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투자에 관한 이야기

투자, 돈을 불려낸다는 신묘한 행위. 참 어려웠다. ‘신묘’해보인다는 이유로 관심을 가졌고, 허세가 들어 정복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었고, 실패로만 점철될까봐 오기가 생겼고, 포기하고 싶지 않아 나를 내려놓기도 했었다. 돈이란 묘해서 대부분의 것들을 살 수 있고, 대부분의 노력은 또한 돈으로 보상할 수 있다. 그러니 돈놀이로 돈을 불린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자연적 저항이 있을지 처음엔 상상을 못했던 것 같다. 그저 똑똑한 젊은이가 신끼를 부리면 금새 돈이 모일 것만 같았다. 그리고 제갈공명처럼 내가 그 신끼의 주인공이진 않을까 하는 초능력 만화 주인공 같은 환상을 가지곤 했었다.

그게 지금도 많은 후배들이 갖고 있는 설레임일 것이다. 제갈공명. 막 세상의 이치를 파헤쳐서 신묘하게 세상을 조종해 기적을 일으키는 그런 느낌. 그게 펀드 매니저에 대한 로망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정작 투자는 너무나 어려웠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 아픔들은 죄다 젊은날의 치기가 주는 상처들이다. 3층에서 뛰어내려 다리가 성할리 없건만 세상을 모르니 막 뛰어내려 생기는 아픔들이 아닌가 한다. 하나씩 하나씩 제약조건들을 이해하기 시작하니 그 숨겨진 암호들이 보일락 말락 했다. 투자의 어려움은, 대충 배울만큼 배워서 이젠 됐다 싶을 때, 사실은 실력이 여전히 허접하다는 자각, 그 통증 때문이다. 제약조건을 죄다 이해하는데 너무 많은 고비가 있어 제 분수를 알기 어렵고 그것은 아프다.

특정한 경지에 올랐다고 주장하기가 너무 어려운 것이 투자의 세계다. 그러나 건방진 주장을 해보자면, 이제 어느 편안한 경지에 다다른 것 같다. 내가 천재여서 돈을 잘 번다고 여기다가도, 다음 날엔 나는 등신일 뿐이라는 자괴감에 시달리길 한없이 반복해야 하는 것이 투자이건만. 어느날에 도달하는 경지가 있다고 들었다. Ed Seykota 처럼, 시장을 보지 않아도, 원리에 대한 믿음을 갖추는 날이 그 경지라고 생각한다. 그 원리가 너무나 명료하고, 나의 욕심이 그에 개입할 수 없을 때, 마음 놓고 투자를 반복할 수 있다. 모든 것은 반복 가능성,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것이 아닐까. 올해 불리오의 안정적 수익은 그런 편안함을 주는 것 같다.

되려 그간의 세월엔 그놈의 ‘신끼’를 터득하여 돈을 벌기도 하였지만, 어차피 지속 불가능한 일시적 신끼임을 잘 알고 있었다. 1년 2년, 아니 5년 10년까지도 반복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언젠가 신기루처럼 모두 날아갈 감각이란 생각을 해왔다. 쥐어짜내야 하는 저세상의 감각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욕망과 감각을 내려놓고 어떤 고요한 균형을 찾다 보니, 나는 나의 균형을 찾은 것 같다. 찾아헤매던 적정한 답에 도달한 것 같다. 이제 고객들의 몇백억의 자금에 대해 심리적 책임을 지고 있어도 아무런 걱정이 없다. 내가 틀렸을지 옳았을지를 걱정하지도 않는다. 현실에서 수만번을 확인한 절대적인 원리가 기계처럼 수익을 유도해낸다는데 일말의 의심이 없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부정할만한 그런 수익의 기회가, 사실은 영원히 활짝 열려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그려냈다. 그러므로 두세번 혹은 십수번 틀리는 일은 있겠지만 영구불멸한 원리는 계속될 것을 백프로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일년이 지나 사업적으로 자리를 조금씩 잡아가며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선사하는 것과는 별개로, 불리오가 내 자신에게 주는 만족감이 있다. 한시도 고객을 잊지 않는 것이 이 사업의 본질이라 생각하지만, 고객을 모두 잊고 나 혼자와 대면해야 할 때도 어떤 성취감이 있다 – 투자자로서 한 단계 성장한 것. 이젠 내 욕망과 끼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간의 욕망과 끼가 이 자리 이 기회까지 안내한 것 같지만.

어쨌든 투자란 매우 어려운 영역이다. 한순간의 오판이, 너무나 큰 뜻밖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돈 없이 웃기는 힘든 일. 남의 돈을 불려준다는 것은 그래서 너무나 무섭고 동시에 너무나 성취감이 있는 일 같다. 이런 달렌트를 키워서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투자자로서 정말 감사한 일이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지만, 하필이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일을 할 수 있다니! 우리가 하는 일이 작지만 무거운 역사의 현장이라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보고자 한다. 이런 기회가 삶에서 두번 주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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