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장을 놓치면…

올해 시장을 보고 있자니 그야말로 모든 참여자가 돈을 버는 해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작년엔 참여 안하고 올해만 참여한다, 같은 전략이 얼마나 어려운 전략인진 두말할 것 없지만, 팩트는 팩트다. 올해 장은 참으로 좋았다.

코스피가 역대급으로 안전하게 상승하기도 했다. 올초에 코스피 상승의 가능성에 불리오가 투입한다고 했을 때 일반인들은 물론이오 십수년 매매를 한 친구들마저도 그럴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하기사 불과 작년 정도에만 해도 한국 시장은 앞으로 초장기적으로도 가망 없다는게 대다수 사람들의 뷰가 아니었나 한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시장에서 잘 맞진 않는다. 대개는 반대다. 오를 이유가 없어도 대다수 사람들이 매수를 늦추다가 보니 부질 없는 추세가 뒤늦게 발생하기도 한다. 인위적으로도 말이다.

매매를 할 때 가장 속 쓰린 날 중 하나는, 남들이 너무 쉽게 돈을 버는 날 리스크 관리를 한답시고 과감히(?) 매매를 접었다가 손가락을 쭉쭉 빠는 날이다.

나는 한동안 주포가 양매도였는데, 양매도는 한달에 길어야 4~5일이 주력 매매 포인트다. 사실상 한달 손익의 절반 이상은 옵션 만기일, 즉 매월 두번째 목요일 결정이 난다. 솔직히 이런 날 하루를 놓치는게 매매 인생에 가장 속 쓰리다곤 할 수 없다. 오히려 돈 벌 가망이 별로 없을 때 어설프게 매매하다가 불필요하게 큰 손실을 보거나, 더 나아가 큰 손실이 나온 직후에 아주 쉬운 장이 나올 때 속이 더 쓰릴 것이다. 그러나 승패는 병가지상사라, 진 날은 그냥 내가 어리석어 졌구나, 생각하고 상처를 달래는데 집중하기 마련이다. 정작 시장이 너나 나나 매매하는 놈들 다 줏어먹으라고 개평을 던져주는 날 딴 생각한다고 못 받아먹으면 멘탈이 크게 흔들린다. 위험도 다 못 피하는 주제에 주는 것도 못 받아먹다니, 엇박자 타서 이대로 퇴갤인가 하는 생각이 자신을 매우 괴롭게 한다는 자괴감을 불러일으킨다.

양매도는 그나마 일년간 10개월을 벌고 한달은 못 벌고 한달은 손실 보는 매매로서, 승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월간 단위로 승률이 80%가 넘는 매매는 흔치 않을 뿐 아니라, 주식 트레이딩에서는 이 정도 승률을 추구하는 사람조차 드물다. 그러니 한달을 공쳐도 크게 우울하지 않은 매매이리라 생각한다. 예컨대 돌파형 추세 매매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일년에 삼일 벌어 나머지 249일 손실을 다 메꾸는 매매도 존재한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이런 분들은 그 하루를 놓쳤을 때의 자괴감은 장난이 아닌 법이다.

양매도 선수의 생명이 십년쯤 간다치면, 평생 120회의 대형 기회를 마주하는 셈이다. 이 중에 아마 10번쯤 큰 손실의 위험을 넘기거나 쥐어터지고, 10번 이상 좋은 장에서 공치며 한탄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먹으라고 던져주는 시장은 일반인의 인생에는 다섯번 정도 밖에 오지 않는다. 시장이 별다른 위험 없이 3~50% 이상 오르는 시장 말이다. 주식으로 치면 한번에 8배 정도 큰 위험 없이 상승하는 경우. 올해가 아마 그중 하나이지 않겠는가.

이런 시장에는 옛날옛적 얘기하던 ‘용대리’가 돈을 제일 많이 번다. 주식 오르는 장 밖에 못 봐서 닥치고 질러서 먹는다는 자신만만한 대리급들 말이다.

씁쓸함을 달랠 수 없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시장에 참여조차 못한다는 것이다. 참여만 하면 돈을 나눠준다는데, 이럴 땐 꼭 부자들만 투자하고 있게 마련이다. 쉽고 어렵고의 문제가 아니다. 옵션에서도 가장 쉬운 장은 선수들이 다 손실한도 맞고 며칠 쉴 때 등장한다. 그걸 알면서도, 당한자는 매매를 할 수가 없다. 상처를 핥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레이더들은 남들이 욕심 부릴 때 한번 큰 위기를 잘 피하면 두배 세배를 취하게 된다. 리스크 관리의 물리적 보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높다. 어려운 장을 피하고, 쉬운 장을 취해야 하는 이유다.

올해는 아쉽고 아쉽다. 쉬운 장이어서 불리오도 수익이 적잖이 발생했으나, 고객이 적어 혜택을 본 사람이 정작 몇 백명 안될 것이다. 내년 내후년에도 이렇게 쉬운 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해선 안된다. 그런 장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전략을 취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상승장에서도 하락장에서도 사람들은 한숨을 쉬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불리오의 수익이 자리 잡는데 최소한 수년간의 실수익률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럴 듯 하다. 그 사이 시장에 홀리는 사람이 또 얼마나 나와야 할까. 근본적으로 사회에 큰 도움을 못 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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