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assuming 한 인품

영어로 표현하는 사람 성격 칭찬 중에 unassuming 하다는 표현이 있다.

‘Assume (어쑴)하다’가 가정(assumption)하다, 넘겨짚다, 추정하다, 의 뜻이 있으니, unassuming 한 것은 반대로 남을 넘겨짚지 않고 판단하지 않는다 뭐 그런 의미에서 시작했지 않나 싶다. 한국에서도 가끔 ‘나를 네 기준으로 평가하지마!’ 같은 표현을 쓰고 싶은 경우가 있겠지만, 미국에선 아예 ‘don’t judge me’ 나를 선입견/편견으로 대하지마 라는 표현을 엄청나게 많이 쓴다. judge 하다, 즉 평가하거나 판단내리다 자체를 매우 모욕적인 표현으로 쓰는 것이다. 얼핏보면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의 한 모습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태평양처럼 넓은 오지랖을 일종의 칭찬으로 여기지 않는가.하지만 그 누구라도 자신이 타인의 편협한 편견의 대상이 된다면, 삶이 피곤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니 미국에선 ‘참 이쁘시네요 인기 많으시겠어요’ 같은 첫인사를 한다면 자칫 judge 하거나 assume 하는 표현일 수 있어 때론 매우 실례거나 천박한 첫인사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전혀 아니다. 해외에서 온 여성분들이 자주 충격을 받는 대목이다.
아저씨들이 첫만남에 마구잡이로 외모 평가를 해준다, 특히 칭찬일 수록. 하기사 자기 직원들한테도 ‘오 여직원이 새로 왔어? 완전
모델 같네 잘해봐요~’ 라는 말이 전혀 모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성희롱도 아니고 욕도 아닌 ‘칭찬’ 아니냐는 것이지.

그러나 그런 표현의 원죄는 assuming 하는데에 있다. 남을 인상만 가지고 선입견을 갖고 프레이밍 하는 그 과정 자체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기분이 불쾌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역에 대해, 학교에 대해, 심지어 태어난 띠, 혈액형, 사주, 관상 같은 것을 믿기도 하여 듣자 마자 상대방을 가둬버린다. 그러니 남을 선입견으로 판단하는 것을 궁극적으로는 장려하고 있는 셈이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다. 누군가 당신의 얼굴을 보고 ‘관상이 족제비 같은게 딱 잔머리 엄청 쓰게 생겼네~ 똑똑하다는 뜻이니까 오해 말어요~ 반가워요’ 라고 하면 기분이 나쁠 것이다. 기분이 나쁜 이유는 그 관상의 옳고 그름이나 모욕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함부로 재단하고,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그런 오만에 있는 것이 아닐까. 나도 관상을 공부한 적이 있지만 실로 해로운 전통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주변에 좋은 철학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얼마전에도 사무실에서 관상잔치를 해줬지만 결국 즐겁자고 하는 것이고, 그런 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여 녹여내는 것은 그야말로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선입견이나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 것은 아니고, unassuming 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겸손하고 편한 사람을 극찬하는 표현 중 하나라는 사실을 보며 조금 곱씹고자 했음이다. 우리나라엔 비슷한 표현마저 없다. 남녀노소 위아래나 출신에 대한 편견 없이 공정하게 대한다? 그런 길고 불편한 표현뿐이다.

하기사 좀 잘나가는 사람을 보면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지 권력이
넘쳐서 그런지 남을 첫인상에 자기 잣대에 딱 끼워맞추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이들의 눈에 띄기 위해서는 겸손 떨 여유가 없다. 끝없이 자기자랑을 해서 나도 좀 잘 나가는 놈이오~라고 짧은 시간 안에 어필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그런 사람들 주위엔 돌아가면서 자기 자랑하고 나서 흩어지는 아주 실속도 재미도 없는 사람들만 모여있기 일쑤다. 임원한테 잘 보이려면 그런 것을 해야 한다는 식의 ‘사내정치’를 본격 가르치는 곳도 많으니 뭐 그게 서구식 매너, 혹은 고위층의 자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내 경험엔 전혀 그렇지 않다.

반면 슈퍼스타들 중에서도 unassuming 한 사람과 대화를 하면 항상 대화를 열어놓고 있다. 옆자리에 앉은 거지 같은 사람과도 별다른 선입견 없이 인사를 나누고, 상대가 거물이라는 사실에 특별히 더 놀라지도 않는 것이다. 열려 있기 때문에 대화하기 좋고, 친근감이 생긴다. 다만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부족할 뿐.

이런 것이 나는 큰 개념의 인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잘할 만한 사람한테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누구에게나 신성이 있다는 생각으로 겸손하게 열어놓고 접근하는 생각구조. 여직원이 새로 들어왔는데 그 분이 대통령 따님이든 회장 따님이든 스탠포드 박사를 나왔든 고아든 아무런 차이를 두지 않고 대할 수 있는 인품은, 그 모든 사람들의 속에 똑같이 고귀한 잠재력이 들어있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장담컨대 쪽팔림 당할 일도 더 적고, 주위의 사랑도 더 받고 살 것이다. 여담이지만
남을 자기 잣대에서 평가하는 모든 사람은 언젠가 창피를 당해야만 하고 창피를 당할 것이다. 또한 그런 사람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온 모든 사람들은 남의 평가가 어설프고 심지어 틀렸다는 것을 살아가며 증명해주길 바란다.

그런데 unassuming 하다는 표현은 다른 성격 칭찬과 달리 타고나는 성격이 전혀 아니다. 남을 가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평가력이 없거나 평소에 멍 때리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지금 이 순간에 저 사람이 unassuming 하고자 하여 매순간
남에 대한 눈에 띄는 가정들을 내려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야 unassuming 한 사람이 되는 것이니, 정말이지 매 순간의 인품을 기리는 행위가 아닌가 한다.

예전엔 오바마가 그런 느낌이었다면 요새는 nba 선수인 스테판 커리 한테 unassuming 하다는 칭찬을 많이들 하는 것 같다. 만나는 모두에게 그 자신으로서 대하는 모습이 좋은 것이 아닐까. 나, 좀 잘나가는 스테판 커리야. 참고로 엄청 잘 나가. 이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나는 그저 열심히 하는 한 사람일 뿐이오, 당신은 누구신가요”에 가까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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