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고 하는 글로벌 투자 (6) 추세가 영원한 이유

잠시 쉬어가는 의미에서, 왜 ‘추세’라는 현상이 영원불멸의 시장현상인지에 대해 짚고 넘어가보자.

이 글은 모든 추세가 수익으로 연결 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글은 아니다. 실제로 추세매매의 효용성을 충분히 높은 수준에서 활용하려면 아주 정교한 균형이 필요하다. 무슨 매매인들 마찬가지겠지만, 추세는 눈에 많이 띄는 만큼 많은 함정을 가지고 있으니 함부러 적용시켜서는 안된다. 특히나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모종의 추세투자를 흉내내고 있고, 이는 학계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꼽는 일반인 투자 실패의 이유이다. 일반인 투자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실상 모든 분석은, 일반인이 오르는 주식이 더 오를 것이라는 그릇된 관념으로 최악의 시기에 주식을 매수하는 습관을 지적한다. (필자는 실제로 이러한 점보다 사실 ‘오르는 주식이 더 오를 것’이라는 가설이 깨어진 주가 하락 시점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 큰 문제라고 본다. 이는 진입과 청산이 하나의 정교한 균형과 철학을 갖추어야만 한다는 것을 일반인들이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글의 목적은 순수히 추세의 존재 유무와 그 발생의 근원적 이유에 대해 살펴보기 위함이다.

추세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오르는 주식이 더 오를 것’이라는 가설이다. 사실일까?

‘효율적 시장 가설’에 의하면 모든 주식가격은 ‘랜덤 (무차별)’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의 가격이 과거나 현재를 반영하지 않고 오직 ‘미래’만을 반영하기 때문에 모든 정보가 오늘의 가격에 반영이 되어 있고, 고로 미래를 예측하려는 모든 지적인 시도는 오늘의 가격에 이미 포함되어 있어서 추가적인 가격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설은 사실 시장이 ‘거의 랜덤’하게 보이는데 랜덤 하지 않은 부분을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추려내기 어렵다는 주장에 더 가까웠다.

향후에 이런 가설은 아주 다방면으로 도전 받게 되었고 사실상 깨졌다. 르네상스 테크놀러지의 짐 사이먼스 회장은 암호 해독가들의 업무를 언급하며 ‘노이즈 속에서 암호를 찾고, 암호를 노이즈 속에 섞는 것이 암호 해독가들의 일이듯이 시장에선 랜덤하게 보이는 것 속에서 패턴을 찾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는 얘기를 했다. ‘패턴을 못 찾는건 자기들 잘못이지 왜 자꾸 랜덤 타령이냐’는 얘기이기도 했다. 실제 암호 해독가들로 이뤄진 르네상스 테크놀러지는 수십년간 믿을 수 없는 수익률과 안정성을 자랑하며 수십조원의 돈을 벌고 한때 세계 최대의 헷지펀드로 성장했지만 향후에 고객돈을 전부 돌려주고 임직원의 자산만 운영 중이다.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그리고 금전적으로 전부 증명한 사례이다. 르네상스 테크놀러지의 접근 방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한때는 투자계의 ‘성배’로 불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디 르네상스 뿐이랴, 세상에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전문가와 일반인들은, 시장을 이기는 방법론, 패턴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수백만명이 그것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실무를 떠나 학계에서도 어느 순간 시장이 더이상 무차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학계는 시장의 무차별성을 부정하는 패턴을 ‘anomaly (기현상)’ 이라는 다소 소극적인 표현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현재 수백개의 anomaly 가 발견되었다고들 하지만 두가지는 반박이 절대 불가능한 수준까지 검증되었다. 바로 가치 anomaly 와 추세 anomaly 다. 간단히 말해 가치투자와 추세투자는 무차별 시장에서는 돈이 안 벌리겠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돈이 벌린다는 것이다. 즉 실제 시장은 거의 랜덤해보이지만 그 안에 부정하기 힘든 물리적 패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 현상을 momentum 이라고 부른다. 오르는 종목이 계속 오르긴 하는데, 무조건 오른다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기간에 매우 강력한 ‘상승세의 지속 현상’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예컨대 오늘 오른 주식이 2년 후에도 올라 있진 않는다. 1년 후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6개월간 오른 주식이 향후 3~6개월간 더 올라 있을 가능성이 6개월간 빠진 주식이 향후 3~6개월간 올라 있을 가능성보다 눈에 띄게 높다는 것이다. 올랐다 빠질지언정, 특정 기간동안 그 추세가 매우 비정상적으로 강하게 지속된다는 것이고, 그 기간은 6개월 수준이라고 보면 적당하다. 모멘텀 관련 논문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시장이 랜덤하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의 아버지라 불릴 수 있는 Eugene Fama 와 Ken French 이다.

주식의 모멘텀에 대한 논문은 너무 많아 소개하지 않겠다. 다만 주식은 어떤 자료를 썼느냐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고, 일반인들은 가늠하기 힘든 데이터셋을 쓰게 될 수도 있어서 불리오에서 사용하게 될 상품에 더 가까운 간단한 데이터를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자산군으로 살펴보자. 13개 대형 자산군을 사용해서 40년 이상의 월간 수익률을 살펴봤다. 지난 12개월간의 모멘텀을 간단하게 평가한 후, 1위 ~ 13위(x축)간에 바로 다음 달 수익률을 평균해보았다.

자산군 모멘텀.PNG

단지 더 강세장이었던 자산군을 고르기만 하더라도, 약세장이었던 자산군을 고르는 것보다 월간 수익률이 무려 1% 이상 차이가 난다. 강세장의 자산군이 1개월 정도 더 강세를 유지하는 현상이 매우 뚜렷하다 못해, 활용하지 않으면 큰일 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궁극의 질문은 결국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느냐는 것이며, 이것이 영원히 지속 가능한 현상일까 하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추세를 행태적인 이유로 설명한다.

모멘텀은 효율적 시장 가설 내에서 새로운 뉴스로 인해 주가가 급등해야 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망설이다가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이 소위 anchoring effect 이론이다. 근래에 보았던 주가 수준에 익숙해져서 급등할 이유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소위 가치의 변화가 한동안 ‘저평가’되는 것이다. 10만원짜리 주식이 엄청난 호재를 맞아서 바로 30만원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머뭇머뭇 반신반의하는 탓에 아주 점진적으로 30만원까지 오른다는 것인데, 일리가 있다. 이 외에도 herd behavior, 즉 군중 행태가 추세를 돕는다. 30만원까지의 상승세에 익숙해져서 40만원, 50만원까지 추격 매수를 해서 ‘고평가’로 까지 연결되어 버리는 현상이다. 이 두가지가 합쳐지면 느리고 점진적이며 탄탄한 추세가 형성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추세추종을 하면 이러한 현상들을 수익화 시킬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위의 두가지 행태는 우리의 사회적인 특성에서 발현되기도 한다. 특정 자산군이나 주식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 전업투자자가 아닌 사람들한테도 살짝 소문이 난다. 소문을 듣고 몇주간 그 상품을 지켜보던 사람은 확신이 생길 때쯤 스스로 가입을 하거나 매수를 하고 또 주변에 소문을 낸다. 그 소문을 듣고 지켜보던 사람은 가격이 계속 상승함에 따라 지인이 부자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에 또 매수를 하고 또 소문을 낸다. 이러한 소문은 근본적으로 느려서, 아주 복잡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야금야금 세상에 전파된다. 특히 이렇게 소문이 진행되는 데는 그 자산의 실질적인 상승이 큰 몫을 한다. 특정 주식 시장이 좋다는 얘기가 전파되고 새로운 자금이 계속 유입되는 과정이 수개월간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중에 그 자산은 계속 상승을 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소문은 신뢰도를 얻으며 점점 더 큰 자금을 유입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소문에 의해 한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이렇게 점진적으로 중장기에 거쳐 자금이 이탈한다. 이런 점은 특히 비전문가인 일반인들의 수급이 많은 시장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특히 주식 중개인등은 잘나가는 상품을 추천하고 싶은 강한 동기가 있어 느린 수급을 계속 조달하는 경향이 있다. 만족한 고객에게 상품을 추가로 중개하기가 더 쉽고, 만족한 고객이 많으면 새로운 고객을 유입시키기 더 쉽기 때문이다.

추세추종 매매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렇게 일반인들이 거대한 추세를 소문 내는데에 불필요하게 많은 증거와 시간이 필요하다는데에 있다. 실제로 그 증거들을 조기에 포착하면 그 추세가 이뤄지는 구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반드시 어디선가는 이렇게 양질의 추세가 발생하고 있다. 모든 자금이 세계 곳곳에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며 분산되어 있을 수는 없다. 사람은 좋다고 소문난 것에 조금 몰려다니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그런 경향이 느리지만 거대하게 이곳 저곳으로 옮겨다니는 현상이 언젠가는 사라지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추세는 영원히 발생하는 현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추세추종이 왜 돈이 되는지도 한번 생각해보자. 이것을 학계에선 volatility clustering 이라고 하는데,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상승장은 점진적으로 움직이고, 변동성 장세는 하락장에서 주로 나타난다. 변동성 장세라고 꼭 돈을 못 번다는 이유는 없지만, 돈 벌기는 훨씬 어려워진다. 달리 얘기하면 상승장세에서는 돈 벌기가 상대적으로 쉽고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쉽고 안정적인 장세를 찾아다니며 추종하는 것이 글로벌 추세추종의 기본 원칙인데, 변동성 장세에 비해 효율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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