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손실의 이유

투자자들의 95%는 ‘체계적으로 손실을 본다’. 가만히 있는 것이 열심히 투자를 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 그래서 대다수의 성공한 투자자는 장기투자를 이야기한다. 장기간 아무것도 안했더니 시간이 돈을 벌어주더라 이것이다.

돈이 벌린 투자자의 다수는 장기 투자자란 얘기는 맞는 얘기다. 단기 투자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절대다수는 손실을 보는 것도 맞는 얘기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장기 투자가 무조건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찍어보자면, 장기투자의 30% 정도만 수익을 낸다 (단기투자는 0.1% 정도만 수익을 낸다). 그러니 장기 투자만 한다고 해서 돈이 벌릴 것이라는 것도 위험한 생각이다. 또한 경험상 직관적이지도 않다.

확실한건 가만히 있으면 중간 정도를 가거나 운이 나쁘지 않다면 꽤 큰 돈도 벌 수 있다. 주식을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보다 똑똑하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텐데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모두가 동일하게 체계적으로 손실을 발생시킬까? 게다가 똑똑한 사람들의 자성능력을 피해서 교묘하게 자기 돈을 까먹을까?

우선 전체의 3할 정도의 역할은 수수료와 제비용인 것 같다. 어떤 주식을 매수했을 때 10%를 벌거나 잃을 가능성이 50:50 로 보이더라도, 비용을 제하면 지는 싸움이다. 꾸준히 거래하면 꾸준히 비용이 증가한다. 수수료와 제비용이 커보이지 않지만, 매도시 세금을 내고, 원하는 호가에 체결이 안되다 보면 일반적으로 거래당 0.5% 씩 꾸준히 손실이 날 수도 있다. 다 아는 간단한 산수다.

간단한 산수를 조금만 더 진행시켜보자. 10%의 손익 가능성이 50:50 으로 보이지만 거래기간에 따라서 50:50이 아니다. 주식은 빠지거나 제자리에 있는 기간이 오르는 기간보다 길다. 특정한 거래기간을 정해놓고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면 돈이 안 벌릴 가능성이 가뜩이나 더 많다.

그러나 이건 정말 다 아는 간단한 산수다. 더 중요한 문제는 간단한 산수를 해보지 않게 만드는 여러 감정과 편견, 편향들이다.
머릿속에 있는 기대수익이 높다면 (예컨대 월 5%라면), 기대수익이 만족되지 않을 (실패한 투자일) 가능성이 자기 마음대로 엄청나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기대수익이 만족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그 전에 벌어둔 돈을 체계적으로 무모하게 투기해버린다. 1% 벌었는데 ‘이 돈으로 뭘하겠어’, 라며 잘 알지도 못하는 급등주에 던져버리는 식이다. 손실을 볼 때까지. 그러니 50:50의 조건을 만들어내는 사람조차 별로 없다.
다른 각도로 살펴보면, ‘특정한 거래기간’ 이라는 개념 자체도 사람들은 매우 체계적으로 오판한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기간과 불리하게 작용한 기간에 대해서 고무줄처럼 마음대로 감정이입을 시켜버린다. 한달만에 수익이 발생하면 끊어버리고, 손실이 발생하면 6달 10달 가져가는 식이라 50:50 확률이 무용지물이다. 모든걸 고려해보면 50:50의 게임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 ‘체계적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인지적 편향은 똑똑한 사람에게 더 강하게 나타난다. 돈을 벌고 있을 때는 거기서 벌린 돈이 모두 자신의 능력만으로 발생했다는 엄청난 자부심이 생긴다. 투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부심을 쫓는 동물이기 때문에 자부심을 느낄만한 흔적은 모두 긍정적으로 재해석한다. 그러나 손실이 나기 시작하면 ‘일시적인 손실’로 치부하고 다시 반등하기 전까지 나의 용기를 시험 당한다고 생각해버린다. 내 자부심을 해치지 않도록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 자체가, 손실이 발생하는 투자자들이 ‘나 몰라라’하고 인지적 부조화를 일으키는 것에 대한 총체적 결과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본인이 그런 인지적 부조화를 경험 중이라면 그 자체로 손실이 만회되기는 매우 힘들다. 본인만이 아니라 모든 패자들이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고, 모든 프로들은 이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공격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느끼는 기본적인 감정 자체가 시장의 선수들이 만들어둔 공장의 가장 주요한 원자재이다.

대다수의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투자를 하지 않고 자기가 기쁘자고 투자를 한다. 그 두가지가 접점을 이뤄야 돈도 벌고 기쁘기도 한데, 그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사람들은 ‘나는 잘못 하지 않았어’, ‘나는 똑똑해’, ‘불행을 벗어나고 싶어’ 라는 감정이 극대화되도록 행동한다. ‘여기서 돈을 벌려면 무엇을 하는게 가장 합리적이고 전략적인가’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수익이 났다고 해보자. ‘여기서 돈을 벌려면…’ 내가 생각한 최초의 전제들이 맞았거나 혹은 내 생각 이상으로 맞았거나 아니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추가적인 호재로 인해 돈이 벌린 것이고, 내 최초의 생각들이 맞기 시작했다면 앞으로 더 맞을 가능성이 다소 늘어났다. 하지만 ‘나는 똑똑해’를 증명하려면 지금 거래를 끊어버리고 돈을 챙기는 것에 유혹을 느낀다.
손실이 났다고 해보자. ‘여기서 돈을 벌려면…’ 내가 생각한 최초의 전제들이 틀렸으므르 새로운 것이 나타나거나 혹은 더 좋은 전제들이 증명되고 있는 투자처와 비교분석해서 옮겨탈지 말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잘못 하지 않았어’, ‘여기서 인정하고 싶지 않아’, ‘끊었는데 올라가면 불행해질 것 같아’, ‘남들이 날 놀리면 어쩌지’ 라는 감정들이 판단을 방해한다. 더 기다려보는 쪽이 후회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밍기적대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다. 대신 돈은 벌지 못한다.
변동성이 높은 종목을 거래하다보면, 최소한 10번에 한번은 큰 돈을 벌어보게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손실이 났어도 ‘나는 똑똑해’라는 신념의 충동이 나를 유혹하게 된다. 이렇게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나니까, 앞으로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라고 철저히 믿게 된다. 투자를 분산하지 않는 사람들도 결국 ‘내가 똑똑해’라는 증거를 극대화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내가 맞다고 생각했으면 최대한 베팅해서 벌어야 더 똑똑하게 느껴질 뿐이다. 머리로는 분산투자를 해야됨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몰빵한다.

이런 감정들은 투자를 제외한 모든 것에서 아주 중요한 감정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라는 말처럼, 우리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하면 훨씬 행복해진다. 나의 과거 선택이 옳았다고 믿으면, 작은 태도의 차이로 세상이 달라진다.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나의 직업, 나의 배우자, 심지어 나의 자녀마저도, 이미 바꾸기 힘들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믿기만 하면 다소 더 행복해진다. 신념의 차이, 마음의 차이가 행복을 좌우한다. 그것이 건강한 삶의 기본이다. 다만, 투자에서는 그것이 계좌를 해치는 주범이 된다. 내가 무얼 잘못했고 무얼 잘했는지를 밉상 상사처럼 계속 채찍질해야만 되는데, 그것이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와 여엉 어울리질 못하는 것이다.

지난 글에서 길가는 사람의 40%는 좋은 투자자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자질은 첫째는 배우는 자세이다. 배울 자세만 되어 있으면 나쁘지 않은 투자자가 될 수 있다. 내가 모른다고, 그래서 배워야 한다고만 생각해도 좋은 시작이다. 그런데 금융권에 입사하는, 투자를 시작하는 다수의 사람은 여기서 탈락한다. 내가 잘나서 조금만 배우면 내 엄청난 감각과 직관과 빼어난 전략으로 시장을 압도할 것이란 최면에 걸린 사람들이 99%다. 이 중 10% 정도는 언젠가 조금 더 배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만, 쉽지 않다. 자료와 선생은 천지에 널려있다. 그러나 요상할 정도로 똘똘한 친구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 환상으로 인해 아무것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이 역시 우수한 모범생에겐 중요한 요건이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경지에 오르는 것이 성공한 인생의 기본이다. 그러나 투자에선 그렇지 않다. 배워야만 그 복잡한 영역에서 수익근거의 자취를 찾을 수가 있다. 너무나 거짓 흔적이 많아서 멘토 없이 성공할 수 없다, 죄다 도깨비불이다. 숨겨져 있기 때문에 돈이 되는 것이므로, 한 개인의 능력으로 독자적으로 찾아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두번째는 의외로 독립적인 사고이다. 사람들은 자기 스타일을 중시하는데 비해 남의 얘기를 너무 많이 듣는다. 깊이 알지 못하면서 넓게 줏어듣는 것이다. 남의 스타일을 배우되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듣고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소리 같지만 이게 어찌나 애매하고 힘든지 95%가 익히지 못하는 영역이다. 대다수는 하나의 스타일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한채 이 사람 저 사람의 가벼운 결론에만 안달이 나서 읊고 다닌다. 모 박사님이 이런 얘기하시던데, 아닌데 그 분이 그러시던데, 하는 식의 연속이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성공한 경험’이다. 조금씩 돈을 벌어본 경험만이 나의 자극적인 편향을 교정할 수 있다. 그게 적금이어도 좋다. 벌리면 벌었다고 기뻐하고 몇달간 몸에 그 승리의 기분을 안정시켜야 된다. 멋 모르고 지르면 패가망신한다. 패가망신하고 나서 형님말이 맞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너무 늦은 것 같아서 어쩔 수가 없네요, 하지 말고 제발 성공투자의 습관을 기르자. 자신을 위해 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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