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손실에 대하여.

경제적 손실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해보아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엔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겪으신 분도 계실 것이고, 아직 겪지 않은 분도 계실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도 언젠가는 한번 겪을 수 있는 일이듯, 경제적 손실도 살다 보면 한번 겪게 될 수 있습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준비를 못하게 됩니다. 피할 궁리도 못하고, 이겨낼 궁리도 못하게 되기에 더 충격이 크죠.

자산관리와 연관 있는 일을 하다 보니 가끔은 정말 큰 재무적 충격에 혼란에 빠져있는 분들과 대화를 하게 됩니다. 이들은 여러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슬픔, 분노, 죄책감, 짜증, 고독, 충격, 후회 등입니다. 모든 상실이 그렇겠지만 금전적 상실도 아주 큰 위로가 필요한 혼란의 도가니입니다. 특히나 금전적 상실을 남 이야기라 생각한 자기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아주 큽니다. 여러분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별 생각 없이 샀던 주식, 별 생각 없이 샀던 부동산이 반토막 났을 때 닥쳐오는 온갖 괴로움에 대해 한번이라도 상상이라도 하였다면 조금 더 신중했을텐데, 라는 후회감을 겪게 되면 패배감과 원망이 솟아오릅니다. ‘이럴 줄은 정말 몰랐다, 너무 순진했다’는 자괴감입니다. 그로 인해 감당해야 할 고통이 너무나 크기에 눈앞이 막막하여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앞섭니다. 믿기지 않고, 혼란스럽고, 누군가에 대한 증오감이 생기고, 잠이 안오고 식욕도 없으며, 가끔 멍하고, 사람들을 피하고 싶고, 눈물이 흐르고, 항상 피곤하고,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듭니다. 이 모든 고통이 아주 작은 ‘상식적인 수준’의 의사결정 하나로 인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경제적 손실에 대처할 마음의 준비를 못하고 사는 이유는 문화적 배경도 한몫 합니다. 우리는 금전적인 이야기를 잘 안하잖아요. 돈을 많이 번 이야기도 잘 안하고, 더욱이 돈을 많이 잃은 이야기도 잘 안합니다. 돈을 밝히면 안된다는 가치관 때문일까요, 돈에 대해 신경 쓰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돈이 중요합니다. 숨기고 사는 것은 항상 역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심각한 금전적 곤궁에 처했을 때 어디 가서 하소연하기가 힘들어 혼자 전전긍긍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부채로 인한 고통과, 부동산으로 인한 고통에 처해있음에도 말이죠. 돈 잃었다고 호들갑 떨 수 없어서, 기껏 하는 이야기들은 큰 돈 번 사람들 이야기, 내가 놓친 기회에 대한 이야기 정도입니다. 자기가 돈 번 얘기 하다 보면 뻔뻔한 사람 취급받고, 돈 잃은 얘기하면 멍청한 사람이 되기 쉽상입니다.

삶의 진정한 리스크는 수치로 계량화되는 리스크가 아닐 것입니다. 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만원짜리 복권을 샀다가 전액을 다 잃는 리스크는 별 것 아닙니다. 그러나 부모님이 맡겨두신 전세값 1억을 가지고 주식을 슬쩍 시작했는데 -3%가 나서 온가족 한두달 생활비를 날렸다라면 눈앞이 아찔할 겁니다. -3%가 우스워 보였지만 잃어보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겠죠. 그때부터 현실 부정과 위액이 역류할 것 같은 혼란 속에서 야금 야금 까먹은 돈이 나중엔 돌이킬 수 없는 삶의 붕괴로 이어집니다. 리스크란, 내 삶을 망가뜨릴 확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10%가 금융인에겐 우스워보이지만, 누군가에겐 잠을 못잘 정도의 큰 고통입니다.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서도, 혹은 이런 일을 겪은 후에라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처방전은 단 한가지 밖에 없습니다. 현실 직시입니다. 돈을 1천만 원 잃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합니다. 현실 부정입니다. “이 돈은 잃은 것이 아니라 시장에 잠시 맡겨둔 것이고, 기다리면 다 만회될 것이다. 내가 기다리는 인내심만 발휘하면 모든게 괜찮아질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상적인 고통들은 대부분 시간이 해결해주니깐요. 하지만 금전적 실패는 그렇지 않습니다. 현실을 부정하면 부정할 수록 더욱 큰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갑니다. 이런 글들이 널리 공유되지 않는 이유는, 모두가 ‘내 얘기가 아니다’라며 부정하고, 행여나 공감해도 남들에게서 숨기고 싶어하기 때문이죠. 병이 도지고 도져 곪아 터질 때쯤 의사를 찾아가면, ‘진작 찾아오지 그랬냐’고 핀잔을 듣게 됩니다.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닌데, 본인이 스스로 병을 키우는 경우가 참 많기 때문입니다. 금융투자도 마찬가집니다. 대부분 해법이 있습니다. 리스크를 차단할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행여 부자도 될 수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인생이 망가지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리스크를 피해 모든 자산을 현금으로 들고 있는 것도 착실하게 망해가는 방법입니다. 어느 정도의 투자는 해야만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다만 현실을 직시하고 더 옳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반복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 대다수는 지점에서 금융업 종사자의 말을 듣거나, 친구의 말을 듣고 투자를 한다고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그 투자는 나의 인생의 희로애락을 책임질, ‘운명’입니다. 우습게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부모님이 우릴 키워주며 사용한 수만시간과 수천만 원 수억 원의 자산가치보다 큰 거대한 운명의 방향키입니다. 나의 은퇴를 책임지고, 자녀의 교육을 책임지고, 시집 장가 갈 돈을 마련해주며, 꿈을 꾸게 해주며, 대대손손 우리 가문의 운명을 결정지어줄 수단. 직장보다 더 강력한 운명의 방향키가 바로 투자입니다. 그런 것을 한 순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선택한다면 향후에 닥쳐올 모든 고난의 가능성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남의 말을 잘 믿는 사람에겐 사기꾼도 쉽게 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금융업 종사자들이 반쯤은 사기에 가까운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도, 우리가 쉽게 속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점 창구에 찾아와 투자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얼마나 무책임한 사람들인가요. 그러나 한편으론 금융에서의 왕도는 참으로 찾기 어렵습니다. 헛소리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이죠. 피해자도 많구요.

경제적 손실. 누구나 돈을 잃어 우울하다 못해 어지러운 경험을 한번쯤 해봤을 겁니다. 저는 전문 도박가나 다름 없는 트레이더였으니, 얼마나 더 많은 실수를 하고 살았겠습니까. 이런 일을 왜 하고 있나 하는 절망감에 빠진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남들이 인생에 한번 겪는 고통을 수십번을 겪었습니다. 여러번 겪는다고 크게 나아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해합니다. 하룻밤의 흥 때문에 에이즈가 걸리듯이, 금전적으로도 어떤 별 대단찮은 선택으로 엄청난 결과가 올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막는 것이 금융 인생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막을 수 없는 리스크도 있지만, 막을 수 있는 리스크도 참 많습니다. 누군가가 제 아무리 대단한 전략들을 주더라도, 돈의 주인 스스로가 돈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만 이런 곤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몸이랑 똑같은 것이죠.

돈 때문에 속 쓰리신 분들에겐 위로를 드리고 싶고, 돈을 우습게 생각하여 리스크를 생각지 못한 분들껜 따끔한 쓴소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의 경험들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경제적 손실에 대하여.”의 4개의 생각

  1. 투자가 가르친다고 되진 않겠지만 학교에서 투자 과목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제야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고 있습니다.
    글에도 언급하셨지만 직장보다 중요한게 투자 개념이라고 봅니다. 월급을 종자돈 삼아 레버리지를 쓸 줄 안다면 직장에 얽매지지 않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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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감합니다. 투자에 대한 여러 관념들을 일찌감치 배울 수 있다면 훨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쩐지 돈 버는 방법을 가르치면 안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모양이지만, 결국 돈 버는 기계들만 만들어내고 있는 판이라 위선을 부리느니 제대로 가르쳐주는게 피차 훨씬 이익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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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천대표님 ~~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투자교육은 인생 초반에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정도의 금액으로 깨지면서 체득하는게 가장 빠른듯 합니다. (제 경우 imf때 박살… ㅎㅎ 그래도 직업이 있었기에, 레버리지 아닌 순수한 투자금이었기에 살아남았습니다ㅎㅎ)
    좋은 멘토를 만나는 복도 있어야 하겠지만 사심없이 투자를 잘 가르쳐줄 그런 맨토를 만나는 복이 쉽진 않을꺼고 , 설흑 만나도 본인이 투자기초가 안되어 있을 때는 조언의 가치를 모를거라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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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맞습니다~!
      많이 실수해보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반복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되도록이면 어릴때부터, 작은 것부터 스스로 많이 경험해봐야만 내공이 늘겠죠. 아이들도 그렇게 키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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