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투자를 통해 성공한 분들을 찾아다니며 여러 질문을 해왔습니다. 성공에 가장 절대적으로 중요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언제 어떤 계기로 성공이 시작되었는지, 모든 사람이 참고할만한 절대적인 진리는 없는지.
논외로 제가 얻은 결론 하나는, 경제적, 물질적 성공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인정받고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희망에 더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인정, 존중, 사랑이니깐요. 롯데캐슬에 사는 것 그 자체만으로는 우리가 목숨 걸고 도전할만한 일은 아닌 셈이죠. 그와 결부된 모든 사회적 시선을 원하는 것일 겁니다. 다만 이 시대에 그것을 얻는 방법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경제적 성공입니다.
안타깝게도 경제적 성공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갈 순 없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경제적 성공에 실패한 사정을 딱히 따뜻하게 배려해주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입니다. 성공이 그 사람의 인격을 말해준다고 믿는 것은, 실패 역시 그 사람의 인격을 말해준다고 믿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런 풍토가 바람직하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각자 처한 환경에서 더 좋은 정보와 지혜를 얻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건강한 노력을 할 필요를 느낍니다. 그것이 경제적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정신적 심리적 성공에 더 중요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경제적인 성공을 위해 가장 급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학교로 치면 초등학교와 중학교 수업에 해당합니다. 습관이 되고 나면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쓸 수는 있으나, 처음에 이것을 알지 못하면 영영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만나고 대화해본 자수성가 부자들의 99%는 이것의 중요성을 침이 마르게 설명했습니다. 자녀들에게도 침이 마르게 설명하곤 하죠.
이미 들어보신 내용, 식상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부자들은 되려 ‘아무리 설명해도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인지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한탄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원칙‘입니다. 그런데 원칙에 대해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식상한 주제라며 이 글을 닫으시기 전에 이것만 생각해보세요. 원칙은 과연 ‘지혜로운 해법‘에 가까울까요 ‘근거 없는 고집‘에 가까울까요? 당연히 전자라고 생각하시겠죠? 맞습니다. 그러나, 저는 부자들의 원칙은 생각보다 ‘고집‘에 가깝다고도 생각합니다. ‘가풍‘ 같은 것을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풍은 특별히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는 진리가 아니라, 무엇만큼은 절대 하지 말고, 무엇만큼은 최소한 지키고 살자는 일종의 근거가 약한 원칙의 선언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렇습니다. 부자 중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또 많은 부자는 일과를 매우 늦게 시작합니다. 밤에 일하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는 사람들도 많아요. 어느 쪽이든 성공하는 케이스가 많은 것으로 봐서 그런 원칙들은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직종마다 업종마다 환경이 다르니 자신에게 맞는 것을 잘 찾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저 자신이 결론 내린 원칙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더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잘못된 결론이라도, 굳건히 믿고 지킨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멀리 가더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원칙‘의 재미난 한 이면입니다.
물론 모든 부자의 원칙에는 대단히 중요한 논거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면에서 깊은 지혜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만큼 그 논거 자체의 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매일 아침 자기가 싼 오줌을 마시고도 건강해지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것이 알고 보면 매우 비위생적인 습관이어서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 정도로 극단적인 습관이 아니라면 뜻밖에 위약 효과가 막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상당히 괜찮은 원칙’이라면 그것을 믿고 따르는 행동력이 훨씬 큰 영향이 있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진 않겠습니다. 이미 자기계발 서적 등에 많이 다뤄진 내용입니다. 저희는 다른 관점으로 한번 살펴보도록 할게요.
영화 월스트리트 1편에 보면 주인공이 아버지와 고든 게코에게 두 가지 상이한 원칙을 배웁니다.
아버지는 ‘매춘부와 아침에 깨고 싶지 않다면, 매춘부랑 자지 마라‘고 말합니다. (실제 번역은 ‘나는 창녀랑 자러 가지도 않고 창녀랑 깨어나지도 않아, 그게 내가 사는 방법이야. 넌 어떻게 그렇게 사는지 모르겠구나’에 더 가깝겠지만 순화하겠습니다) 매춘부랑 아침에 깨는 찝찝한 기분을 느낄 리스크가 싫다면, 매춘부를 아예 만나지 않는 방법이 가장 확실한 것이죠. 매춘부랑 자고 다니면서 아침엔 깔끔하길 원한다면 시나리오별 대응 정책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모두 신경 쓰고 살아봤자 리스크는 항상 남게 되는 것이죠. 가장 쉬운 것은 그런 사태가 발생할 시나리오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매춘부와 자고 다니는 모든 즐거움이나 우발적 인연의 기회를 다 차단하더라도 말이죠. 물론 이 문장은 진짜 매춘부 이야기는 아닙니다. 고든 게코처럼 위험해 보이는 사람과 어울리지 말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들 입장에서 봤을 땐 아버지가 너무 원칙주의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사고를 피하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을까요. 모든 젊은이가 그러하듯이요. 그러나 원칙이 무엇이건, 그런 원칙을 설정해두는 것은 수많은 시나리오를 날려버리고 나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매춘부나 고든 게코로 인해 인생이 피폐해질 가능성을 애초에 대단히 잘 차단하고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이 너무 젊은이들의 생각과 멀어 세대 갈등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본인에겐 그것이 행복한 삶의 밑거름이 되는 것입니다.
시나리오를 줄인다는 의미에서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를 보고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출근한다고 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그랬듯이 말이죠. 심리학 논문을 인용하며 그는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의사결정 집중력은 제한적이라는 연구가 있는데, 아침에 무슨 옷을 입고 무엇을 먹고 무슨 차를 타고 출근할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자 같은 옷을 입는다‘고 했습니다.
이는 워런 버핏도 철저히 지키고 있는 삶의 방식입니다.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버핏은 ‘차가 여러 대면 아무래도 신경이 더 쓰이는데, 그런 것에 신경 쓰며 사는 것은 나에게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잘 모르는 삶에 대한 기회들을 다 쳐내고 날려야 합니다. 결론이 안 난 고민마저도, 일종의 원칙을 결정해 아예 고민하지 않아야 합니다.
고든 게코는 아버지와 다른 원칙을 제시합니다. 그건 주인공한테 ‘이 정도론 안 된다‘라고 한 표현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성공하고 싶으면 더 깊은 정보를 가져와야 하고, 현재 수준의 업무로는 성공을 못 한다, 라는 결론을 머릿속에 결정지어 둔 것입니다. 그것이 고든 게코의 나름의 원칙인 셈입니다. 수준 낮은 업무를 보면 모두 실패의 전조로 치부하는 것입니다. 일반인도 곱씹어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수준 낮은 업무를 하면서도 혹시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시나리오를 수백 수천 번 그려보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준이 낮으면 필망한다고 결론 지어버리면, 차라리 수준 높은 업무를 어떻게 할지에만 집중할 수가 있겠죠. 게코처럼, 윤리적 원칙을 정해놓지 않았다면 물론 비윤리적 유혹에 쉽게 빠지기도 할 것입니다. 경우의 수를 단순화시킨다는 의미에서 게코와 주인공의 아버지는 닮았습니다. 각자의 삶에 각자의 기준으로 성공하였고, 각자의 삶의 규칙에 철저한 사람들이죠.
각자의 삶에 규칙이 없는 경우는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경우입니다. 회사가 일찍 출근하라고 하면 일찍 출근하고 늦게 출근하라고 하면 늦게 일어나고, 주위의 환경에 삶을 맡긴 채 원칙을 세우지 않는 경우들입니다. 매춘부가 있으면 마침 있으니까 매춘부랑 자고, 업무를 열심히 안 해도 되면 마침 그래도 되니까 업무를 열심히 안 하고, 잡주가 눈앞에 보이니까 마침 잡주를 사들이고, 대출이 되니까 집도 이사하고, 할부가 되니까 자동차도 사고 그런 식입니다.
폴 발레리라는 아저씨는 이를 두고 ‘지금 당장 생각하는 대로 살기 시작하지 않으면, 곧 사는 대로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꼭 생각하는 대로 삶의 원칙을 결론 내리지 않아도 되니까, 최소한의 원칙은 세워두자는 것입니다. 다소 엉뚱한 원칙이어도 원칙이 있을 때만 경우의 수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들이 하는 고리타분한 이야기 같이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자가 되는 길에 가장 중요하고 급박한 것이 원칙이라 설명드리는 것은, 투자에서 원칙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에서는 정말 많은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그것을 모두 이해하고 사는 트레이더나 투자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잘되는 것을 반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안될만한 일이나, 자신이 없는 분야의 일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시야에서 제거해버려야 합니다. 제거가 되기만 해도 성공의 가능성은 올라갑니다.
슬롯머신이 두 개 있는 인생 카지노가 있다고 해볼게요. 슬롯머신 A의 승률은 약 40%, 슬롯머신 B의 승률은 45% 로 B가 다소 더 유리하다고 쳐볼게요. 대다수 사람은 슬롯머신 A에서 잭팟이 터지면 그 뒤에 서서 돈을 넣습니다. 그러다가 슬롯머신 B에서 잭팟이 터지면 또 그 뒤에 서서 돈을 넣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즉흥해서 반복하면 확실하게 실패하는 것이겠죠.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생에선 경우의 수가 너무 복잡해서 실패의 요인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뭐라도 해야 마음이 편하니까 우왕좌왕 군중을 따라 분위기를 따라 잔기교를 남발해봅니다. 차라리 한쪽 슬롯머신만 정해놓고 하는 게 좋습니다. B를 찍을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B만 주구장창하면 되고, A가 좋아 보인다면 A만 주구장창 해도 돼요. 둘 다 승률이 50% 이하니까 아예 쳐다도 안 보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그렇게 해도 됩니다.
사실 위의 경우엔 본전만 지켜도 아마 백명 중 십등 이상의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둘 다 번갈아가면서 꾸준히 하겠다고 하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잭팟이 터진 지 오래됐을 때만 하겠다는 것도 하나의 원칙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우왕좌왕하면 그 어떤 원칙보다도 못한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그다지 좋지 않은 원칙마저도, 이 복잡한 미로에서 헤매는 것보단 나은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투자는 하나의 미로입니다. 미로를 탈출하는 방법을 아시나요? 한쪽 벽에 손을 대고 계속 벽을 따라 걸으면 됩니다. 이렇게 가면 미로를 탈출할 가능성이 100%입니다. (치명적인 함정이 없다면요) 벽에 손을 짚고 따라간다면, 미로를 탈출하는 시간은 언제 어디서 시작했느냐에 의해 결정됩니다. 하지만 한 번씩 즉흥을 부릴 때마다 탈출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집니다. 시간은 다소 짧아질 수도 있지만, 훨씬 길어질 가능성도 상당합니다. 원칙이란 이 미로 탈출법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벽에 손을 짚고 간다‘는 원칙이 구비 구비의 즉흥적 대응보다 훨씬 좋은 미래를 보장할 것입니다.
원칙을 통해 경우의 수를 줄이고, 내가 잘 알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대다수 부자의 성공의 시작점으로 보였습니다. 혹시 아직까지 분명한 투자원칙이 없으시다면, 오늘부로 하나씩 간단한 원칙을 만들어 그것을 지켜보는 건 어떨까요. 회사에 10분 일찍 출근하기, 의미 없는 술자리는 피하기, 일주일 용돈은 10만 원만 쓰기, 이런 것들이어도 좋습니다. 한달에 백만원 이상 잃으면 한달 쉬기, 처럼 분명한 투자원칙이어도 좋습니다. 그것이 여러분의 성공의 절대적인 근거였다고 후배들에게 설명할 날을 상상하며 하루하루 원칙을 강화해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