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사업을 해가며…

http://www.fundsupermarket.co.kr/fms/FMS1000101/main.do
모바일로는 잘 나오지 않는 이런 페이지 하나 올려놓고 불리오를 시작한지 8개월이 꽉차 가네요. 일년의 2/3.
세월 참 빠릅니다. 그간 참 많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얘기, 획기적인 얘기, 비범한 얘기, 즐거운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무섭고 우울한 얘기들은 일부러 잘 안해주셨겠죠 ㅎㅎ

항상 지금이 시작, 지금이 프로토타입이라고 생각해봅니다. 먼 훗날 ‘3년차에 우린 아직 걸음마였다’고 말할 것 같아서요.

해외 로보어드바이저인 웰스프론트가 창업 3년 만에야 첫 서비스를 내놓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 3년은 얼마나 막막하고 힘들었을까’를 생각해보곤 했습니다. 그런 어려움을 알고 시작했으니 그런 우울한 생각에 빠지지 않고 여기까지 잘 달려온 것 같습니다. 뭐든 준비하는데 3년이 걸린다는데, 저희도 이제 팀이 차려진지 2년반이 넘었으니깐 곧 승부의 시기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황이라고 생각해봅니다. 다만 아직도 기회가 남아있다 생각하니 주변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무서운 점은 웰스프론트는 아직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저희한테 많은 교사 및 반면교사가 되어준 모델인데, 잘 나가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무모한 길을 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바라보는 제가 속이 다 탈 정도입니다. 소위들 얘기하는 ‘미국의 잘나가는 로보어드바이저’ 다 잘 못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더 우수한 로보어드바이저를 찾아가는 단계에 있을 뿐입니다.

청바지나 반바지를 입고 일할 수 있다는 것, 일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기도 했습니다. 내 안의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서 맞는 길을 더듬듯이 찾아내는 즐거움도 큽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 나올 때마다 이 길이 다음 길로 연결될지 오로지
나만이 판단할 수 있다는 외로움도 있습니다. 끊임 없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 아닐까 합니다. 팀으로서의 싸움이기도 하고요.

돈이 부족한 것이 고생이기도 합니다. 내 돈도 없지만, 팀을 더 빠른 속도로 키울 수 있는 요소 요소에 자금이 마르기도 하였구요. 적자기업에서 일 하는 고통을 겪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만년 적자의 스타트업 기업의 굴레도 대단한 용기 없이는 버티기 힘든 것 같습니다. 정신의 어딘가가 녹아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합니다.

대박에 대한 희망? 로또를 샀을 때의 흥분되는 기분을 상상하신다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새벽산의 정상을 보려고 등산하는 기분에 가까울 것입니다. 두근거림보다는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꾸역꾸역 가는 과정입니다. 흐르는 땀에 뭔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족한 것 같습니다. 최소한 이 길이 낭떠러지로 이르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 길잡이로선 더 크지 않나 싶습니다.

누군가 웰스프론트에 영감을 받아 창업했냐고 물은 기억이 납니다. 저는 웰스프론트라는 회사를 알기 훨씬 전에, ‘로빈후드’라는 수수료 무료 IT 증권사를 보고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 역시 성공한 모델을 완성했다곤 할 수 없지만, IT 를 통해 수수료를 완전히 없애버리겠다는 포부가 대단했습니다. 국내에선 수수료 경쟁으로 인해 이미 존재하는 모델이지요. 돈이 되고 말고를 떠나,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주고 그로 인해 먹고 살겠다는 어떤 비장미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 것이 가능하고, 그런 것이 바람직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게 다소 순진한 로망에 젖게 해줬습니다.

그러나 물론 사업은 현실이죠.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교육을 진행하지만 현실은 엉망진창인 인큐베이터들을 보며 소름이 돋기도 하였고, 온갖 군상을 다 만나게 되었습니다. 투자자도 관심 없고 고객도 관심 없고 인력도 구하기 힘든 시기도 길고 길었습니다. 그나마 사람들이 만나주고 이야기나 들어주었던 것이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좋은 뜻을 가지고 있으니 그런 것을 응원해주는 사람을 많이 만납니다.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는게 어쩌면 스타트업을 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됩니다. 나쁘지만 돈을 쥐고 있는 사람을 찾아다녔다면 팀 전체의 사기가 바닥이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누굴 만나느냐가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와 같이.

고객이 며칠 후면 1000명이 된다고 합니다. 500명이 되던 때에 새삼 대단한 것 같다고 자평했던게 기억나는데, 실제로 네자릿수가 될 날이 오다니. 훗날 돌아보면 정말 걸음마였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천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을 본지도 참 오래돼서, 가늠이 잘 되질 않습니다. 천명의 꿈, 목표, 은퇴에 일조를 하고 있다니 새삼 아이디어의 힘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5년이 지나보면 저희가 제공하는 방식의 서비스가 감히 모든 자산운용 방법론을 통틀어 최강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이는 제가 대표여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고, 투자자로서 확신하는 부분입니다. 저희가 쥐어 짜낸 것이 아니고, 세계최고의 정수를 취해 정리했기 때문이죠. 그간 안 건드려본 투자론이 없을 정도이지만 이 정도로 압도적인 로직을 소개해드리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 자체로 서비스로서의 불리오의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고객들의 성공은 보장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든든함이 있습니다. 잘못된 투자론을 제공한다면 투자자의 지옥에서 불타리라 생각하고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다른 꿈들이 많았습니다. 어릴 땐 음악가가 되고 싶었지만, 트레이더로 돈을 많이 벌고 있을 땐 “이렇게 많은 노력을 쏟아야 돈이 벌리는 줄 진작에 알았다면 포장마차를 했어도 몇억은 벌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보면 포장마차를 하더라도 행복한 고객들의 얼굴을 볼 수 있을테니 나름 보람이 있지 않겠는가 생각도 해봤습니다 (안해봐서 모르지만). 그래서 항상 해외 어딘가에서 한국식 포장마차로 성공하는 꿈을 꿔보곤 했습니다.

그런 제가 투자론을 제공하는 것은 상당히 정신적으로 위험천만한 일이었습니다. 분명히 대중 투자를 위한 길이 있다는 걸 직관으로 알았지만 그에 따르는 엄청난 책임을 굳이 감내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트레이더들은 왠만한 투자대가들을 다 사기꾼 취급합니다. 돈 버는 방법을 널리 알린다는 사실 자체가 위험하기도 하고 무모한 일이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트레이더들이 많은 아이디어를 책에서 얻으니 투자론 모두를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오해와 곡해의 여지가 많아 일반인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극히 꺼릴 뿐입니다. 그러니 제가 무슨 얘기를 하던, 트레이더인 제 자신에게 떳떳할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함부러 따라하지 마시라는 경고를 넣지 않으면 무슨 얘기를 하든 위험한 얘기지요. 특히 단타의 세계에선 모두가 제로섬, 마이너스섬 게임이라 승자독식의 세계관이 아주 강합니다. 남한테 돈 버는 법을 알린다는 것 자체가 모순인 셈이죠. 그러느니 차라리 성공의 법칙을 배운 이상 그걸로 음식점이나 포장마차를 하고 싶은 유혹도 많았습니다. 하와이 길거리 같은데서 말이죠. 투자를 많이 하신 분들은 어떤 의미인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무지 길었네요.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고 영감을 받고 확신을 얻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직도 두물머리는 엄청나게 미생의 단계입니다. 태어나지도 못한 상태 아닌가 합니다.

두물머리가 망하면 한동안 불리오 같은 투자전략을 제공하는 회사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압니다. 이만큼의 안정성을 담보로, 이 정도의 소통을 하려는 회사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트레이더 출신임에도, 여의도 출신임에도, 주위에서 쏟아지던 끊임없던 만류를 생각하면, 다른 후배팀들은 이 일을 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쉽게 상상이 갑니다. 어쩌면 저희가 영감을 줘서 더 좋은 팀들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은 이제 저희가 하드캐리해야 하는 길입니다.

불리오가 나날이 발전하여 고객들과 함께 금융산업에 엄청난 일침을 가했노라고 함께 외칠 날이 올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로보어드바이저 사업을 해가며…”의 5개의 생각

  1. 대단하십니다~벤처기업에 뛰어들었다가 얼운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지고 놀라 은행에 취직해버렸던 17년 전 과거일이 새삼 떠오르네요…안가본 길은 알수 없지만 ‘물감을 아끼면 그림을 못 그리듯, 꿈을 아껴서는 성공도 그리지 못할 것입니다'(맥스웰 몰츠) 대표님,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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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증권사 트레이더를 어릴때부터 꿈꿔온 대학생입니다. 비록 지금은 나라를 지키고 있지만 꿈에 대한 열정을 키우고 있는 시기에 좋은글 볼 수 있어 정말 감사합니다. 혹 바쁘신 시간와중에 어린후배를 위해 대화를 조금이라도 나눠주실수 있으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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