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트레이더가 드리는 작은 팁과 당부입니다.
전업 투자는 매우 어렵고 힘듭니다. 잘 안돼서 힘들기도 하지만, 외롭고 지치는 일이기도 합니다. 많이들 고민하시는 부분들에 감히 조언을 드려봅니다.
첫째, 투자기법의 기간 구조를 정할 것.
단타를 칠지, 스윙을 할지, 장투를 할지 결정해야죠. 이도 저도 아닌 것을 하면 머리가 혼란스럽습니다. 투자에서는 ‘혼란스러운’ 모든 것을 제외시켜야 합니다. 철저히 자신의 나와바리 안에서만 장사를 해야죠.
저는 트레이딩을 할 때 2시간 동안 버는 매매와 4시간 동안 버는 매매, 4일 동안 버는 매매, 세가지 확연히 다른 기법을 섞어 썼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프로로 생활한지 5년차가 넘어갈 때부터 했습니다. 보통은 그 중 한가지만 해도 됩니다. 제가 특이한 케이스였습니다.
2시간 동안 버는 매매는 승률이 30%, 4시간 동안 버는 매매는 승률이 60%, 4일 동안 버는 매매는 승률이 7~80% 정도였습니다. 승률에 따라 손실 대비 수익을 내는 폭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무조건 길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짧다고 좋은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2시간 동안 버는 매매는 70%의 확률로 잃지만, 벌 때는 잃는 평균의 5~10배 정도를 벌었습니다. 포지션을 작게 하되 자주 들어가고, 빨리 포기하는게 핵심이었습니다. 승률이 낮으니 스트레스가 커서 다른 매매들이 망가질 확률이 가장 큰 리스크였죠. 4시간 동안 버는 매매는 40%의 확률로 잃지만, 벌 때는 잃는 평균의 1배 정도를 벌었습니다. 주포로 활용했습니다. 꾸준히 하면 수익이 꾸준한 편이었습니다. 3~4일 동안 버는 매매는 승률도 높은데 손실보다 이길 때 수익이 더 컸습니다. 대신 수익률 자체가 작았죠. 그러니 포지션을 매우 크게 가져가고 싶었습니다만, 환경의 제약이 조금 있었습니다.
기간 구조에 따라 매매의 질은 매우 달라집니다. 기대수익률, 기대손실률, 승률 등을 생각해서 기법을 닦아가면 됩니다. 단타를 치는 사람은 화장실도 함부러 가면 안되고 장중에 딴 짓을 해서도 안됩니다. 단타를 치다가 놀다가 반복하면 안됩니다. 반면 장타를 치는 사람은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큰 기회를 모색해야 합니다.
둘째, 쉴 때 쉴 것.
쉬는 날이나 휴가 기간을 정해두세요. 지금 신난다고 열심히 일하다가, 몸과 마음이 다 지쳤을 때 어쩔 수 없이 쉬는 것을 반복하면 안됩니다. 컨디션 관리를 해야한다고 할까요? 이것이 전업 투자자에게는 매우 힘듭니다. 일과를 만들고 스케줄 관리를 하세요. 평소에 너무 지치도록 하면 안 됩니다. 그렇다고 지쳤을 때 너무 쉬면 죄책감과 찝찝함이 생깁니다. 그리고 대개는 쉬는 타이밍이 안 좋아 후회가 남습니다.
월말에는 휴가를 이틀 낸다거나, 분기말에는 휴가를 삼일 낸다거나 하는 식으로 강제적인 휴식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간에 놓친 수익에 대해서는 깔끔하게 포기해야 합니다. 휴대폰도 보지 말고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철저히 다른 곳에 시간을 쓰세요. 휴가 없이는 아무런 창의력이 나오지 않습니다. 책도 보고 티비도 보고 가족과 놀아주고 삶을 억지로라도 즐기세요. 그것이 매매에 분명 보탬이 될 것입니다.
옵션 트레이더들은 만기가 끝나면 매달 푹 쉬었습니다. 처음엔 안 쉬어도 될거라 생각했지만, 긴장을 이완시키는 루틴을 만들지 않으면 몸과 정신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몸이 얼마나 망가지고 있는지 현업 중에는 느끼기 힘듭니다. 적정한 긴장과 이완의 시기를 정해둬야만 합니다. 꼭 명심하세요.
셋째, 항상 부족하게 매매할 것.
결과적으로 얼마를 벌었느냐가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과정 자체의 트랙 레코드가 훨씬 큰 가치를 만듭니다. 예를 들어 올해 150%를 번 것보다 매월 2%씩 벌어 연말에 30% 정도를 달성하는게 훨씬 이득이 됩니다. 첫째로는 주위를 설득시킬 수가 있습니다. 나한테 투자해줄 사람들도 생길 수 있고, 가족들도 마음이 놓일 수 있습니다. 둘째로 자기 스스로를 설득시킬 수가 있습니다. 이 정도면 장기적으로도 쌓아나갈 수 있겠다, 단칼 승부가 아니라 장기적 사업이다, 차분하게 임할 수 있다, 망할 일이 없겠다, 하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돈싸움은 돈을 가지고 많이 싸워 이기는 싸움이 아니라, 많은 돈을 끌어들이고 돈의 질을 높이는 싸움일 때가 많습니다. 천만 원 가지고 300%를 번 사람은 통상 주위에서 잘 안 믿어주지만, 천만 원 가지고도 월 2%씩을 꾸준히 내는 기법을 보여준 사람에겐 많은 복이 옵니다. 결과적으로 50억대 자산가에 누가 먼저 근접할까요? 절대다수가 후자입니다. 질이 좋으면 반드시 큰 기회가 생깁니다. 적게 번다고 아쉬워하지 말고, 항상 생각한 것보다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하세요. 때로 수익을 놓치는 것보다, 때로 손실을 피하는 것이 훨씬 큰 자산으로 이어집니다.
기법이 완성된다면 그때부턴 승률이 결정되어 시장과 백번 붙으면 어차피 이기고 끝나게 됩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생각하지 말고, 그런 상황에 스스로 처해서도 안됩니다. 자금관리를 잘 하여 살아남으려면, 조금 부족한 듯 한 느낌이 꼭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