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 로 인한 여파, 추가 코멘트

지난주 화요일 시장의 단기 하락에 대한 이유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단기 급락에 대한 분석의 글)추가로 살펴보겠습니다.

해외에서도 하락에 대한 분석은 대동소이합니다만, 그 사이 여러가지 더 정확한 데이터들이 나오기도 하여 다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그간 S&P 기준으로의 가격 움직임을 본다면, 1월 26일 역대 최고치였던 2872.87 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4일간 -1.8% 정도의 작은 조정을 보였고 이후 급격한 하락 가속도로 고점 대비 불과 6일 만에 -7.8%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지난주의 시장 관련 글을 썼던 시점입니다. 이후 1.74% 반등하기도 하였으나 다시 4% 이상 밀리기도 하여 현재는 지난주 글을 쓴 화요일 오후 시점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수준 (+0.27%)에 머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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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11월부터 2018년 2월 12일까지의 S&P500 의 급격한 성격 변화

이 정도의 단기 하락폭은 흔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시장이 고점을 경신하다가 10일 안에 이정도 하락했던 적이 역사적으로 몇번이나 있었는지를 보면 놀라울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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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현재까지 시장이 역대 고점일 때 향후 10일간 하락해본 최대폭

위 차트를 보면 지난 68년간의 S&P500 고점 후 하락 중에 최근의 하락이 가장 컸습니다. 10일이라 하면 2주간의 영업일입니다. 10% 이상의 하락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셈이죠. 8% 이상 하락한 경우도 이번이 불과 세번째입니다.

가파른 하락 후에 V 자 반등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불안한 요인이긴 합니다. 더 큰 하락을 위해 폼을 잡는 것인가 생각하게끔 됩니다. 하지만 고려해볼만한 것은 역시 지금이 시장 최고점 구간이라는 것입니다. 시장 최고점에서는 시장의 성격이 다소 변합니다. 마치 민주항쟁 때의 우리 국민과 지금의 국민이 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반응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참여자들의 심리적 상태에서 나오는 특징들이 전술적 자산배분 혹은 동적 자산배분의 근간에 있는 원리입니다. 그래서 시장 고점에서는 과격한 조정도 의외로 적게 발생합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시장이 역대 고점 5% 이상에 위치해 있었을 때로 부터 10일 내에 하락한 최대 하락치 (낙폭)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통상 역대 고점 5% 이하에서부터 하락할때보다 훨씬 안정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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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점 5% 안팎에서 단기 급락의 폭이 다르다

하락을 할 가능성도 더 적지만, 하락시에도 고점 부근에서는 10일내 최대 하락이 평균 -1.5% 수준인데요, 이는 고점 부근이 아닐 때 보이는 평균 -2.3%의 하락에 비해 약 2/3 수준입니다. 안정성을 원한다면 상승장에 투자해야한다는 말이 상당히 들어맞는 것이죠. 반대로 가격이 지나치게 높을 때 투자하여 묻어둔다면 장기적인 수익률은 좋지 못한 경향이 있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역시나 87년에 발생한 악명 높은 검은 월요일입니다. 고점에서의 움직임은 아니지만 분명히 고점 부근에서 머물던 증시가 단기간에 폭락해버렸습니다. 우리가 투자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블랙스완이란 이런 경우입니다.

역대고점에서 흘러내린 경우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정확히 고점을 경신 중이다가 한달간 (보수적으로 22 영업일 간) 최대 하락했던 폭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를 위해 두번째 차트를 위에 다시 붙이겠습니다.

역대 고점 대비 10일간 최대 하락폭.JPG역대 고점 대비 30일간 최대 하락폭.JPG

과거의 사례가 미래를 보장할 순 없지만, 고점에서 한달만에 10% 이상 하락하는 경우는 매우 흔치 않다는 점을 볼 수 있습니다. 50년대 초의 데이터는 이전 역대 고점을 반영하지 않아서 다소 더 커보일 수 있습니다.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달리 얘기하면 상승장에서 변동성이 극히 커졌던 90년대말을 제외하면 10% 이상 하락을 월 중에 경험한 경우는 두번째라는 것입니다.

이번의 하락이 새로운 (그리고 어두운) 역사를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한달 정도의 기간 동안 급한 리밸런싱을 할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70년만에 대이변이 일어나리라는데에 과도한 베팅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단기 급락에 대한 분석의 글에서 여러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다시 요약하자면 단순 시스템간의 교란, 약탈적 시스템의 가동 등과 함께 옵션 등 파생 전략의 실패를 이야기했습니다. 더불어 단순한 인덱스 투자 및 ETF 나 ETN 등의 과도하게 단순화된 상품에 대한 우려도 말씀드렸습니다. 조금 어렵게 써놓긴 했지만 양매도 전략, 즉 변동성에 대한 하락 베팅을 하는 상품이 가진 약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하였습니다.

그런 현상이 상당히 실재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VIX 를 살펴보시죠.

VIX 는 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지표입니다.

일반적으로 변동성은 여러 방법으로 구할 수 있지만, 역사적 변동성이란 예컨대 지난 30일간의 지수 종가의 표준편차 같은 것을 사용합니다. 지수가 얼마나 흔들리고 있느냐를 보는 것이지요. 통상 변동성은 지수의 방향성보다 더 뭉쳐서 움직이는 현상을 보입니다. 시장이 조용할 때는 한동안 조용하다가 시장이 시끄러워지면 한동안 시끄러움을 유지하는 현상입니다. (Volatility Clustering)

VIX 는 옵션 가격에 내재되어 있는 시장의 이론적인 미래 변동성입니다. 시장이 연간 기준으로 20% 정도 속도로 움직일 가능성이 66% 정도 된다 싶은 사람들끼리 사거니 팔거니 하여 가격을 형성하면 소위 VIX 값이 ‘20%’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옵션 트레이더들도 이 VIX 값의 의미를 정확히 모릅니다만, 알고 보면 위와 같이 간단합니다. 과거를 봤을 땐 시장이 마치 일년에 10% 만 움직일 듯이 움직이고 있었을 수 있지만, 향후 한달에 걸쳐 시장이 마치 일년에 80% 씩 움직이는 장처럼 변화할 것 같으면 VIX 지수 가격에 그것이 반영되는 것이죠. 일종의 해외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 도박 배당률이 결정되는 것과 비슷하게, 미래를 예측하려는 사람들끼리 가격을 만드는 것입니다.

헌데 VIX 가 워낙 잠잠하다 보니 최근엔 대형 자본들이 VIX 를 단순 무식하게 하방으로 베팅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저도 양매도 전략을 수년간 운용했지만, 이렇게 무식한 양매도는 장기적으로 수익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양매도는 근본적으로 zero-sum 게임이라 수익을 언젠가는 뱉어내야 하는데, 최악의 순간을 피할 줄 아는 선수들은 수익을 누적하게 되고 최악의 순간에 다 청산하는 무식한 자금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누적하게 됩니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여러 회사에서 최근 데이터에 대한 과신을 하여 근시안적인 상품을 판매하게 된 것이죠. 초단타 시스템 트레이딩을 믿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무엇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면 양매도랑 위험구조가 비슷한 시스템일 수도 있습니다 (옵션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그 자본의 규모와 손실폭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월 9일자 데이터입니다. 상위 2개의 inverse VIX 혹은 Short VIX 상품들은 손실 전 자산 가치가 13조 원이 넘어갔습니다. 불과 며칠 사이에 그 중 90%가 넘는 금액이 증발해버렸습니다. 손실액만 11조 7천억 원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소중한 돈이었겠죠. 11조는 우리나라 60만 대군의 분기 국방예산을 넘는 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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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손익 -91.3% 의 SVXY

이때 VIX 는 역사적 변동성보다 훨씬 높은 수준까지 치솟으며, VIX 시장 자체의 사고가 존재했음을 암시했습니다. 단순히 시장을 헷지하거나 변동성 상승을 베팅하려고 VIX 를 산 것이 아니라 폭증하는 손실을 막기 위한 손실 제한 장치가 발동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역으로 누군가는 11조 원을 벌었겠죠? 이 11조 원을 벌기 위한 장치는 생각외로 간단할 수 있습니다. 50조원 어치 주식을 사놓고, VIX 를 2조원 어치 사둔 다음, 주식을 시장에서 단기간에 패대기 치며 팔면 VIX 로 11조를 벌고 주식으로 5조의 손실을 보지만, 서로 상계하면 6조 원을 버는 셈이죠. 물론 실패하면 손실을 각오해야겠지만요. 또한 시장 조작으로 잡혀갈 수도 있습니다. 혹은 수년간 송사를 오갈 수도 있겠지요. 그 정도면 해볼만한 기획이긴 하지만요. 누군가 이것을 기획한 것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이런 현상 자체에 수반되는 수익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트레이더들이 득실댄다는 것은 팩트입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예측할 필요도 없지만 현재 상황에 대한 대처는 2~3주간 더 지켜보자는 것입니다. 그 사이 추가 하락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잣대로 삼는 모멘텀 점수상 더이상 보유할 이유가 없어지는 단계까지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록 손실은 조금 늘어나더라도 그때 자산을 옮겨타는 것이 현명한 일입니다. 반면 급등할 수도 있습니다. 무슨 이유에 의해 발생하는 급등일지 알 순 없어도 상승장이 조정 후 다시 급등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장면일 것 같습니다. 급등을 한다면 지난 2주간의 시장을 잊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손바뀜으로 인해 더 가파르게 급등할 가능성도 없진 않습니다. 반면 아무런 움직임도 없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달까지 지켜보는 쪽을 선택해야할 것입니다. 달리 급박한 대응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예측하기 매우 힘들지만, 장기적으론 제 버릇을 버리지 못할 것입니다. 즉 상승장에선 상승장을 이어가고자 하는 욕망 말입니다. 그 욕망이 완전히 부서지는 것을 목격하기 전까진 성급한 조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장의 공포를 미리 예측하다가는 시장의 엉뚱한 환희를 전부 놓치게 될 것이고, 장기적으론 그것이 더 큰 비용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믿어주시면 계속 곁에서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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