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총장님께 드리는 공개 건의

성균관대학교 총장님께 드리는 공개 건의

정규상 총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한 (주) 두물머리의 천영록 대표라고 합니다. 총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저의 자유로운 건의사항을 조금이라도 전달하고자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불쑥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01학번으로 성균관대학에 입학하여, 졸업 후 7년간 증권업계에서 재직하다가, 소위 금융과 기술을 융합하는 핀테크 (financial technology) 회사를 창업하였습니다. 핀테크 중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 (Robo-Advisor)라 불리는 업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저의 맨주먹의 창업 과정과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좋게 봐주신 모교의 선배님들 소개로 영광스럽게도 최근에는 C-School 산학협력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주에는 C-School 연계 전공 학생들의 프로젝트 발표를 심사의 명목으로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배상훈 교수님 및 여러 교수님의 의지와 비전, 그리고 학생들의 톡톡 튀는 자유분방한 사고의 발산에 감탄하고 돌아왔습니다.

제가 창업한 (주)두물머리는 아직 매우 초창기의 회사이지만, 무엇보다 성균관대 출신의 최우수 인력을 여섯 명이나 고용하여 취업자리 마련에 조금은 이바지를 하고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공동창업자 네 명 가운데 세 명이 성균관대 출신이며, 이후 석사 출신, 글로벌경영학부 출신 등으로 3명을 추가로 고용하여 전체 인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몇 년간 적지 않은 후배들을 직접 만나거나 이메일을 통하여 취업 및 진로 상담을 해주었고, 학교의 공식 비공식 석상에서 강연을 요청하면 흔쾌히 뛰어가 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는 젊고 가까운 선배의 좌충우돌기가 후배들에게 와닿는 면이 제법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또한, 유생문화기획단이라는 동아리가 만들어지던 시기에 (현재의 ‘청랑’), 유생의 문화를 통해 뚜렷하고 재미난 색깔의 성균관대의 아이덴티티를 갖는 것은 진정 글로벌한 컨셉이라는 생각에, 또 그들의 창의적인 접근 방법과 강력한 의지에 감동받아 개인 돈 기백만 원을 모교에 대한 기부 형식으로 전달하여 마중물 역할을 한 적도 있습니다. 이는 그해에 개인 후원금 중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액수였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비슷한 경로로 여러 후배의 스타트업을 지원하였습니다.

이런 점들은 제가 젊고 부족하나마, 성균관 대학교를 사랑하여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순순한 마음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건의를 드리는 점을 너무 건방지게 생각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성균관대 출신의 선배들 및 동문을 보면, 인품이 훌륭한데 비하여 전문적인 삶은 참 ‘무색무취’, ‘이류 근성’이라는 특성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당히 좋은 학교이니, 적당한 꿈을 꾸며 적당히 열심히 하면 된다는 태도를 많이 접합니다. 최선을 다하되 그 이상은 도전하지 않는 품성 덕에 사실 성균관대 출신들은 사회 각개에서 적당한 임직원급으로 사용하기 참 좋습니다. 야망은 없으나 열심히는 일하고, 치열하진 않지만, 충분히 겸손한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선배들은 전무나 상무가 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하여 후배들에게 직장인의 덕목과 자세를 가르칩니다. 그 누구도 상자 밖으로 뛰쳐나가 창의적이고 글로벌한 인재가 되라고 말해주진 않습니다. 주변의 모든 환경이 성대인에게 상자 안에 갇힌 적당한 인재가 되라고 세뇌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저는 이 점이 너무나 안타까워 여러 방면으로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상자 밖으로 생각을 뻗쳐야하는 절박한 이유를 설득하고자 합니다.

Thinking out of the box 라는 관념을 들여다보면, 이 상자라는 것은 여러개의 벽을 가지고 있는 물건이 아닌가 합니다. 주위 환경, 나의 자질, 기회 등등을 벽으로 인식하고 그 안에서 나의 사고의 폭을 제한하는 것이 상자 안의 사고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실제 주어진 기회보다 훨씬 작은 상자를 상상하고 그 안에서 나의 역할과 한계를 과하게 축소하여 규정해버립니다. 그 밖의 세상은 없다고 믿어버리는 것이죠. 본인뿐만 아니라 한 조직 전체가 스스로 최면을 걸 때도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한지 가능하지 않은지를 의심해보지 않은 채, 자신이 아는 상식 내에서 제약을 해버리는 것입니다. 성균인들이 안타깝게도 이런 경향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품과 재주를 떠나, 스스로 만들어내어 자족하는 상자벽의 두께가 너무나 큽니다. 저는 창의성이란 상자 밖으로 사고를 펼쳐보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어디까지가 나의 진정한 제약조건인지를 물어보고 두드려보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총장님께 건의 사항을 올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은 그것이 무례한 일이라고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성균관대 학생들이 진정 창의성이 넘쳐난다면 총장님의 메일함은 학생들과 동문들의 건의로 하루에도 수백 통의 메일이 쏟아지고 있을 것입니다. 만약 건의사항이 그보다 적다면, 우리는 창의성이 다소 부족한 학풍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사회생활을 하는 성균관대 출신을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스스로의 벽을 만들어 윗분들께 절실한 건의를 하지 않는다고 경험해왔기에 넘겨짚어 말씀드려 보았습니다.

학교에 계시는 분들도 학교라는 틀 내에서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 시대에 학교의 역할이 있건 없건 기왕지사 대학이 존재하니까 굳이 학교의 역할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게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대학이 대학의 틀을 조금이라도 벗어던질 수 있다면, 변화하는 현재와 미래에 맞춰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C-School 같은 실험이야 말로 대학이 가지고 있는 바람직한 방향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교육이 아닌, 학습과 상상과 협업의 기회와 경험을 준다는 측면이 좋았습니다. 현존하는 대다수의 교육은 아이들을 점점 더 상자 안으로 기어들어 가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부에 정보가 너무 많은 탓이기도 합니다. 결국, 아이들은 학교 밖에서의 학습을 더 탐하고 있고, 그런 경험에 대비케 하고 여러 관점을 융합시켜주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번 C-School 발표회에서도 성균관 대학의 아이덴티티가 너무 약하다는 학생들의 연구가 하나 소개되었습니다. 전통과 진취성 두 가지를 흔히 내세우고 있지만, 청랑을 제외하면 전통에 대한 정체성은 너무나 미약하고, 한편으로는 위에 말씀드린 것과 같이 성대 동문이 특별히 진취적이지도 않고 학생들은 더욱이 취업 압박에 시달려 소극적인 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어떤 의미에서는 진취성이 우리 학교의 Unique Value Proposition 이 될 수 없는 것도 같습니다. 유니크하다는 것은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이어야 하는데, 진취성 있는 인재를 키운다는 것은 전세계 모든 학교들이 추구한다 이야기하는 것일 겁니다. 그래서 때론 허망한 구호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진취성이야 말로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미덕입니다.

졸업생들을 진취적으로 키우려면 학교 측의 강력한 의지와 혁신적 실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아주 점진적인 변화밖에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학교야 말로 누구보다 과도할만큼 진취적인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현시점에서 우리 학생들이 창업과 기술, 융합적 사고의 폭발이 이뤄져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뜩이나 성균관대는 이과와 문과 캠퍼스가 분리되어 있어 다른 학교보다 여러 학제 간의 융합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성대는 경영대 학생이 옆 건물의 기술 스타트업 팀에서 회계나 기획을 도와주는 일을 상상하기 힘든 몇 안 되는 학교 중의 하나입니다. 게다가 학생들의 창의력이 발휘되는 가장 기본적인 시공간은 기숙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대다수 미국의 스타트업들은 기숙사라는 무제한 융합의 공간과 저렴한 임대공간의 덕을 보았다는 설득력 있는 연구가 있습니다. 명륜 캠퍼스는 거대 기숙사의 부재와 비싼 자취비로 이러한 이점이 매우 부족하여 학생들의 진취성이 부족한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문화입니다. 창업을 상담받고자 동문 선배들을 검색해보니 창업하신 분이 너무나 적었습니다. 어쩌면 부족한 제가 산학협력자문위원인 이유도 초대할 사람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교내에서 창업 중인 학생을 찾아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성균관대 학생들은 창업을 아예 상자 밖의 세상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이 곧 문화가 아닌가 합니다. 불가능해 보이니 검토조차 안 하는 영역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요. 서울대 출신들이 남다르게 보이는 점은, 창업을 당연시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캠퍼스 안에 창업을 시도하고 있는 선배 동문이 우글거려서 학생들의 눈에 계속 띄어야만 합니다. 학생들이 창업과 도전이 장려받는 문화를 몸으로 흡수하여야만 합니다. 그러나 선배들조차 창업을 가르쳐줄 수 없으니, 이런 문화를 만들어줄 수 있는 주체는 결국 현실적으로 학교 측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학내에 창업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서는 결국 경제적 유인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일 것입니다.

저의 건의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만들어 교수님들의 허가를 받으면 학점도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고민의 계기를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받을 학점을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방법으로, 직접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런 비슷한 의견도 며칠전 C-School 발표에서 접했습니다. 학점은 후하게 줄수록 좋습니다. 학점을 소극적으로 준다면 학생들의 소극성을 장려하는 셈이 될까 걱정입니다.

둘째는 그러한 프로젝트 중에 우수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연결해주는 방법입니다. 백 개의 팀 중 5위 팀까지는 3천만 원 이상을 지급해주고 지분 투자를 하겠다고 한다면, 진정성 있는 팀들의 동기부여는 하늘을 찌를 것입니다. 학교에 돈을 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큰돈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상자에 갇힌 사고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학생이 돈을 소비하는 주체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무엇인가를 창조할 수 있는 중요한 주체라는 사고를 키워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투자처로 생각할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또한 학교도 적극적인 투자자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래에 스냅챗이라는 실리콘 밸리 회사의 기업공개가 있었습니다. 이때 스냅챗의 한 투자자가 자녀가 다니는 St. Francis 고등학교를 설득하여 스냅챗에 투자를 유도하였습니다. 모든 학생이 이 앱을 쓰고 있다는 점에 영감을 받아서 건의한 것입니다. IPO를 통해 이 고등학교는 약 400억 원을 벌게 됩니다. 학교가 투자를 한다는 발상이 재미가 있습니다만, 이 투자를 통해 학생들이 큰 덕을 보게 된 것은 정말 짜릿한 상상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 예일대학교의 기금 운용실태를 보면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운용이 참 잘되고 있는 기금이지만 특히 벤처 캐피털에 대한 투자가 수익이 높았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사항입니다. 이 중에서도 예일대생에게 투자하는 독자적인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우수한 프로젝트들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으니 더 좋은 투자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었을 테고, 사무실 등 저렴한 자원을 제공해줄 수 있기에 투자 자원도 적게 들어갔을 것입니다. 지난 20년간 연평균 77.4%의 수익을 내어 기금 운용 수익률에 많은 이바지를 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론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수익률입니다.

저는 성균관대학교도 이렇게 학생들에게 투자하는 프로그램이 아주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학문적 전통을 갖추고 있는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학내 창업보육 프로그램으로 창업가들을 배출하고 있다는 점을 총장님께서도 많이 고민하시고 계실 줄 압니다. 비단 돈의 문제가 아니라, 학내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대학교수님들도 펀딩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시는바, 자금의 흐름의 중요성을 공감해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이러한 현금흐름이 자신의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수동적이고 제약적인 상상력밖에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우선 많은 학생에게 자금지원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대상은 돈이 되는 스타트업도 좋지만 순수한 비영리 프로젝트들을 가리지 않는, 자금의 회수를 연연치 않는 투자였으면 좋겠습니다. 자금의 사용 계획에 대한 감사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면 학생들의 소극성을 부추기는 제약 조건이 될 것입니다. 학내에 모기를 줄이는 프로젝트, 학내에 샌드위치 가게를 학생들이 직접 투자하고 운영하는 프로젝트, 기술을 통해 미세먼지를 줄이는 프로젝트 등 현실성과 목표의 중요성을 불문하고 자신이 도전하는 분야에서 성취감을 얻는 경험을 일으켜주어야 하며, 후배들이 선배들의 전설을 듣고 또다시 도전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성공한 선배들이 다시 학교에 들어와 우수한 후배를 찾고 직접 투자에 나서는 생태계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 마중물 역할은 학교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등수를 가리는 방법은 학생들에게 설문하여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하여도 좋고, 외부 전문가에게 맡겨도 좋고, 교수님들이 직접 선택하는 것도 좋습니다. 방법이 다양할수록 여러 면에서 흥행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전 세계에 창업보육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직접 투자만 하는 것보다, 인프라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단체로 육성하는 것이 더 승산이 있어 보입니다. 구글도 페이스북도 엄청난 창업보육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습니다. 스탠퍼드도 하버드도 그렇습니다. 좋은 학생을 밀어주는 환경을 만들기만 해도 상상력은 알아서 자생합니다. 학생들에게 알아서 활개를 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대학이 성장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되지 않을까요.

학교가 이런 자리를 마련하기에 아주 강력한 강점들이 있습니다. 공간을 넓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사무실 등을 제공해주는 것, 다양한 교수님과의 산학협력을 장려하는 것, 저렴하고 자유로운 인력들을 쉽게 합류시킬 수 있는 것 등이 강점입니다. 다만 학교가 창업보육을 진행하기엔 본질적인 약점들이 있습니다. 학교에 계시는 분들이 기본적으로 장기 고용의 안정성에 야생의 감각을 잃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외부 세계의 속도감을 잊으신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지나친 문서화나 제도화의 유혹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특정 산업이나 창업의 규모에 더 매력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외부 전문가들을 대거 초빙하여 빠르고 자유롭게 체제를 만드는 것이 유리한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들은 총장님만이 조율해주실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이러한 건의가 얼마나 현실화되기 어려운 건의인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총장님의 의지에 따라 성균관대학교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진다면, 미래에 가장 준비된 학교가 된다면, 더이상 대기업의 임원이 최고의 꿈이 아닌 학풍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부족하여 이런 그림의 구체적인 실행방도를 감히 짐작할 수 없지만, 총장님께 약간의 상상의 나래를 자극할 수 있었다면 동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만족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올리고자 합니다. 제가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된 이유는, 자본 집약적 대형 조직 중심의 경제구조의 끝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하더라도, 대기업의 조직에서 태스크 포스 팀을 만들어 기획하던 모험적인 신사업 개발이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의 발 빠르고 참신한 접근을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다소 더 비싼 비용을 내더라도 불확실성을 줄이고 환경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대기업들의 조직 축소를 의미하고, 전문 연쇄 창업가들의 부상을 의미합니다. 젊은이의 참신함에 대한 사회적 보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고, 참신하지 못한 친구들의 기회비용은 역으로 그만큼 비싸졌습니다. 사회적 함의를 떠나, 학생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가진 사람들이 대다수 열매를 따고, 대다수의 무색무취한 월급쟁이는 삶이 더 고단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대학진학률이 너무 높아 학생들의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형편입니다. 밖에서 보면 이는 매우 긴박하고 절박한 사회 변화입니다. 더이상 우수한 대학 졸업생이 필요 없어지는 시대가 가속화 하고 있습니다. 창의적인 발상, 주도적 발상을 할 수 없는 학생들은 더욱 낮은 임금과 더욱 적은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우리 학교가 십 년 전의 인재상을 가지고 현재 대기업에서 탐내 할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면 다수로서의 이 친구들의 장래는 어둡습니다. 조금 더 미래에 준비된 방식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다소 건방진, 그리고 지나치게 일반화하기도 한 제 의견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귀엽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천영록 드림

글쓴이

julius chun

안녕하세요 천영록입니다. 저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핀테크 스타트업 (주)두물머리를 창업한 기업가입니다. 또한 선물옵션 트레이더 출신이라 투자나 금융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읽어주셔서 늘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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