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의 단기급락에 대한 코멘트

시장이 삼 일간 줄기차게 빠지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은 어젯밤에만 평소 보기 드문 4.1%의 폭락을 경험하였고, 일본은 브렉시트 이후 최대치인 일간 6%대 하락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평소 변동성이 높은 편이던 국내 주식이 오히려 하락세가 더 약한 편입니다. 이번 장의 핵심 포인트는 첫째 많이 오른 장에서 투매에 가까운 매도세가 있다는 점과 안정적이었던 상승장에서 더욱 급격한 투매가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이런 급격한 투매는 대부분 단기 수급의 문제입니다. 특정 전략들이 한 구간에서 서로 영향을 미쳐 일종의 하울링 효과 같은 것을 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 전략들은 무엇이며, 그 영향은 무엇인가가 고민해볼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단기 수급의 문제로 보이는 이유부터 설명하자면 장기 투자자들은 투매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는데 석 달이 걸리는 대형 투자기관들은 미국에서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결정을 하는데도 석 달이 걸리고, 매도를 하는데도 몇 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느 날 발표된 뉴스나, 어느 날 가격 조건에 의거해서 급격한 매매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짧게 매매하는 시장 참여자들을 싫어하거나 부담스러워 하죠. 매매에 매우 방해되거든요. 그래서 이들은 시장이 3~4달 하락했을 때 비중을 변경하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어떨 때는 추가 투자하고 어떨 때는 리스크 관리라는 명목으로 비중을 줄입니다. 달리 얘기하면, 며칠간 발생한 투매는 장기 투자자들의 투매는 아닐 것입니다. 겁이 많고 의사결정이 느린 장기 투자자의 어젠다를 바꿀만한 어떠한 거시적인 뉴스나 명분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단기 수급에서 이렇게 큰 투매를 불러일으킬 주체라면 몇 가지 시나리오를 뽑아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단기 시스템간의 단순 교란 문제입니다.

요새 소위 알고리즘 매매들이 아주 짧은 구간에서 리스크 관리하에 작은 수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공통점은 아마도 단기 시스템 스톱, 소위 기계적인 손절매 로직일 것입니다. 하락 폭이 일정 이상 커지면 기계적으로 손절을 던지는 것이죠. 1987년 10월 19일 소위 검은 월요일 black monday 에도 이와 유사한 손절매 장치들이 작동하며 하루 만에 시장이 22% 하락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일종의 미스테리한 단기 하락 전통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죠. 2010년 5월 6일 소위 flash crash로 불리는 날에는 미국 주식이 아무 이유 없이 9% 하락했다가 대부분 반등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역시 단기 시스템들의 간섭 효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단기 손절이 다른 단기 손절을 불러와 하울링 효과를 낸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주식 시장은 매우 복잡한 생태계여서 정확히 어떤 시스템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발라내서 분석하기가 어렵습니다. 길이 막히는 4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넓혔는데 통행량이 늘지 않았음에도 때론 길이 더 막히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합니다. 복잡계에서 다양한 참여자의 판단이 서로의 판단을 더욱 교란하여 발생하는 일이죠. (서로 더 적극적으로 차선을 바꾸다가 발생하는 미스테리라고들 합니다)

이런 간섭 효과가 작용할만한 장이었습니다. 최근 시장이 아주 좁은 폭으로 움직이는 안정성이 있었기에, 상당히 많은 시스템 로직들이 쉽게 돈을 벌었을 것이고, 자금이 과격하게 투입되어 있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는 이런 단기 시스템들의 구조를 공격하는 약탈적 시스템이 작동했을 가능성입니다.

단기 시스템을 오래 짜다 보면, 위와 같이 순박한 단기 시스템들의 유행이 과도하게 몰릴 때 그를 잡아먹는 매매를 할 수가 있습니다. 예컨대 일정한 손절이 발동될 시점에 하방 베팅을 왕창 해서 손절을 유발해버리는 것이죠. 이 역시 단순한 매매의 형태입니다.

세 번째는 더 구조화된 파생 전략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입니다.

시장의 변동성이 적어지며 옵션 프리미엄이 굉장히 저렴해지면, 시장이 하락 시에 옵션으로 1조를 벌 수 있는 포지션을 짜놓고 10조 원의 물량을 주식시장에 빠르게 쏟아부어 중도에 수익을 챙기고 나오는 전략이 매우 매력적이게 됩니다. 특히 단기적으로 옵션시장의 유동성이나 시장 충격 감내력이 주식 시장보다 더 높을 때가 있습니다. 예컨대 옵션 시장에서 1조의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이 주식 시장에서 1조의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보다 시장에 영향을 덜 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이유만으로도 파생구조를 짜놓고 주식 시장을 흔들 실리적 이유가 생깁니다. 최근 옵션 가격 구조를 보면 옵션 선수들이 이러한 단기 작전을 펼치기에 너무나 매력적인 면이 있었습니다. 이런 전략을 주포로 활용하지 않는 팀이더라도 몇 년에 한번은 이런 전략을 고민할만한 구간이 옵니다. 먹을거리가 워낙 커서요. 더군다나 최근 시장의 꾸준한 상승장 덕분에 콜옵션 매수로 큰 수익이 발생했을 것입니다. 모든 세력이나 시스템의 특징 중 하나는, 돈 많이 벌면 더 쎄게 지른다는 것입니다. 이런 영향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위와 같은 매매를 시장 교란효과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어쨌든 가격이 쓸데없이 저렴해지면 누군가에게는 큰 복이니깐요. 누군가에겐 잘못된 손절의 지점이 되겠지만요.

옵션쟁이 입장에선 반대의 매매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최근 시장이 상승할 때 콜옵션 가격이 계속 오르다가 마지막 순간에는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을 억지로 유발한 세력이 있었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돈을 벌고 이제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상방 포지션을 정리하는 것일 수 있죠. 조금 더 나아가 콜 옵션 가격이 폭등했을 때 대규모 매도해놓고 주식을 투매해서 돈을 버는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기관은 옵션 매도를 좋아합니다. 더 큰 사이즈를 투입할 수 있으니깐요. 많이들 쓰고 자주 목격되는 파생 수급 게임입니다. 두 개 세 개의 복합 전략일 수 있구요.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표현들을 많이 쓰는데 사실 꼬리나 몸통이나 결국은 다 한 몸입니다.

조금 더 분석하면, 최근에 국내에서 커버드콜이나 양매도 등의 상품이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품들의 매매패턴은 매우 단순하고 무식한 규칙에 의거하기 때문에 수급이 일정 이상 과도하게 쌓이면 역이용하기가 상당히 좋습니다. 글로벌 자산 배분의 세계에서도 이런 상품들 자체의 보급이 많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품의 매매 타이밍을 역이용하는 주체에게 휘둘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네 번째는 단순 협박용입니다.

협박은 미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경제가 좋고 물가 상승이 이뤄진다 하니 중앙은행에선 풀어둔 자금을 조금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금리 인상이 바로 그 수단이죠. 그런데 저금리로 인해 수조 원 혹은 수십조 원의 이득을 보고 있는 대형 금융기관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금리 인상을 고민할 싸인이 나올 때마다 시장을 흔들어 아직 엄마 젖이 더 필요하다는 명분을 만드는 것이죠. 실제 나쁜 시그널이 나와서 3달간 줄창 위험자산을 줄이면 위험자산에 대한 가격하락의 압박이 심해질 것입니다. 그러느니 차라리 하루 이틀 만에 극단적인 투매로 시장을 위협하여 중앙은행을 설득하는 것이 그들에겐 훨씬 큰 이득일 수 있습니다. 일종의 땡깡이지만, 경제적 실리가 매우 높은 땡깡입니다. 설령 그런 의도로 투매를 하지 않았더라도, 결과가 그렇게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세력들이 있습니다. 실제 시장이 이렇게까지 흔들리면 금리 인상의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식을 매우 많이 보유하고 있는 세력들 입장에선 금리 인상이 늦춰질 가능성이 없다면 모를까, 가능성이 남아있는데 이렇게 과격하게 투매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즉 그 가능성을 더 높이기 위한 한 수라고 해석해볼 여지는 있다는 것이죠.

다섯 번째는 조금 더 불명확한 이야기인데, 최근 인덱스 투자가 매우 유행하며 이에 따른 일종의 부작용은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인덱스 투자는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말은 좋지만, 사실은 묻지마 단순 투자에 가깝습니다. ETF로 포장하든 신탁으로 포장하든 결국은 시장 움직임에 풀 베팅하는 구조들이 대다수인데요, 최근 국내 은행권에서 코스닥 레버리지 신탁 등을 불티나게 팔고 있어 하루에도 몇백억 어치가 유입되고 있는 모습에서 보듯이 유통업자가 시장 수급을 결정하는 (무서운) 단계까지 왔습니다. 미국 시장은 성과가 더 좋았기 때문에 묻지마 투자 수급이 더 컸으리라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국 로보어드바이저를 포함하여 대다수의 투자자문이 묻지마 단순 주식 포트폴리오입니다. 이런 유행을 이용해 애초에 대형 기관들이 물량을 다 떠넘기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중기 수급에 의존한 단기성 매매일 수 있겠죠. 아니면 그와 연관된 모종의 현상일 수도 있는데 저도 좀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한 가지 더…. 대형 투자자들 중에 과격한 매매를 하는 세력들이 간혹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느린 장기투자랑은 행태가 완전히 반대입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건은 ‘사거나 팔 수 있는 물량이 있느냐’입니다. 장이 오를지 빠질지 보다, 내가 장을 올리지 않고 사거나 장을 빼지 않고 팔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100조 원의 자금을 운용하는헷지펀드가 때에 따라서 한두 달 만에 포지션을 전부 정리하기도 한다면, 시장이 100조 원의 물량을 받아줄 수 있을 때 일찌감치 팔아야만 하는 이슈가 대단히 중요해집니다. 하락장에서 팔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투자자들은 시장 한 가운데에서 수급을 확인해보기도 한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내가 좀 팔아보면 시장이 얼마나 밀리는지 보는 것이죠. 이런 수급이 위의 요소들과 합쳐져 하락을 일으킨 것이라면 별로 좋지 못한 사인이긴 합니다.

이러한 단기 수급의 가능성을 나열해봤습니다. 위의 사유들처럼 단기 수급이 지배적이었다면 시장은 오늘의 일을 빠르게 잊을 것입니다. 웃고 지나가겠죠. 아니라면, 훨씬 강력한 시그널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나 장기 수급이 움직이려면 아직 한참 더 많은 징후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함께 지켜보시죠. 다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시장이 흔들리는 것이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이유가 된다면 저희는 이런 변동성을 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한마디를 덧붙이자면, 금리 인상만이 투자의 모든 이슈가 될 정도로 우리는 광란에 가까운 저금리 유동성 푸아그라 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광란의 끝은 정말 무섭습니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올 지경이라는 표현이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만약 하락을 조심해야 한다면 이 푸아그라 파티가 피범벅으로 끝날 가능성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미국장기국채선물인버스 같은 상품으로 금리 상승과 관련한 리스크를 방어하고, 달러화도 유독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피냄새가 나지 않는다, 가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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