한 원칙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래에 소개할 데이터와 차트들을 곱씹어 보기 전까진.

주식상대가격.png

첫째로 소개하는 이 그림은, 선진국 15개국의 주식 밸류에이션을 채권 금리 평균 추이와 비교한 것이다. 100%일 때 주식이 금리대비 가장 비쌌던 구간이고 0%일 때 가장 쌌던 구간이다. 1980년을 저점으로 주식 가격이 비싸졌다. GDP 나 배당이나 이런 것을 다 떠나서, 주식 자체가 그저 더 비싸졌다. 돈 벌기 매우 쉬운 구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만 같은 아래 차트를 한번 살펴보자.

인구생산성 비율.png

인구 생산성 비율이라는 것이다. 35~54세 까지 인생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연령대의 인구와, 0~24세 와 65세 이상 등 생산성이 가장 낮은 인구를 비교하여 비율을 본 것이다. 생산성이 높은 인구가 가장 적던 시절, 1980년대 경에 주식도 저렴했다. 이후 생산성 비율이 올라가며 미국은 약 2000년 경에, 중국은 약 2015 경에 정점을 맞이한다. 앞으로는 생산성이 높은 연령대의 인구가 생산성이 낮은 인구를 점점 더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 밖에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100%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주식이 점점 더 비싸지는 경향이 끝날 가능성이 높은 구간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해서, 우리가 그 리스크를 그냥 짚고 넘어갈 순 없다. 특히나 아주 좋은 대안이 존재할 경우엔.

우선 조금만 더 곱씹어 보자.

현재의 밸류에이션 (가격수준) 을 볼 때, 이 밸류에이션이 고스란히 유지가 된다는 전제하에서 향후 10년 후의 실질 기대수익률을 살펴보자. 인플레이션도 안정적이라고 가정했을 때이다.

cape 지수.png

이 차트는 세계 최강의 퀀트팀이라는 AQR 에서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CAPE 지수를 토대로 계산된 것이다. CAPE 지수란, 지난 10년간 회사들의 수익성이 앞으로도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현재 가격으로 주식 시장 전체에 투자하면 장기에 걸쳐 얼마쯤 벌 것이냐 하는 매우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잣대이다. 노벨경제학자 로버트 쉴러 교수가 고안해낸 간단한 밸류에이션 방법이다. 5~10년에 걸친 수익률은 다른 가정들이 모두 유지된다면 밸류에이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위 차트로 봤을 땐 어떤 자산에 투자하던 연 7% 이상을 벌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여러 주식시장을 섞고, 채권까지 섞는다면 기대수익률은 한결 낮아진다. 3%쯤을 예상하는게 현실적이지 않을런지. 그렇다 저성장과 함께 고밸류에이션의 시기라 돈 벌기 참 어려워 졌다.

그런데 위의 저런 수익률을 확실히 얻을 수 있는 것일까?

과거를 살펴보자. 장기투자의 바이블이나 다름 없는 ‘주식에 장기투자하라’의 저자 제러미 시겔 교수는 30년간 투자를 했을 경우 채권으로는 실질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된 적이 있지만 주식은 단 한번도 없었다는 점을 역설한다. 주식이 장기에 있어서는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 말 덕에 그는 주식장기투자 담론의 종지부를 찍고 일종의 교주로 추앙 받게 된다. 주식 영업인이 고객을 설득하기에 너무나 간단하고 아름다운 연구결과이기 때문이다. 그 이상의 고민이 안 담겼다는 점이 개탄스럽다.

이를 왕 퀀트 중에 한명인 Rob Arnott 이 “The biggest urban legend in finance”에서 반박한다. 예컨대 1803년부터 68년간 투자를 했다면, 그간에 주식 포트폴리오가 채권 포트폴리오보다 수익률이 낮았다는 것이다. 물론 1950년부터 49년간은 주식 포트폴리오가 채권 포트폴리오를 압도하기도 했다. 과연 30년 이상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못 올린다거나 채권만큼도 못 번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를 ‘평균의 함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발은 냉동실에 들어가 있고 머리는 오븐에 들어가 있어도 체온의 평균은 나름 정상일 수 있다. 아래의 차트를 보자. 적혀 있는 해 (예컨대 1981년) 까지 20년간 주식에 투자를 했을 때의 연평균 실질수익률이다. 1960년대에 시작해서 1980년대까지 투자를 했다면 연평균으로는 거의 0%를 벌게 된다. 1980년대에 시작해서 2000년도에 투자를 마쳤다면 연평균 13%를 벌었을 것이다. 이 차트를 보고 있노라면 한마디로 한세대가 주식에 단순히 20년 투자했을 때의 결과는… 복불복이다. 그럼에도 이 차트들의 평균을 쳐서 주식으로 예컨대 연평균 6.6%를 벌었다고 주장하는게 맞는 일일까? 내 돈이라면 이렇게 휘청이는 시장에 단순투자를 해서 기도를 하는게 옳은 일일까?

연평균.png

자료 : (Shiller, darwin fund)

특히 노벨 경제학자 로버트 쉴러 교수는 CAPE 의 높낮이로 향후 수익률을 예상할 수 있다는 얘기를 통해 시장이 장단기적으로 무조건 랜덤하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부정했다. CAPE 지수가 유난히 높던 IT 버블 직전에 시장 하락의 필연성을 예언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쉴러가 정리한 CAPE 수치별 향후 1~10년간의 수익률 평균을 한번 살펴보자.

쉴러.png

CAPE 비율이 낮을 때, 예컨대 5~10 사이에선 향후 수익률이 유난히 좋았다 (5이하는 극단적인 시장 하락의 경우라 좀처럼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시장을 저렴하게 매수하면 돈 벌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반면 CAPE 비율이 45배 가까이 되던 IT 버블 정점에서 투자를 했다면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돈 벌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이다.

참고로 현재 미국의 CAPE 지수는 26이다. 역사적으로 봤을 땐 3~5년간은 아마 마이너스가 날 가능성이 높고 10년쯤 지나야 연평균 3.3% 정도의 수익률로 수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모두 검토해봤을때, 주식에 투자해놓고 묻어두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다소 순박하다. 실제로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2년간 미국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는 연간 1.65% 의 수익을 올렸을 뿐이니 처참한 일이다. 고객들은 당연하게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장기투자를 맹목적으로 믿지 못하는 것이다. ‘더 나은 해법을 가지고 오라’고 끝없이 금융인에게 요구를 하는 이유가, 너무나 정당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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