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에 관한 생각

“성과급 받은 직원이 더 열심히 일한다는 생각은 리더의 착각” 이라는 글을 읽고…

TED 에 유명한 강연 중에 Dan Pink 의 “The puzzle of motivation” 이라는 강연이 있다. 요약하자면 인센티브의 효과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데 특히 창의적인 문제를 풀어야 할 때는 대개 역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노동에서는 분명한 효과를 발휘하곤 하지만 어려운 문제일 수록 마음이 급해지고 편협해져 뇌가 작동 안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일견 납득이 갔다. 또한 90년대 부터 널리 퍼진 고소득군 성과급 몰아주는 풍토에 대한 적절한 반론이었다. 현대의 인재들은 돈만으로 움직이지도 않고 돈으로 움직여서도 안된다는 반증 같았다.

이 영상을 처음 보고 관련 글들을 읽으며 내가 이르렀던 결론이 있었다. 인센티브를 받는 직종들 (주로 영업직종이나 스포츠맨)은 대체로 고도의 노력과 함께 창의적인 실험을 필요로 하기도 한데 그런 직종들에서 인센티브 구조가 잘 작동하는 원리는 무엇일까하는 점이다. 바로 대상자들이 인센을 ‘흘려서 받아들이는’ 업무 자세를 취하기 때문이다.

인센은 분명 가슴을 뛰게 하고 마음을 급하게 하는 대신 반복적인 업무에 활기를 넣어주고 없던 에너지를 끌어올려 앞으로 달려가게 만들어준다. 이런 점들이 역으로 창의적인 일에 방해가 되는 것은 확실하지만, 프로들은 일상 수준에서만 이런 인센을 간접적으로 적용하고 평시에는 금전적 보상에 대한 흥분감을 잊고 다른 동기에 더 집중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거의 일평생을 인센티브를 받는 직장을 다녔다. 트레이더가 대표적이다. 번 돈의 일정 비율을 기계적으로 받는, 거의 자영업 같은 직군이었다. 인센이라고만 부를 뿐 사실은 수익 분배 비율에 다름 아니었겠지만. 여하튼 트레이더들이 아주 자주 겪는 문제가, 돈에 대한 감정적 충동이다. 이 점은 사실 백년전에 나온 책에서부터 마켓 위자드 시리즈에서 까지, 거의 100%의 트레이더들이 겪는, 그리고 극복하는 문제점이다. 돈을 세간의 ‘돈’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잡념과 애착이 너무 많아져 정상적인 트레이딩을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오늘 잃은 돈이면 와이프 핸드백을 사줄 수 있다거나 자동차를 살 수 있다거나 빚을 갚을 수 있다는 그런 연결고리를 상상하기 시작하면 앞서 말한 사고의 협착으로 인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는게 불가능해진다. 도박판에서 사람들이 겪는 그런 멘붕이 오는 것이다.

그래서 돈에 대한 보상은 이 커리어를 밟아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에만 쓰지, 하루하루의 에너지를 돈에서 찾지는 않는다. 오히려 잊기 위해 더 애쓴다. 그래서 부자들이나 투자의 고수들을 보면 한결 같이, 돈을 더 버는 것은 하나의 게임일 뿐이라고 얘기한다. 나쁜 의미가 아니다. 간단한 게임을 하더라도 점수가 올라가면 우리는 충분히 흥분을 하고 집중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게 실제 돈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많은 개념이 담겨서 정신이 혼란스럽다. 차라리 ‘더 많은 점수를 따겠다’, 정도의 개념이 충분히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자신을 동기화를 시켜준다. 스포츠 선수도 마찬가지다. 결승전이 끝나기 1초전 마지막 자유투에서, 이 자유투가 가진 경제적 가치가 몇백억원이라는 생각을 하면 과연 더 집중이 될까? 골프 대회에서 마지막 퍼팅, 권투에서 마지막 라운드, 당구에서 마지막 ‘마무리’…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 압박 속에서도 이겨내는게 정신력이라고들 하지만, 글쎄 프로라면 애당초 그 순간에는 돈을 생각 안해야 평정심을 지킬 수 있다.

평정심을 지키기 위해 프로들은 역으로 인센구조를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반면 기계적이고 일상적인 일, 예컨대 새벽에 일어나 열심히 출근을 한다거나, 주말에도 자기계발을 하는 등의 근성은 인센을 통해 더 강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집중력은 필요 없으나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 실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긴 한다. 한마디로 자기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뻔한 얘기이기도 하다.

근래 문득 든 생각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인센의 금액 규모 자체보다는, 인센의 ‘불확실성’을 더 즐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불확실성을 좋아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사람들이 로또를 사거나, 혼자서 처음 가보는 여행지를 간다거나, 카지노를 가는 이유가 이런 불확실성에 대한 즐거움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상에서도 그러할까? 어느 회사에서 같은 일을 시키며 한쪽은 연봉 6000만원을 주고 한쪽은 연봉 4000만원인데 (겉보기엔 인센으로 포장되었지만) 매년 10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랜덤으로 인센을 준다고 해보자. 사람들은 후자의 경우에 훨씬 만족도와 애착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확실성을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깜짝 파티를 좋아하는 것이다.

첨언하자면 위의 사례에선 한쪽은 평균 소득에 대한 인식이 6000만원으로 고착이 되어서 기대 이상의 금액에 대한 즐거움이 전혀 없고, 다른 쪽에서는 연봉이 약 5000만원으로 고착이 되었는데 때에 따라 추가 보상에 대한 기대감이 마치 로또처럼 일년간 열심히 일할 동기를 주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경영실적에 따라 경영성과급을 주는 것은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세금과 퇴직금에 대한 고려도 있다)

여하간에 성과급에 대한 생각을 오래동안 해왔다. 트레이더들은 성과급을 생각지 않고 일을 하는데, 사실 성과급을 받을 때쯤 되면 혼자 성과급을 전부 계산해보기 때문에 성과급 받는 즐거움이 큰 돈을 받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불확실성’의 요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토익 시험 보고 몇점 나올지 기대하는 것보다도 설레임이 떨어진다.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매일 매일 손익을 쳐다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인센티브의 절대적 크기가 트레이더들 개개인의 삶을 바꿔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사회적으로 공정한지, 그리고 조직적으로 효율의 극대화인지, 그리고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트레이더들끼리 만날 때 아주 친한 사람들끼리는 (특히 성공한 사람들끼리는) 조심스럽게 이 인센 구조에 대한 회의감을 (배부른 소리를) 나누기도 한다. 어차피 줄여나가야 한다는데에 동의를 하는 것이다. 나 같아도 인센비율을 1/5 로 줄이고 차라리 포지션을 5배 이상 더 받는다면 그게 차라리 더 나의 존재가치를 올리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인센비율 자체가 일종의 시장값이다 보니 동료들의 격렬한 반대가 뻔할테고, 때문에 쉽게 꺼낼 순 없는 얘기였지만 말이다.

나의 결론은 사람들이 느끼는 성취감은 돈에서 일정 나오지만 (약 8,000만원까지는 돈에 가장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가 타당해보임)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금전 외적인 곳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게 저번에 한번 소개한 토니 로빈스의 인간의 여섯가지 동기의 것들이다. 안정성이 이룩되고 나면 불확실성과 도전감을 원하고, 그 다음엔 내 존재감을 느껴야 하고, 그 다음엔 사랑과 연결감을 느껴야 하고, 그 다음엔 내 스스로 성장하는 기분과, 마지막으론 남에게 나누는 즐거움을 차례로 성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큰 돈이 이것들 중 다수를 일시적으로 만족시켜 버릴 때도 있다. 하지만 존속 가능한 기업이라면 조직원들에게 삶 전체에 대한 만족감을 하나씩 성취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을 안줘서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무리하게 높은 성과급만으로 끝없이 물질만을 충족시켜 주는 것을 대체할 훨씬 소프트 한 고민들을 얹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 전 회장의 ‘high output management’ 에서도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론을 토대로 사람들의 동기를 이해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나는 회사를 다닐 때 인센이 줄더라도 더 많은 일들을 해보고 싶었었다. 더 성장하고자 하는 다섯번째 동기 쯤에서 한계를 느꼈던 것도 같다. 그것을 충족시켜줬다면 창업을 안하고 회사에 있었겠지만, 그것을 창업을 통해 이루고자 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성과급에 대한 사회적 실험은 이미 배우나 스포츠 선수들 사이에서 많이 이뤄졌다고 본다. 개런티가 낮은 배우도 노년이 될 때까지 즐겁게 일하기도 하고, 팀원의 수백억에 달하는 연봉을 알고 있어도 즐거운 팀웍이 발생하기도 하고, 연봉이 높아도 팀웍이 나쁘면 아무런 성과를 못내기도 한다. 젊은 사람도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고, 나이든 사람도 일종의 임금 피크제처럼 연봉이 떨어지더라도 감지덕지하는 사람도 있다. 돈을 더 번다고 더 열심히 하거나 더 성과가 좋다는 것은 항상 참일 수 없다. 연봉은 결국 사업적인 가치에 의해 결정되면 충분히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 외의 인위적인 조정은 문제를 만드는 것 같다. (물론 이는 고액연봉을 기준으로 했고, 연봉 8,000만원 이하 = 대다수 사람, 의 경우엔 얘기가 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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