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동락을 따로 하면 어떨까

기업문화

한 단체 혹은 공동체에서는 ‘동고동락’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작은 이견을 표출해보고 싶다.

나야 말로 동고동락의 우애를 사랑해온 사람이지만, 이게 참 쉽지도 않거니와, 알고보면 꽤나 방해가 되는 요소다. 이쯤만 말해도 무슨 얘긴지 많은 분들이 이해를 하실 것 같다.

나는 엄밀히 말해 동고와 동락은 매우 다른 궁합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단 한신을 토사구팽한 유방의 예를 들지 않아도, 조강지처를 버리는 사람들, 소싯적 친구들 보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을 더 가까이 하는 사람들 등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동고자를 동락자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들을 본다. 함께 군대에서 고생을 하던 형제 같던 전우와 휴가를 나와 술을 마시는데 도저히 상종 못할 놈이네 하는 생각을 해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함께 땀을 흘리고 우애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즐기며 우애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나눠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동고 시기와 동락 시기가 다르다면. 동고자가 동락자가 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동락자가 동고자가 되기 더 힘들다는 것이다. 나도 어릴때 뭔 생각이었는지, 함께 즐기고 함께 놀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고생하면 진정 더 가치있는 일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프레이밍에 어지간히도 갇혀 있어서, 동아리 후배를 모집할 때도 같이 놀만한 애들, 놀면서 마음 맞는 애들을 위주로 동아리를 만들어나갔고, 그로 인해 잘 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실제 추진력을 얻는데 매우 오랜 기간이 걸렸다. 놀 때는 열심히더만 다음날 연습하자 하면 다들 자리에 없거나 하는 식이었다.

회사를 가니 동고동락을 강조하는 문화가 파다했고, 문화적으로 나도 공감이 갔다. 빡세게 함께 일하는 사수나 동료들과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데, 그들과 함께 즐기고 위로하고 긴장을 풀기도 하고 우애를 느끼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놀 때 마음이 안 통하는 동료들과는 함께 일하기도 힘들다고 생각했다. 소위 공동체 의식인 것이다.

점차 이런 생각에 모순이 있다는 의심을 품었다. 일 잘하는 사람이 잘 못 놀때 어찌하느냐라는 화두, 일만 잘하면 됐지 언제까지 같이 놀아주기 까지 해야 되느냐는 고민, 애당초 일할려고 모였는데 왜 이렇게 과외 활동이 많은지 고민이었다. 물론 나는 노는 걸 좋아했지만.

그러다가 창업을 하게 됐는데 우리 팀은 함께 안 논다. 회식 할 시간 있으면 일이나 더 하고 싶다는 주의다. 정 시간을 준다면 그냥 혼자 피로나 풀었으면 하는 분위기 까지 보인다. 그러다 보니 애당초 멤버를 뽑을 때 잘 노는지를 볼 필요도 없고, 그러다 보니 동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고 동고할 수 있는지만을 보게 되고, 정말 동고하기 좋은 인력들만 모였다. 이 친구들과 동락까지 할 날이 오면 좋겠지만, 사실 회사에서 동락을 책임져 줘야 할 필요는 없다. 차라리 그럴 비용으로 휴가와 보너스를 주면 알아서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노는게 훨씬 좋은 복지일 수도 있겠다. 회사나 잘 되는게 그깟 회식보다 훨씬 중요한 셈이 되었다. 물론 회식에서 평소에 오가지 않는 얘기들을 나누며 중요한 커뮤니케이션들이 이뤄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건 평소의 커뮤니케이션 문제지 회식의 장점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회식이 마냥 다 나쁘다고 할 순 없다. 우리도 몇달만에 오늘 회식을 하기로 했으니까. ㅎ

하지만 과도한 동고동락 공동체 문화로 인해 업무능력에 집중된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개인적인 자유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아직까지도 골프장이니 비싼 술집에서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향후의 동고 파트너로 생각하기도 한다. 놀이공원에서 데이트할 때 즐거웠던 그녀가 평생 동고도 즐겁게 해줄 것이라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정말 다르다. 동락의 파트너는 동락 친구로만 생각하고, 동고의 파트너에게 과하게 동락을 강요하지 않고 사는 것이 효율적이다. 동고에도 그만의 위로와 즐거움이 있고, 동락에도 그만의 위로와 즐거움이 있는 법이니까.

노는 자리에서 마음 잘 맞았다고 사업도 같이 할 생각은 하지 마시라 이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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