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에 있을 때의 일이다. 정말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한데, 이런 이들이 길가다 만나면 으레 종목 얘기부터 다짜고짜 한다. 의견을 주도하길 즐기는 사람도 있고, 남 얘기를 듣는 걸 더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여의도 사람들은 어쨌건 자기 의견이 확실한 편이다. 하루에도 몇번이고 여러 종목 이야기가 나오는데, 재밌는 것은 항상 반대 의견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이 있다 못해 항상 반대의견이 거진 1/3 이상 있다. 건전한 자유 토론의 현장이어서일까.
반대 의견의 종류도 참으로 다양하다. 원래 싫어했다는 사람부터, 비싸서 싫다, 싸서 싫다, 커서 싫다, 작아서 싫다, 예전엔 좋아했는데 예전만큼 좋아보이질 않는다, 이해가 안된다, 너무 이해가 돼서 싫다, 성장성이 없다, 성장성은 있는데 글쎄다, 대표이사가 싫다, 브랜드가 싫다, 일시적인 이익이다, 버블이다, 남들이 너무 좋아해서 싫다, 변동성이 크다, 동력이 없다, 트렌드에 안 맞는다, 너무 트렌디하다, 과대평가다, 망할거다, 작전이다, 사기다, IR 담당자가 싫다, 담당 애널리스트가 싫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많이 사서 싫다, 남들이 아무도 안사서 싫다, 좋아하는 형이 싫다 그래서 싫다, 아는 사람이 업계에 다니는데 회사 분위기가 군대식이라 그래서 싫다, 직원들 사기가 낮아서 싫다, 내수주여서 싫다, 수출의존도가 높아서 싫다, 지분구조가 복잡해서 싫다, 오너가 지분율이 낮아서 싫다, 높아서 싫다, 예전에 손실 봐서 싫다, 이름이 마음에 안든다…. 온갖 이유가 다 있다. 물론 좋아하는 이유도 위의 나열과 비슷할 정도로 백과사전식이다.
그리고 어쨌건 많은 이들이 잘못 싫어해서 틀렸고 잘못 좋아해서 틀렸고, 예전에도 앞으로도 틀리고 틀리고 또 틀릴 것이다. 그 똑똑한 이들이 그렇게 정보가 많은 금융시장에서 재무제표가 뻔히 공개된 거대 회사를 분석하면서도 의견이 일치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정말로 적나라하게 욕하고 때론 무차별적으로 미워하기도 한다. 터무니 없는 오해로 싫어하기도 하고 인격모독적으로 증오하기도 한다.그렇게 대단한 회사들도 그렇게 똑똑한 사람들한테 그런 대우를 받는다. 그러니 스타트업이라면, 남들이 말을 안해서 그렇지, 창업자의 생각에 주위 사람들 모두가 박수쳐줄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 내 아이디어를 열명이 들어서 3명이라도 동의해주면 엄청나게 다행한 일이다. 잘나가고 잘나가, 끝없이 잘나가서, IPO 까지 해봤자 어차피 사람들이 거침없이 비난하고 비하할 것이니까.그러니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든, 개인적인 삶에서 주눅이 든 사람이든, 더 마음 편하게 살길 권한다. 남들의 판단은 자유고, 의견이 통일 될 순 없다. 모두가 동의해줄 일 따윈 없다. 교수님, 아버님, 삼촌, 친구들 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도 맨날 오판한다. 그들이 하는 생각이 절대로 정답이나 우월한 진리가 아니다. 기 죽지 마시라, 일개 교수님 얘기, 일개 투자자 얘기, 일개 선배 얘기, 선입견에 가득차 아무말이나 던지고 나중에 잊어버릴 사람일 수도 있다. 수없이 많은 반대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이 틀린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내가 틀린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생각해서 살아야 하고, 스스로 투자해야 하고, 스스로의 생각을 믿어야 한다. 당신의 삶에 당신만큼 관심 있는 사람은 없다. 당신의 생각이 답이 아닐지라도, 다음 질문으로 가는 관문일 것이다. 당신에게만 의미가 있는, 당신만의 자산이 될 것이다. 남 얘기를 열린 마음으로 듣되, 쫄지는 마시라. 성급히 동조하거나 슬퍼할 필요 절대 없다. 무조건적 비판자가 있다면 무조건적 응원자도 반드시 있다. 둘 중 하나는 틀리겠지만 그게 반드시 당신 편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저 둘 중 하나일 뿐이다.
이 종목에 투자했는지 생각해보니 A, B, C라는 이유 때문에 오를거라는 착각이었네요. 투자에서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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