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h is trash?

다보스 포럼에서 어제 브릿지워터의 창업자(이자 세계 최고의 헷지펀드 매니저라 할 수 밖에 없는) 레이 달리오는 “현금을 쥐고 있다면 상당히 바보가 된 기분일 것이다”고 말했고, 오늘은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BlackRock 의 수장 Larry Fink 가 “현금은 쓰레기다”라며 “위험자산 몰빵”을 장려했습니다.

흔히 위기의 순간에는 “cash is king” 이라고 합니다. 현금이 왕인 것이죠. 요즘 같은 때는 “cash is trash”라고 느낄만 합니다. 현금 빼곤 다 오르고 있어 현금을 가지고 있는 비용이 엄청나게 높은 것이죠. 현금이 똥값이 되는 이유는 현금 유통량을 엄청나게 늘렸기 때문입니다. 현금 외의 모든 것의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현금은 무엇과 비교해도 가치가 떨어지게 되었죠. 월급만 제외하고 모든 가격이 다 올랐습니다. 과자나 밥 같은 소비재는 물론 부동산 주식 다 상승 압력을 받습니다. 그러니 투자를 하면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안하면 가난해지는 안타까운 환경입니다. 열심히 저축한 분들에게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경제 환경입니다.
물론 현금 유통량 외에도 경제성장 때문에 자산가치는 장기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습니다. 한국이 매년 3%씩 발전한다면, 주식시장 수익률은 매년 5% 이상 발생해야 정상일 것입니다. 몇년간 가격이 안 올랐다면 한번에 몰아서라도 오르게 마련입니다. 투자를 아예 외면한다면 이러한 당연한 압력들을 모두 외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회 전체의 자본은 투자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투자를 한 사람에게로 미세하게 자꾸 전이되는 것이죠. 위험감수라는 명분 하에 말입니다.
일반 대중은, 위기의 순간에는 위험자산을 잔뜩 들고 있고, 강세장의 시기에는 현금을 잔뜩 들고 있죠. 언제가 위기이고 언제가 강세장인지 알기 어려워서 두렵기 때문이기도 해요. 또 2008년 위기의 기억들을 너무 생생히 기억해, 투자가 망설여지는 면도 있겠죠. 실제로 150조 원이 넘는 여러분의 퇴직연금 계좌 중 대부분은 현금 자산에서 놀고 있습니다. 지금 확인해보세요. 지난 수년간 연 1~2% 수준의 금리를 받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cash is trash 를 너무 맹신하면 안됩니다. 레이 달리오는 금리 인상기가 본격 시작되었으며, 1%의 금리만 올라도 상당히 큰 폭의 손실이 전이될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다만, 시장에 도달하기 까지는 18개월 정도의 여유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18개월이라 하니 재밌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제러미 그랜덤이 향후 2년 안에 거대 버블이 형성되고 또 터질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게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당장 버블이라는게 아니라 앞으로 버블이 형성될 것이라니, 무척 기묘한 예언이라 생각했습니다.
Jeremy Grantham 은 가치 투자 거시 경제 분석에서 가장 존경 받는 할아버지 중에 한 분입니다. 가치 분석만을 통해 미래를 전부 예측해내는 GMO 의 수장이기도 합니다. 먼저 언급한 두 명의 거인과 함께 비교해볼만한 지적 거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과거 수백년간의 금융의 역사를 가격/가치의 관계로 분석하여 2000년 IT 버블과 2008년 하락장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하였습니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지적 용기를 정말로 존경합니다. 그랜덤은 버블은 가격만으로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가격 가속도를 봐야 한다고도 하였습니다. 2018-2019년에 이 가속력이 폭발하기 시작하는 초입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우리가 일반 투자자로서 할 일은, 강세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하되, 하락장이 시작될 때 왕이신 현금을 꼭 붙들고 있는 일입니다. 이 외의 모든 투자 기법은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하락장을 피하지 못하면 모든 수익은 물거품이며, 상승장을 취하지 못한다면 모든 인내심은 의미가 없어집니다. 이 강세장의 끝이 과연 18개월 후일지 2년 후일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내일일 수도 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겠습니다. 하락장에서 과감하게 주식을 정리할 용기와, 우선 앞으로 한달간은 주식을 많이 보유해볼 용기가 필요합니다.

반론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cash is trash?”의 3개의 생각

  1. 시장 폭락은 역사적으로도 항상 존재해 왔고, 피하기 힘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현 상황이 좋아보이고, 낙관론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하락장에 온전히 노출되게 되면 몇년의 수익을 잃게 될 수 있습니다. 현금을
    통해 언제나 시장 하락에 대한 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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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천영록 대표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달러 약세가 걱정되는데, 달러/미국채/금 이외의 안전 자산이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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